소설 가족여행(26)
소설 가족여행(26)
  • 노칠환
  • 승인 2018.08.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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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환노의 울산 이바구

아내는 아내대로 화가 나있고, 동생은 동생대로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아이들은 표정 없는 얼굴로 아내가 탄 차에 올라탄다. 나도 화가 났지만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가 춥다는 생각에 아내 옆으로 올라타면서 아내에게 물었다.


“별일도 아이구만, 와 그래 성질을 내고 그라는교?” 아내를 달래려고 날리는 멘트였다.
“오늘 고생한 기 다 즈그 때문인데, 전화하는 폼을 보고도 그래 말하는교?”


“그거하고는 별도로 여기서 만나자 약속을 했다며... 우리가 쫌 일찍 전화했으면, 자들이 저 복잡한데 안 들어 와도 된다는 그말 아이가?”라고 말하며 아내를 달래고 있는데 “아버지, 삼촌   왔어요.”라고 아들이 알려주었다.


차에서 내려 동생이 차를 주차하고 있는 곳으로 걸어가니, 동생도 차를 세우고 내가 걷고 있는 방향으로 왔다.
“미안하다. 미리 전화했으면 고생을 안 해도 되는데... 근데 형수하고 뭔 일 있었나?”


“일은 무슨 일? ㅇ인이 하고 형수하고 시끄럽길래 ㅇ인이보고 여기까지만 모시고 오라 했지요. 오늘 형님 때문에 이기 무슨 난린교?” 동생은 모든 잘못이 나 때문이고, 아내도 아들도 비슷하게 처신하고 있다는 말투였다.


“얌마, 제수씨가 주소를 잘못 보내가 생긴 일이다. 나는... 그건 글타쳐도, 와 ‘아’하고 형수한테까지 화풀이를 할라카노?”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소. 경아가 잘못했으면 벌써 내보고 말했심더. 경아가 맥주체험장을 잘못 알고 찾아가기는 했지만, 그래가 낮에 형님보고 형수한테 가면 된다고 통화했다 아인교. 그때 나도 옆에 있었거등요.”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제수씨 혼자 사고를 치고 모른 척하고 있었다는 말인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제수씨는 절대로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었다. 동생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면 몰라도...
“니가 잘못 알고있는 거 아이가?”


길가에서 오래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더 따지고 싶었지만, 길어질 것 같기도 했고 정리가 되지 않아서 말을 끊고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는데 동생이 말했다.


“밥 무로 갑시다. 밥 무로 가가 이야기 합시다. ‘아’들은 보내고 형수 일로(이리로, 동생의 차)타라카소.” 동생은 아이들을 따로(데이트) 보내라는 것이었다.


“알았다. 기다리 봐라.” 나는 차로 가서 아내에게 동생 말을 전했다. “같이 가면 되지 와 ‘아’들을 보낼라 카는고? 따로는 안 감더, 야들도 밥무야지요.” 아내는 아이들과 밥을 함께 먹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느그는 어짤래?”
“우리는 아무래도 좋아요.” 아들이 대답했다.
“가면 간다. 갈 데가 있으면 따로 가겠다. 분명하게 말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아들의 어중간한 답변이 맘에 들지 않아 다그치듯 다시 물었다.


“지금은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 아무래도 좋아요.”
“알았다.” 다시  동생에게 가서 아내와 아들의 의견을 전달하자, 동생은 펄쩍 뛰며 짜증난 얼굴로 말했다.


“그라면 우리가 머하로 여까지 왔는교? 일부로 형님, 형수 델로 온 의미가 없잖아... 내가 가 보께요.” 동생은 성큼성큼 아내한테 가서 차문을 열더니, “내리소, 우리 차 타고 밥 무로 갑시다.”라고 말하면서 아내의 팔을 잡고 차에서 끌어 내렸다.


“이거 놔바라, ‘아’들은 와 안 델꼬 갈라카는데, 자들도 밥 무야지?” 아내가 말했다.
“자들이 알아서 묵심더, 놔두고 갑시다.” 동생이 대답했다.


“나는 자들 안 가면 나도 안 간다.” 아내가 말했다.
“마, 좀 놔두소. 즈그끼리 데이트 좀 하구로. 그라고 그랄라 했으면 경아하고 내가 여 올 이유가 없었잖아요.” 아내는 동생이 말하고 있는데 아들의 차로 돌아가 ‘쾅’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 그때까지 차 안에만 있던 제수씨가 나오더니, “자기야 와그라노?”라고 말하면서 동생의 팔을 잡았다. “형수는 안 간단다. 아들하고 밥 묵는단다.”


“언니는 와 그라노? 즈그끼리 데이트하구로 좀 놔주지...”
“형님이라도 갑시다.” 동생이 내 팔을 잡아 당겼다.


“오늘은 안 되겠다. 내가 우째 글로 가겠노? 둘이 무라.” 동생은 물끄러미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거는 맞는 말이네... 그라소, 경아 가자.” 


짙은 어둠으로 전등 불빛만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아들이 운전하는 차는 차량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도로 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동생이 어느 방향으로 가버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꼬이기만 하는 것인가? 이렇게 헤어져 각자 밥을 먹고 내일 비행기는 어떻게 탈 것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난감하기만 할 뿐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 오늘은 그냥 이렇게 따로 먹어요.” 아들은 나의 복잡한 심경을 알고 있다는 듯 위로의 말을 했다.
“그래야지, 별 수 있나?”


“즈그 아니면 밥을 못 물 줄 아나? 제주도를 지만 아는 줄 착각하는 모양인데... ㅇ인아, ㅇ슬아 맛있는 집 검색해 봐라. 엄마가 맛있는 거 사 주꾸마.” 아내는 오기를 부리며 어깃장을 놓고 있었다.
“엄마, 그거는 아니잖아요? 삼촌은 우리를 배려해서 하신 말씀인데요.” 아들이 말했다.


“그래 ㅇ주이가 야들 데이트하라고 일부러 여까지 왔는데, 그래 말하는 거는 좀...” 나도 아들의 말에 동조를 하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나도 안다. 아까는 아까지만... 밥 물 때가 됐잖아... 그런데 와 밥을 따로 묵냐고? 나는 이 말을 하고 있단 말이다.”


복잡한 상황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아도, 속상하고 화가 나도 배는 고팠다. 차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고, 맛집은 오리무중이었다. 제주도를  잘 알고 있는 동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오빤~ 강남 스타일~” 휴대폰이 노래했다. 아내가 전화기를 나에게 건넸다. 동생이었다.


“경아 말 들어보이 경아가 잘못했심더. 경아 바까주께요. 경아가 오라카는 데로 따라오소.” 전화기에서 제수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버님, 오늘 일은 다 저 때문에 생긴 일이에요. 제가 공치다가 한 손으로 블로그를 검색해서 복사한다는 것이 이리 될 줄을 몰랐어요. 그래가 나는 언니가 묵고 싶다는 갈치찌게 사줄라 했어요. 둘이는 데이트해라 하고요. 그것도 제 잘못이에요. ㅇ주이가 형님한테 보여주고 싶다는 횟집에서 한턱 이빠이 쏜담더. 제가 잘못했다고요. 횟집 이름하고 주소 보내드릴께 그리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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