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성덕(成悳) 오브 성덕, 울산현대 팬 오동익
축구계 성덕(成悳) 오브 성덕, 울산현대 팬 오동익
  • 어마루 시민기자
  • 승인 2018.09.19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
17년 차 울산현대 팬, 오동익씨
17년 차 울산현대 팬, 오동익씨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가수, 스포츠 스타를 직접 만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연찮게 길에서라도 만나게 되면, 성공한 덕후의 준말인 ‘성덕(成悳)’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그런 덕질의 대상과 호형호제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번 시즌까지 울산현대축구단 소속이었다가,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유준수는 김신욱, 김승규, 이근호처럼 누가 들어도 아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모른다고 해서 팬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우연치 않은 만남이 계기가 되어, 생각지도 못한 ‘성덕’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울산현대와 유준수에 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울산현대 팬 ‘오동익’씨다.

 

최근 울산현대 경기력이 좋아요. 팬으로서 기분이 좋을 텐데, 올해로 몇 년 차 팬인가요?

-17년 됐어요.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불어 닥친 축구 열기에 힘입어 축구를 보게 된 전형적인 20대 후반의 남자죠. 당시 울산에 유상철, 이천수, 현영민 같은 월드컵 스타들이 있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남자축구 금메달,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독일전 승리 등 최근 국가대표팀 덕에 축구 인기가 높아졌어요. 울산현대 같은 경우에는 박주호 선수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나은이 아빠’로 활약하면서 한층 더 유명해졌고요. 경기장에는 이전과 다른 변화가 느껴지나요?

-팬 문화가 많이 바뀌진 않은 것 같아요. 여전히 열성적인 팬들은 열성적이고, 가볍게 즐기는 팬들은 가볍게 축구를 즐기죠. 확실한 건 예전에 비해 팬들이 많이 성숙해졌어요. 예전에는 유명한 선수가 못하면 욕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죠.

 

방금 말씀하신 것에 이어서, 그동안 울산현대에는 많은 슈퍼스타들이 있었어요. 달리 말하면 좋아할 수 있는 선수도 굉장히 많았는데, 왜 하필 유준수 선수를 좋아하게 되었나요.

-(유)준수 형이 2014년에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축구단에서 울산현대로 이적했어요. 저도 그 해 처음으로 울산현대 명예기자 생활을 시작했고요. 처음 만난 건 훈련장이었어요.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보다가, 이적해온 준수 형이 보이기에 사진과 사인을 요청했죠. 그런데 제가 명예기자 활동하는 걸 알았는지 먼저 아는 체 해주시더라고요. “동익이죠?”라고 말하면서요.

 

팬 이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았을 것 같아요. 그 일이 계기가 되신 건가요?

-굳이 꼽으라면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축구 차원에서 얘기를 하자면, 준수 형은 공격수부터 수비수까지 모두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에요. 제 개인적인 지론은 ‘준수 형 같은 만능선수가 팀마다 한 명씩은 있어야 한다’예요. 개인적으로는 준수 형보다는 당시 준수 형 여자친구, 지금은 형수님이 된 분과 먼저 알게 되었어요. 형수님이 SNS를 통해 “준수 응원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먼저 보내주셨거든요. 형수님과 연락이 되다보니 준수 형과 형수님이 친한 형, 누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죠. 그러다 어느 날 지인과 클럽하우스에 들렀는데, 형수님께 연락해서 준수 형이나 다른 선수들 사진이나 사인을 받고 싶은데 혹시 얘기를 좀 해줄 수 있냐, 라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형수님이 준수 형 연락처를 알려주더라고요. 그 뒤로는 이제 직접적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죠.

 

사실 팬과 선수가 그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기는 힘들잖아요.

-그렇죠. 그래도 준수 형이 팬이 아주 많은 선수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준수 형도 형수님도 제가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이후에 준수 형이 상주상무로 입대하기 전에 같이 밥을 먹기도 했고, 그 무렵부터 저도 매 시즌 준수 형 유니폼을 사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렇게 모은 유니폼을 한 번은 경기장에 가져가서 다 걸어두기도 했는데, 그게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어요. 상무 입대 이후에도 1년에 한 번은 원정 경기를 보러간 것 같네요. 골 넣으면 축하한다고 연락하기도 하고요.

 

유준수 선수 부부와 함께 한 식사자리
유준수 선수 부부와 함께 한 식사자리

 

그랬는데 상무에서 전역한 뒤 울산으로 복귀하지 않고, 곧장 태국 명문 부리람 유나이티드로 떠났어요. 그런데 이번에 태국 여행까지 갔다고 들었어요. 여행 겸 만나러 간 건가요?

-형 보러 갔죠. 동남아를 좋아하진 않거든요. 여러모로 환경이 좋지도 않고요. 준수 형이 없었으면 평생 태국 갈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준수 형이 뛰는 부리람 유나이티드는 수도 방콕에서도 차로는 5시간, 비행기로는 1시간을 가야하거든요. 공항도 우리가 입국하는 수안나품 공항이 아니라, 돈 무앙 공항에서 가야했고요. 자칫하면 일정이 꼬일 것 같아서 포기할까 하다가, 차선책으로 방콕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촌부리에서 원정 경기가 있다기에 그곳에서 경기를 보기로 했어요.

 

유준수 선수의 반응은 어땠어요? 팬이 국내 원정 경기도 아니고, 태국까지 일부러 보러오면 기분이 남달랐을 텐데.

-정작 준수 형은 오지 말라고 했어요. 촌부리나 부리람까지 올 돈 아껴서 나중에 한국 들어가면 밥이나 한 끼 사달라고. 그런데 막상 경기장 가는 길에 형에게 연락이 와서는 “나는 원정 버스로 가고 있는 중인데, 너네는 어디까지 왔냐?”고 물어봤어요. 나중에 형수님과 얘기했더니 제가 괜히 고생할까봐 걱정한 거였죠. 그래도 준수 형 유니폼도 받아서 기분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았죠. 지금도 늘 응원해요.

 

태국 촌부리에서도 만난 두 사람
태국 촌부리에서도 만난 두 사람

 

태국 여행은 유준수 선수를 보기 위해 갔지만, 그 외에도 어디로 여행을 가든 축구와 관련된 코스가 꼭 있었다고 들었어요.

-일본으로 여행가면 꼭 J리그를 보고 오곤 했어요. 스페인 여행을 갔을 때도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 가서 말로만 듣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나 캄프 누를 가보기도 하고요. J리그에 갔을 때는 동행했던 축구단 직원 덕에 당시 사간 도스에서 활동하던 정승현 선수 집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기도 했어요. 울산현대 명예기자 생활을 하면서 정승현 선수와 안면을 트긴 했지만, 축구팬으로서는 많은 호사를 누린 건 사실이죠.

 

동익씨의 유준수 셀렉션 전시, 카메라도 놓치지 않았다.
동익씨의 유준수 셀렉션 전시, 카메라도 놓치지 않았다.

 

사실 이쯤 되면 궁금한 게 생길 수밖에 없어요. 명예기자 일도 해보셨고,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한 번 이상은 고려했을 것 같아요. 소위 덕업일치(悳業一致)라고 말하는데, 축구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쉽지 않으신가요.

-처음에는 축구가 제 일이 되면 행복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대다수 매니악한 팬들의 공통분모라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가 좋아하는 팀을 위해 한다면 힘들지 않겠지 라고요. 하지만 막상 주변 지인들을 보면서 꼭 그렇지 않다는 것도 느꼈어요. 덕업일치와 취미는 취미일 때 아름답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팡질팡했지요. 지금은 울산의 한 화학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지금 회사에 입사하면서 스포츠 관련 직업에 대한 꿈을 접었어요. 처음에는 아쉬움이 컸죠. 하지만 오히려 잘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스포츠 관련 직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행복해요.

 

언제 어디서나 준수 형과 함께 응원한다.
언제 어디서나 준수 형과 함께 응원한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는 없는 유준수 선수에게도 한 마디 해주세요.

-혹시 진짜 형한테 얘기하듯이 해도 될까요. 형. 나는 형이 그라운드에서 똥(실수)을 싸더라도 물티슈와 휴지를 챙기고 응원할게요. 우리 갓준수 하고 싶은 거 다 해.

어마루 시민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