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하면 미어 터졌던, 현대차 정문 근처 어느 국밥집
데모하면 미어 터졌던, 현대차 정문 근처 어느 국밥집
  • 이동고 기자
  • 승인 2018.09.2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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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사람들

 

사진: 현대차 정문 맞은편 골목상가들은 근무조건이 바뀌면서 경기가 많이 죽었다. 공장 근처에 있어도 이득이 별로 없다. @이동고
사진: 현대차 정문 맞은편 골목상가들은 근무조건이 바뀌면서 경기가 많이 죽었다. 공장 근처에 있어도 이득이 별로 없다. @이동고

현대자동차가 밤샘 근무 없는 2교대를 실시한 지도 5년이 흘렀다. 이곳은 울산시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정문 맞은편 골목 안에 있는 국밥을 파는 식당이다. 제법 넓은 실내인데도 점심 손님은 없다. 아주머니 혼자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정문 앞에 있어도 점심은 손님이 별로 없나 봐요. 저녁 손님은 좀 있겠죠?” 하자 “현대자동차는 정문이 너무 많아서 크게 도움이 안 돼요. 특히 이 곳 정문에는 사무직 노동자들 위주로 나오니까 별로 이득이 없어요.”라고 한다.

정문이 다섯 개고 후문 쪽으로는 아산로, 명촌으로 빠져 나가니 득 될 만한 사람들이 다 그리로 빠져 나간단다. 출퇴근 시간대가 정문마다 다 다르고, 공장마다 일하는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요즘은 오히려 공장 정문에서 집회가 있거나 파업을 하면 식당이 붐빈다. 멀리서 현대차로 외근 오는 사람들이 간혹 이용한다. 이 근처에는 숙소도 없고 사전에 다 알아보고 오니까 큰 득은 못 본다. 

동네에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큰 문제란다. 회사 다니는 사람들도 못 가지고 들어갈 정도로 주차난이 심각하다. 하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다.

주인은 “여기는 자기 집이 있으니까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교육환경이나 그런 것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울산 전체가 비슷하니까. 어떤 특별한 연고지가 있으면 이사를 갈까 그냥 사는 편이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퇴근이 오후 3시 반이니 술을 먹기는 그렇고, 다음 팀이 밤 12시 10분이 되어야 나오니, 늦게 문 여는 사람은 식당을 하겠지만 이 식당은 별로 관계가 없다.

“오후 3시 반에 퇴근하면 이것저것 아무래도 씀씀이가 커지겠지. 운동하고 비싼 자전거를 타고, 가족들 차로 태우고 다녀야 하지.” 나름 행복감은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은 문화 차원이 좀 다르다.”고 주인이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어렵다지만 현대차 다니는 사람도 돈이 쪼들리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물가는 오르고 쓸 곳은 없고. 전에는 다 저축하고 살았는데도 요즘은 돈 모으기가 힘드니 여유 돈이 있을 리가 없다. “요즘은 대부분 부부들이 하나 벌어서 생활이 안 되니 맞벌이로 하면 조금 저금할 정도는 되나 봐. 애들 키우는 것은 어른들이 하고.”

식당은 여기서만 10년 정도 했다. 근처 새 가게는 월세가 좀 비싸고 헌 가게는 좀 싸고 그렇다. 모든 가게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앞에 새로 생긴 포차집은 잘되는 편이다.

주인 아주머니는 가족 전체가 울산 지역경제와 밀착되었다고 강조했다. 
“집은 중구인데, 우리 아저씨도 현대중공업 다니다가 퇴직했다.”며 “아들이 셋인데 한 명은 현대중공업이고 한 명은 현대자동차인데 막내만 조금 못한 회사 다니니 좀 치이지.”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일도 빨리 마치고 돈은 두 배를 받으니, 막내 기가 죽는 게지.” 

예전에 이 양정동 마을은 돈이 남아 돈다는 말이 많았는데 현대자동차 사람들도 아파트로 많이 빠져 나가기도 하고, 지금은 돈 쓸 곳은 많고 모을 돈이 없다고 했다.

바깥사람들은 귀족노조라고 하지만 예를 들어 700~800만원 벌던 사람이 300~400만 원 정도로 떨어졌으니 얼마나 힘들겠냐고 했다. 예전에 활황기에는 파업하면 회사도 엔간하면 들어주고 했는데 지금은 전체가 힘들어 회사도 안 들어 주고 하니까 힘이 빠진 상태라는 것이다.

“남들은 데모하면 장사가 안 된다고 해도 우리 집은 데모를 해야 장사가 좀 된다니까”하며 슬쩍 미소 짓는다. 데모가 끝나면 국밥집이 미어터진다. 요새 전체 경제가 어려우니 데모도 못하고 그냥 움츠러드는 것이라 했다. 

다른 회사 다니는 사람들보다 낫겠지만, 예전 중공업, 자동차를 생각하면 형편없다는 것이다. 월급이 많을 때 씀씀이가 컸지. 월급은 줄어도 그 씀씀이를 갑자기 줄이기는 힘들고 하니, 예전에 비해 줄어든 느낌이 더 많이 나는 것이라 했다.

“자식들 교육에 한창 쓸 일은 더 늘어날 때니까 말이야.” 
작년, 재작년 명예퇴직한 사람들은 별 문제없고 오히려 지금 올라오는 젊은 애들은 더 열악한 것이라고 했다. 지금 명예퇴직한 사람들은 그 당시 영차영차 해서 나름 많이 벌었다는 것이다. “그 때는 싸우면 월급도 오르고 싸우는 맛이 났지 뭐.”

뜨거운 국밥처럼 한창 열기로 불타올랐을 때에 비하면 이제 골목 분위기는 식은 국밥처럼 미지근하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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