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소비 없는 멋진 신세계
가짜뉴스 소비 없는 멋진 신세계
  • 최병문
  • 승인 2018.10.0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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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2014년 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외침에 호응한 조선일보는 ‘남북이 하나 될 때, 동아시아 번영의 미래가 열린다’며 통일기획 기사를 연재했다. “남북한이 올해부터 상호 화해 교류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경제 사회적 통합을 이뤄갈 경우 앞으로 16년 후인 2030년엔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을 제치고 ‘G7 국가’로 뛰어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 관광시설 4조 투자하면 년 40조 번다”는 등 남북 경협 필요성을 적극 외쳤다. 그러던 조선일보가 최근 보도 기사와 논설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번영 정책에 대해 무차별 비난과 저주를 퍼붓고 있다. “성과는 없는데 퍼주기 쇼만 요란하다”, “북한 비핵화 진전 없는데 우리만 무장해제한다”, “경제무능 친북좌파 문재인 정권이 평화놀음으로 김정은 대변인 노릇만 한다” 등으로 간추릴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무슨 인지부조화 현상인가. 그러나 그들은 외롭지 않다. 2011년 출범한 종편채널이 있고 극우담론과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카카오톡 단톡방, 유튜브 채널 등이 있다. 이들과 태극기부대, 대한애국당 등의 야당은 서로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특유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8년 현재, 우리 국민들은 스마트폰 도움을 받아 카카오 단톡방과 유튜브 채널 등의 ‘카더라통신’을 통해 유통되는 온갖 정보를 접하고 있다. 유독 북한 퍼주기 관련 거짓정보가 끊임없이 생산 유통되고 있는데 특히 노인들을 타깃으로 삼은 채널들이 적지 않다. 노인들은 지난 70여년간 북한정권과 공산주의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이 곧 애국이라 믿으며 살아왔기에 북한 관련해서는 오히려 가짜뉴스가 자신의 신념과 부합한다고 느낀다. 따라서 그들의 적개심을 활용하려는 보수기득권세력의 거짓 선동에 쉽게 동조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생산 유통된 북한 퍼주기 관련 가짜뉴스만 살펴봐도 그 사례가 엄청나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비용을 우리가 현금으로 준다’는 정보가 떠돌았는데 실제로는 우리 정부와 IOC가 현물로 지원했다. 가상화폐가 화두였을 때는 ‘북한으로 비트코인 거액 송금’이라는 루머가 확산됐고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4월 말에는 ‘청와대가 김정은에게 10억짜리 벤츠를 선물했다’는 거짓정보가 퍼졌다. 쌀값이 오른 8월 중순에는 ‘대북 쌀 지원으로 쌀값 폭등’이라는 거짓뉴스가 확산되었고 최근에는 허평환 전 기무사령관이 ‘국민연금 200조 퍼주기’라는 루머를 퍼뜨렸다. 이 모든 가짜뉴스는 국민의 관심을 많이 받는 이슈와 북한 혐오를 연결시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일간베스트와 몇몇 정치인, 언론인 그리고 유튜브 채널이 생산과 유통 주역을 담당했다. 주요 채널의 유튜브 조회수를 살펴보면 그 확산력은 상당하며 검증책임 없이 극우세력 행동대장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치관련 유튜브 채널은 보수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는 편이다. 지난 정권 시절 진보가 ‘나꼼수’ 등의 팟캐스트를 통해 담론을 형성했듯이 권력을 잃은 보수 특히 극우세력은 유튜브 채널을 선택했다. 팟캐스트는 콘텐츠 수익모델 없이 주로 후원으로 운영된 반면 유튜브 채널은 자생가능한 컨텐츠 수익기반을 가지고 있다. 유명 유튜브 채널인 ‘신의한수’는 월 최대 약 3000만원, ‘정규재티브이’는 약 2500만원의 월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무책임한 정치선동 세력이 안정적인 재생산 구조를 갖추고 인터넷 공간에서 독버섯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가짜뉴스의 주 타깃이 되는 노인들의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도 흥미롭다. 그들은 소위 진보세력이 규정하는 가짜뉴스가 진보정권에 장악된 언론 뉴스에 없는 ‘진짜배기 정보’라고 항변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보고서>(2018년 8월)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노인들은 100% 진실이 아니고 99% 거짓말이라도, 1% ‘내가 아는 진실’이 있는 뉴스를 찾아 떠돈다’고 한다. 즉 ‘기사 내용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에 부합하면 그게 진짜뉴스’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도 ‘뉴스 과잉 시대에 노인들은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날 편하게 하는 정보를 원한다’며 ‘진실을 알고자 뉴스를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달랠 방편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주변 친구들도 다 그렇다. 뉴스에 안 나오는 것들은 카카오톡으로 받아 보고, 낮에 종일 종편 뉴스를 보니 세상 돌아가는 게 훤하다”고 말하는 가짜뉴스 중독 노인들에게 진실을 알릴 방법은 무엇일까? 그들도 과거 독재정권 세뇌교육의 또 다른 희생자가 아닐까?

가짜뉴스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공감되고 있는 것은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즉 미디어 정보해독능력 교육이다. 어릴 때부터 모든 초중고 학생들에게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정보의 진위여부를 판별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다. 당장의 대책으로 공영방송 등을 통해 지속적인 팩트체크를 해주고 정부가 수시로 적극적인 정책 홍보를 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 하겠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우리 노인들이 기꺼이 진실을 찾아 나서게 할 묘안은 없을까? 가짜뉴스 따위를 소비하지 않고도 외롭지 않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낄 ‘멋진 신세계’를 살아가게 할 방안은 진정 없는 걸까?

최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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