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 VS “명당” 사극 영화의 현재?
“안시성” VS “명당” 사극 영화의 현재?
  • 배문석 시민기자
  • 승인 2018.10.04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존인물을 등장시킨 가상역사의 허와 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의 흥행 앞자리는 두 편의 역사 드라마가 차지했다. 1500년 전 당나라의 침공을 막아낸 고구려를 담아낸 <안시성>과 조선말기 세도정치와 충돌했던 흥선대원군의 젊은 시절을 역술로 푼 <명당>이다.

두 편의 공통점은 실존인물과 가상의 인물을 섞어 만든 이야기라는 것이다. 고구려 장수 양만춘(조인성)과 별 볼 일 없는 왕족 흥선(지성)은 모두 실존인물이지만 태학 생도로 참전한 사물(남주혁)과 세도정치에 치를 떠는 지관 박재상(조승우)은 감독이 창조한 인물이다. 이런 식의 구성은 여러 창작물 속에 매우 흔하다. 영어로 사실을 말하는 팩트(fact)와 허구를 뜻하는 픽션(fiction)을 섞은 신조어 ‘팩션’이라 부르기도 한다.

 

 

두 편의 팩션(faction) 사극이 동시에 개봉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이야기하고픈 연출 의도와 그런 상상의 쾌감을 기대하는 관객이 만나서다. 결국 성패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현대의 관객들과 어떻게 공명할 것인가에 달렸다.

먼저 <안시성>은 당태종 이세민(박성웅)이 몰고 온 외세에 항거하는 고구려의 모습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말한다. 그리고 당시 권력자 연개소문(유오성)과 적대했던 양만춘이 결국 하나로 뭉치는 것이 부수적인 결과다. 한반도 평화의 바람과 주변 강국의 복잡해지는 셈법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 <명당>은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두 명의 왕을 배출할 명당자리를 두고 세도가문 장동김씨의 수장 김좌근(백윤식)과 그 패악에 맞선 흥선대원군을 모두 좋게 보지 않는다. 가장 정의로운 것은 탐욕스런 권력의 틈에서 끼어 든 천재지관 박재상이다.

 

 

품의 수준만 따지면 둘 다 망작은 아니다. 하지만 들인 공에 비하면 그저 평범한 영화일 뿐이다. 특히 <명당>은 좋은 연기를 끌어낼 수 있는 배우들을 모아 놓고 성의 없는 전개로 일관해 아쉬웠다. 특히 후반부 표변한 흥선의 명당 집착에 이르면 봐주기 힘들만큼 망가진다. 박희곤 감독이 <관상>(2013)이후 또 한 번 역학을 소재로 만든 사극이라 기대했기에 더 실망스럽다.

부족한 사료를 바탕으로 고대의 성곽전투에 힘을 잔뜩 줘 재현한 <안시성>은 그 자체로 좀 더 수고했다. 그러나 이 시대에 필요한 영웅으로 그려낸 양만춘은 너무 과했고, 함께 싸운 부하장수와 백성들은 어딘가 부족하다. 특히 여자장수 백하(설현)와 신녀 시미(정은채)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만 한다. 거기에 적 황제 이세민과 연개소문은 존재감이 훅 떨어진다. 공성전을 중심에 둔 4차례의 큰 전투장면의 규모가 그나마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보통 이맘때 개봉한 영화 중 한 두 편이 연말 시즌까지 흥행을 이끌어갔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경쟁이 될 외화 대작이 없어 관객을 모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올 추석 극장가는 여느 해보다 초란한 상으로 끝났다.

배문석 시민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