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아니라 북카페에 가야 하는 이유는?
스타벅스가 아니라 북카페에 가야 하는 이유는?
  • 박대헌 시민기자
  • 승인 2018.10.0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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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탐방

독립서점 이전에 동네책방

독립서점이라는 말이 언론에서 심심찮게 나오기 전에도 집 근처에 서점은 있었다. 그때는 그 서점들을 동네책방이라 불렀다. 집 근처 동네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과거의 동네책방들은 주거지에 있었던 것이다.

최근 만나게 되는 독립서점들은 비교적 유동인구가 있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주로 20~30대 내에서 입소문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 자체로 핫플레이스이기 때문에 동네를 한참 벗어나는 곳에서 기꺼이 서점으로 오는 ‘외부인’들이 많다. 이런 몇 가지 특징들을 통해 과거의 독립서점과는 다른 형태로 서점이 소비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런데 책발전소 위례는 위치부터가 기존 독립서점과는 달랐다. 오상진-김소영 아나운서 부부가 두 번째로 낸 독립서점 책발전소 위례는 아파트 거주지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합정역에 잇는 당인리책발전소와 달리, 근처에 지하철도 없다. 어쩌면 본격적으로 ‘동네사람’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동네책방을 하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위례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책발전소 위례
위례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책발전소 위례

 

실제로 당인리책발전소의 몇 배 정도로 넓은 공간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오픈하지 않은 Market이라는 공간은 책발전소 위례에 입점해 있는 책이라면, 중고로 사고파는 공간으로 기획되어 있었다. 독립서점 옆에 작은 중고서점을 운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마도, 마켓이라는 공간은 처음에는 책을 매개로 시작하겠지만, 향후에는 다양한 품목을 받아들이면서 일종의 커뮤니티이자 플랫폼의 역할을 준비하고자 하는 게 아니었을까.

 

마켓이라는 공간을 준비 중에 있다
마켓이라는 공간을 준비 중에 있다

 

이러한 생각은 책발전소 위례 내부에 들어가면서 더 확신이 들었다. 당인리책발전소보다 훨씬 넓어진 공간에는 ‘책’이 아니라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서점보다는 카페에, 책보다는 공간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은 듯한 모습이었다.

 

서점 내부에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공간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
서점 내부에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공간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

 

또한 아파트 단지의 한 가운데에 있는 만큼, 부모를 위한 큐레이션과 아이를 위한 동화책 공간이 구비되어 있었다. 마치, 예전에 사랑방 역할을 했던 동네서점처럼 어머니와 아이를 부르는 곳으로 공간은 기획되어 있었다. 책발전소 위례가 지향하는 동네서점이라는 콘셉은 비즈니스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사실, 필자가 방문한 날 본 풍경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책은 카페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가?

필자가 간 날은 주말이었다. 어떻게 보면, 평일에는 직장 등으로 이용하지 못했던 가족 이용자들이 서점에 가기에 좋은 날인 셈이다. 게다가 바로 집 앞에 있는 동네 서점이니 말이다. 그런데 필자가 본 풍경은 ‘기존 카페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공부카페에 가까운 분위기였던 주말 오후 서점 전경
공부카페에 가까운 분위기였던 주말 오후 서점 전경

 

의자와 테이블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만, 독립서점이자 북카페인 공간에서 이용객들이 가장 많이 보고 있는 것은 ‘노트북’이었다. 가족 단위로 오는 이들보다는 1~2명이 업무 또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 오는 소비자였다. 그랬다. 공부하기 좋은 카페로 소문난 곳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 풍경인 셈이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카페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와 독립서점을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대체적으로 분리되었기 때문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서점만이 특성이 어우러진 큐레이션화된 책이 있더라도, 카페는 북카페가 아니라 카페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기존 서점을 운영한 만큼, 책 큐레이션은 깔끔하다
기존 서점을 운영한 만큼, 책 큐레이션은 깔끔하다

 

확실히 카페 자체만 본다면, 나쁘지 않았다. 책발전소 위례는 건물 2층에 있고, 바로 아래에 스타벅스가 있다. 음료 가격은 스타벅스보다 좀더 비싼 편인데도, 주말타임에 이용객들로 가득하다는 것은 책발전소 위례의 카페 공간 서비스가 나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이용객들의 소비 형태를 봐서는 그것은 ‘북카페가 아니라 공부카페’로의 특정처럼 보였다.

 

책발전소 위례 바로 아래에는 스타벅스가 있다
책발전소 위례 바로 아래에는 스타벅스가 있다

 

그럼에도 서점과 카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는 일부 고객들의 인터넷 리뷰 속 불만 속에 담겨있었다. 책발전소 위례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반응을 보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서점보다 책과 독서가 제한적이고, 카페보다 가격과 편리성이 떨어진다는 셈이다.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동화책 샘플은 한정적이다. 나머지 동화책은 전부 랩핑이 되어있다. 서점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면서도,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기존 대형 프렌차이즈 서점에서의 이용경험에 비하면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콘센트가 제거된 독서 테이블을 만들었지만, 그 테이블에서 책을 보는 이들은 소수였다. 스타벅스가 아니라 북카페를, 대형 프렌차이즈서점이 아니라 북카페를 가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아직 책발전소 위례는 제시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서점도 카페도 아닌 새로운 공간소비를 만들 수 있을까?

책발전소 위례 말고도, 카페와 서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독립서점들은 많다. 다만, 여전히 공간을 어떻게 소비하게 만들 것인지는 고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카페를 이용하면서 ‘책’을 볼 수는 없게 만드는 규칙이 그렇다. 음료 등을 이용하면 책이 손상될 수 있기에 서점은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 또한 여전히 책은 ‘판매되는 상품’으로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가에 있는 책은 구매 전에는 카페로 가지고 올 수 없다
서가에 있는 책은 구매 전에는 카페로 가지고 올 수 없다

 

그러나 그 순간 서점과 카페라는 서비스는 분리된다. 서가에서 ‘서서’ 책을 둘러볼 수는 있지만, 테이블에 앉는 것은 어렵다. 카페를 통해 테이블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책을 가져오는 것은 어렵다. 이러한 분리 속에서 차라리 책과 무관하게 카페라는 공간을 이용하려는 이들로 공간은 가득 채워진다. 물론, 그것만으로 서점이 운영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런 곳이라면 책이 아니더라도 여전히 비즈니스적으로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책을 구매하는 이유가 ‘콘텐츠’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책을 소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종이를 소유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한다. 필자 생각하기에 이를 판매하기에 적합한 곳이 바로 북카페이다.

책발전소 위례에는 독서대라는 공간이 있다. 아마, 책을 구매한 이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이런 공간을 더욱 발전시킬 수는 없을까? 1잔씩 음료를 소비하듯이 책을(혹은 책에 관계된 어떤 멤버십 비즈니스를) 소비하게 만드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길다란 테이블을 독서대로 이용하도록 놓여있다
길다란 테이블을 독서대로 이용하도록 놓여있다

 

책발전소 위례는 책만큼 공간을 중요시 여기는 독립서점이자 북카페였다. 그곳이라면 기존의 카페와 다르고, 서점과도 다른 ‘공간 소비’가 나올지도 모른다. 마켓이 등장하고, 보다 더욱 동네책방으로 자리매김하면, 그 다음 스텝은 더 놀라운 게 나오지 않을까? 1년 후, 공간으로서 기획이 더욱 성숙해진 책발전소 위례를 기대해본다.

 

쾌적하게 넓어진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쾌적하게 넓어진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박대헌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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