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이 되어 울산을 다시 찾은 한독 숲 협력 산 증인들
70대 노인이 되어 울산을 다시 찾은 한독 숲 협력 산 증인들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8.10.10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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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 숲 협력 44년]
한독산림경영사업기구 4대 사업관리인 로어바흐 씨
헤센주 산림청 전 영림서장 키네크루스 씨 울산 방문
소호 참나무숲, 옛 한독기구 양산사업소 임업기술훈련원 들러
한독임업기술협력 토론회...송철호 시장, 이선호 군수 참석
40년 된 우리 숲, 100년 숲 기로...‘한독산림협력 버전2’ 가능성
송철호 시장 “지속가능 숲 개발 구체 계획 논의할 기회 갖겠다”

1974년 설립된 한독산림경영사업기구(한독기구) 양산사업소(현 양산 임업기술훈련원)와 강릉임업기계훈련원에서 청춘을 불태웠던 독일 임업 전문가들이 70대 노인이 되어 울산을 다시 찾았다. 1984년부터 1989년까지 한독기구 사업관리인으로 일했던 로어바흐 씨 부부와 1981년부터 1995년까지 독일로 임업기술 연수를 온 한국 산림 공무원들에게 독일 숲경영을 안내하고 지도했던 키네크루스 씨 부부, 현 독일 헤센주 산림청 맨프레 바우어 부장이 그들이다. 독일 원로 부부와 바우어 부장은 6일 강원도 인제군에서 열린 대한민국 산림박람회를 돌아보고 그날 저녁 울산에 도착해 이튿날 한독기구 시범사업을 벌였던 울주군 소호리와 양산 임업기술훈련원을 방문했다. 

“짧은 기간 좋은 숲 일군 한국, 지속가능 임업 발전단계 진입”

7일 오전 10시 소호산촌유학센터. 한독기구 양산사업소장이었던 김종관 박사는 30년 만에 만난 로어바흐 씨와 키네크루스 씨 부부, 바우어 부장을 반갑게 맞았다. 김종관 박사는 폰 크리스텐 박사와 스쿠어, 베커, 로어바흐, 리히튼버거 씨 등 역대 한독기구 사업관리인과 에르하르트, 뮐러, 포트, 베닝 씨 등 파견 전문가들, 전 헤센주 산림청장 프뢸리히 박사와 임업시험장장 게트너 박사, 독일기술협력기구(GTZ) 전문가 폰 그로투스 씨 등의 이름을 일일이 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한독기구 사업 과정을 정리해 펴낸 책 <숲과 산주를 위한 꿈>(2003)을 선물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바우어 부장은 “30~4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산림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들었는데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좋은 숲을 일궈낸 걸 보고 놀랐다”며 “앞으로 한국의 임업이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반을 갖기 시작했고, 지속가능한 임업을 적용시켜 목재를 수확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어바흐 씨는 “당시 한독기구 현장사업을 총괄했던 김종관 박사와 6년 동안 현장에서 산주들과 함께했던 에르하르트 씨 같은 동료들의 노고가 컸다”며 공을 돌렸다. 한독기구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우송죽 내와리산주협의회장은 “먼 타국 땅에서 기술협력을 해준 덕분으로 우리 산촌이 지금처럼 됐다고 생각한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1984년 울주군 소호리 참나무숲 한독사업 종료 기념석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가 로어바흐 당시 한독산림경영사업기구 4대 사업관리인, 네 번째가 김종관 박사다. 사진 제공=김종관 박사
1984년 울주군 소호리 참나무숲 한독사업 종료 기념석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가 로어바흐 당시 한독산림경영사업기구 4대 사업관리인, 네 번째가 김종관 박사다. 사진 제공=김종관 박사
울주군 소호리 참나무숲 한독사업 종료 기념석 앞에 34년 만에 다시 선 로어바흐 씨와 김종관 박사. 왼쪽부터 맨프레 바우어 독일 헤센주 산림청 부장, 김종관 박사, 로어바흐 씨, 키네크루스 전 헤센주 산림청 영림서장. ⓒ이종호 기자
울주군 소호리 참나무숲 한독사업 종료 기념석 앞에 34년 만에 다시 선 로어바흐 씨와 김종관 박사. 왼쪽부터 맨프레 바우어 독일 헤센주 산림청 부장, 김종관 박사, 로어바흐 씨, 키네크루스 전 헤센주 산림청 영림서장. ⓒ이종호 기자

일행은 소호분교 느티나무 아래서 소호산촌유학 이야기를 전해 듣고, 곧장 소호리 와항재 참나무숲으로 갔다. 이 숲은 1982년부터 한독기구가 천연림 보육사업으로 가꾼 시범림이었다. 나무나이 50년을 넘나드는 참나무와 그 아래 심은 전나무, 잣나무 같은 바늘잎나무(침엽수)들이 어우러진 숲에는 1984년 4월 30일 소호리산림경영협업체가 세운 ‘한독사업 종료기념’석이 있다. 김종관 박사의 책 <숲과 산주를 위한 꿈>의 표지는 이 기념석 앞에서 찍은 사진으로 꾸몄다. 1984년 찍은 사진엔 젊은 로어바흐 씨의 모습이 보인다. 

숲속 상수리나무 아래 ‘독일 헤센주 영림서장(임업시험장장을 잘못 표기) 게트너 박사가 1984년 5월 17일 가지치기한 나무’라고 새긴 알림돌이 있다. 키네크루스 씨는 숲을 돌아보며 독일에서 솎아베기(간벌)하는 방법을 얘기했다. 미래목(목적수)을 정하고 미래목끼리 7미터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3~4년에 하나씩 주위의 안 좋은 나무를 베는 방식이다. 햇빛이 많이 없어도 잘 자라는 음수인 전나무 같은 바늘잎나무들은 놔둔다. 소호 참나무숲이 그렇게 가꿔지고 성장했다.

1984년 독일 헤센주 산림청 게트너 임업시험장장이 가지치기했다는 알림돌이 있는 상수리나무 앞에서 로어바흐(왼쪽) 씨와 키네크루스(오른쪽) 씨가 독일 솎아베기(간벌)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종호 기자
1984년 독일 헤센주 산림청 게트너 임업시험장장이 가지치기했다는 알림돌이 있는 상수리나무 앞에서 로어바흐(왼쪽) 씨와 키네크루스(오른쪽) 씨가 독일 솎아베기(간벌)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종호 기자

양산 통도사 들머리 임업기술훈련원의 전신은 한독기구 양산사업소다. 임업기술훈련원을 방문한 일행을 반갑게 맞은 류재철 훈련원장의 인사에 바우어 부장은 “40년 전 협력사업들이 얼마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너무나 잘 보았다”며 “한국의 임업은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이고 독일 임업 관계자들과 다른 주제, 다른 각도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헤센주 국립공원관리소장을 겸하고 있는 바우어 부장은 “직무상 결정권을 갖고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필요한 경우에 새로운 분야와 차원의 협력에 대해 관계기관에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면서 ‘한독산림협력 버전2’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옛 한독기구 양산사업소였던 임업기술훈련원을 찾은 독일 임업 전문가들. ⓒ이종호 기자
옛 한독기구 양산사업소였던 임업기술훈련원을 찾은 독일 임업 전문가들. ⓒ이종호 기자

새로운 단계의 한독산림협력 모색...로어바흐 씨 “자원봉사하러 오겠다”

7일 오후 3시 30분부터 울산대공원 그린하우스에서 열린 한독임업기술협력 토론회에는 송철호 울산시장과 이선호 울주군수를 비롯해 40여 명이 참석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격렬한 투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스스로 성공시킨 기적, 교육을 통해 단기간에 문맹을 극복한 기적, 단기간에 황폐한 산림을 되살린 기적이 우리가 이룬 3대 기적”이라며 “산림경영에 대해 경청하고 더 힘이 되도록 보태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이선호 군수는 “울주군의 70퍼센트가 산림”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친환경적으로 숲을 보전하는 데 고민이 많은데 의견을 듣고 큰 그림 그리는 데 참조하겠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울산대공원 그린하우스에서 열린 한독임업기술협력 토론회. ⓒ이종호 기자
7일 오후 울산대공원 그린하우스에서 열린 한독임업기술협력 토론회. ⓒ이종호 기자

바우어 부장은 “한국의 산림은 30~40년 전과 다르게 푸르러졌는데 이제는 다른 발전된 단계로 나아갈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기”라며 “산림의 경제적 이용과 환경친화적 측면을 고려해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종관 박사는 ‘한독 국제협력 산림사업 성과 및 현대적 복원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박사는 산림경영협업체 조직, 산림경영 담당자 현지 파견, 협업영림계획서 편성, 산림 전문작업단 운영, 정부의 지원 및 지도라는 한독식 협업경영제도의 모델을 정립하고, 1984년부터 1995년까지 전국 250여 곳에 산림경영협업체를 확대 조직한 것을 한독기구 시범사업의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1999년 협업경영제도 정책지원사업이 중단되면서 협업지도소가 해체되고 지도원이 철수돼 대다수 산주협업체들이 해체됐다. 김 박사는 이 점을 한계로 들고, 한독식 협업경영제도를 다시 활성화해 사유림경영과 산림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며 과거 한독사업 지역이었던 울주군 두서면과 상북면 일대에 ‘상생과 협력의 숲’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로어바흐 씨는 “산림이 울창해져서 보기는 좋은데 숲이 보기 좋은 걸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며 “사람이 들어가서 일할 수 있는 환경, 임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30년 전 사진을 보면 나무가 가늘었는데 지금은 많이 굵어졌다”며 “이제는 이런 산림을 갖고 경제성 있는 목재로 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필요한 것은 일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 작업을 돕는 장비와 임도”라며 “지속가능한 임업을 통해 목재 자급률을 올릴 수 있고 건축자재로 쓸 수 있는 목재를 굳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안 좋은 목재는 제지산업에, 좋은 목재는 제재소로 보내 목재를 활용한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자연환경 보호와 목재 활용을 합치시키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로어바흐 씨는 “전쟁이 끝난 지 60~70년 만에 헐벗은 산을 푸르른 숲으로 만든 한국을 매우 존경한다”면서 산림이 황폐한 곳이 생기기 시작한 이탈리아나 그리스 같은 일부 유럽 국가와 대비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경제림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앞으로 목표를 무난히 잘 달성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독일과 협력이 필요하다면 자원봉사라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강오 전 서울어린이대공원 원장은 울산의 ‘울’자가 ‘울창할 울’자라며 한독사업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숲에서 태어나 산업현장에서 ‘철수’로 지내다 은퇴를 하고 숲에서 ‘목수’를 꿈꾸는 베이비부머들, 자동차산업 일자리 70만 개보다 임업 일자리가 110만 개로 더 많은 독일, 체계적인 산림경영 시대로 진입하기 위한 전환점에 서있는 우리 숲에 대한 이야기 끝에 이강오 전 원장은 40년짜리 숲을 반복하지 말고 100년 숲을 만들자며 산림경영협업체 복원, 신림은행 시스템 도입과 더불어 상북지역 3개 폐교를 철수와 목수를 위한 재교육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남알프스 산림경영과 생태관광을 위한 특수법인 ‘지역산림경영센터’ 설립도 제안했다.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 이인세 소장은 박병희 울산시 일자리총괄과 과장, 전주호 울산시산림조합 조합장, 이종호 울산저널 편집국장,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정병모 울산산촌임업희망단 대표, 한새롬 울산발전연구원 정책연구실 연구원, 김수환 울주 그루메니저의 토론문을 요약하고 토론을 이어갔다.

전 강릉임업기계훈련원 원장 마상규 박사는 임목축적이 150입방미터에 이른 우리 숲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 북한과 협력해 미래에 함께 살 수 있는 숲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두 가지 과제가 있다면서 30년 전에 미래 숲을 가꿀 수 있는 시스템이 중단돼 허송세월만 보냈다고 질타했다. 마 박사는 산주에게 맡기지 말고 산림경영을 할 수 있도록 5000~1만 헥타르 규모로 단지화하고, 자율성과 책임을 갖는 경영 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숲경영에 필요한 체계적 지식과 방법론이 정리돼 있지 않기 때문에 4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독일의 경영기법을 갖고 들어오면 단기간에 성공할 수도 있다면서 로어바흐 씨가 자신이 말한 대로 자원봉사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키네크루스 씨는 과거 헤센주 영림서에서는 200헥타르를 두 명이 관리하다가 지금은 400헥타르를 한 명이 관리하는 경우도 있고, 기계화와 외주화가 늘고 있다면서 과거처럼 고용 창출이 쉽지 않은 독일 임업의 현실을 전했다. 바우어 부장은 중요한 것은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며 고용 계획에서 기계화에 따른 인력대체 요소와 목재 활용 기술 개발 정도,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숲이 평지에 있는 독일과 달리 산에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작업 비용과 사유림 비중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시간 넘은 토론 자리를 끝까지 지킨 송철호 울산시장은 “기적적으로 우리 산림을 녹화시키고 발전시켜준 숨은 공로자와 숨은 일꾼들의 소중한 기여에 깊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상북면 길천산업단지를 어떻게 대체할지 고민이었는데 산림의 미래와 운명적으로 접합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속가능한 숲 개발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할 기회를 갖겠다”고 약속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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