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딸에게 그리고...... 아들에게
엄마가 딸에게 그리고...... 아들에게
  •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승인 2018.10.1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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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다음 주면 엄마가 흙으로 돌아가신지 1년이 된다. 바로 이 맘 때였다. 교육청 책축제로 한참 바쁠 때였다. 금토일 3일 동안 이어지는 책축제 둘쨋날. 외국어교육원 대강의실에서 낭송낭독대회가 중반을 넘어설 때 문자가 연이어 날아왔다. 형님으로부터, 그리고 누나로부터. 직감적으로 엄마에 대한 문자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애써 외면하고 눈앞에 펼쳐지는 학생들의 낭송낭독 심사에 집중했다. 순위가 매겨지고 심사위원장의 마무리 말이 끝나자마자 핸드폰 문자를 찬찬히 살폈다. 문자 내용을 곱씹으면서 책축제 팀장이신 선배님과 담당 장학사님께 조용히 말씀 드리고 차로 급히 달려갔다. 그리고 제발 내가 갈 때까지 살아있기만을 마음속으로 빌면서 달렸다. 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그 무언가를 누르며 엄마가 계신 대구로 달렸다. 어떻게 대구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병원으로 가던 중 형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병원으로 올 필요가 없다고. 시골로 바로 오라는.

상조회 총무를 맡고 있는 동료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시골로 간다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난 울먹이며 불분명한 말을 내뱉으며 시골로 간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전화기 저 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답하지 못하고 갓길에 차를 멈춰 한동안 말을 채 잇지 못했다. 나중에 전화 하겠다는 얘기만 남기고 엄마가 계신 고향으로 달렸다.

지난 주 수업 시간, ‘책으로 세상읽기’ 단원의 생각열기를 수업했다. 노랫말에서 공감되는 부분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관련지어 발표하는 것이었다. 제시된 노랫말은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였다. 수업 전 미리 노래를 들어보았는데 내 정서와 약간 동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양화대교’ 대신 GOD의 ‘어머님께’와 양희은 & 악동뮤지션의 ‘엄마가 딸에게’를 들려주었다. GOD의 ‘어머님께’의 뮤직 비디오는 몇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노랫말과 영상이 어우러져 진한 감동을 주었다.-중간 중간 나오는 박00의 동작에 아이들은 웃음을 지었지만 전체적으로 노랫말과 영상이 잘 어우러졌다. 그 다음 바로 양희은 & 악동뮤지션의 ‘엄마가 딸에게’를 같이 듣고 보았다. GOD의 ‘어머님께’도 진한 감동을 주었지만 이 음악에는 미치지 못한 듯 했다. 아이들에게 현실적으로, 피부로 와닿는 노랫말과 곡조는 심금을 울리고도 남았다. 1학기 음악 시간에 Y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나도 아이들에게 보여준 영상이었지만 이번에 들려주었을 때는 1학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이들도 갓 중학생 티를 벗어난 1학기와 달리 고등학교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는 단계에서 듣는 음악이 좀 달랐던 모양이다. 난 시종일관 아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학생 한 명이 눈물을 글썽이더니 이내 맑은 눈물방울로 얼굴을 적셨다. 영상을 다 보고 나는 노랫말을 화면에 띄우고 읽어 내려갔다.

 

‘엄마가 딸에게’
           

                    작곡: 김창기/ 작사: 양희은, 김창기 

(엄마)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 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 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아이)
난 한참 세상 살았는 줄만 알았는데
아직 열여덟(원곡 가사는 열다섯인데 악뮤의 여동생이 당시 열여덟로 추정됨)-이고
난 항상 예쁜 딸로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미운 털이 박혔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알고픈 일들 정말 많지만
엄만 또 늘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내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지

(엄마 & 아이)
공부해라
그게 중요한 건 나도 알아
성실해라
나도 애쓰고 있잖아요
사랑해라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나의 삶을 살게 해줘
왜 엄만 내 마음도 모른 채
매일 똑같은 잔소리로
또 자꾸만 보채
난 지금 차가운 새장 속에 갇혀
살아갈 새처럼 답답해
원망하려는 말만 계속해
제발 나를 내버려두라고
왜 애처럼 보냐고
내 얘길 들어보라고
나도 마음이 많이 아퍼
힘들어하고 있다고
아무리 노력해봐도
난 엄마의 눈엔 그저
철없는 딸인 거냐고
나를 혼자 있게 놔둬

(엄마)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내가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걸
용서해줄 수 있겠니
넌 나보다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해주겠니
랄 라랄 라랄 라랄

(아이)
엄마 나를 좀 믿어줘요
어려운 말이 아닌
따스한 손을 내밀어줘요
날 걱정해주는 엄마의 말들이
무겁게 느껴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게
무섭게 느껴져
왜 몰래 눈물을 훔쳐요
조용히 가슴을 쳐요
엄마의 걱정보다
난 더 잘 해낼 수 있어요
그 무엇을 해내든
언제나 난 엄마의 딸로
다 버텨내고 살아갈 테니
걱정하지 마요
말하지 않아도 난 알고 있다고
엄만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한단 걸
그래서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엄마처럼 좋은 엄마 되는 게
내 꿈이란 거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고
엄만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한단 걸
그래서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
바로 내 꿈이란 거

잠시 눈을 붙인 줄 알았는데 벌써 늙어버린 엄마, 아이에게 해주고픈 말을 진심으로 읊지만 아이에게는 그게 다만 잔소리와 구속에 지나지 않는다. 제발 내버려두라고 새장에 갇힌 새에서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가 되고 싶다고 얘길한다. 나는 이미 흙으로 돌아가신 늙은 엄마가 젊은 아들에게 얘기해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끝끝내 노랫말에 대한 아이들의 얘기를 듣지 못하고 노트북과 교과서와 마이크를 교실에 두고 복도를 뛰어갔다. 반장에게 내 물건을 챙겨 내 책상 위에 갔다두라고 나지막하게 얘기를 남기고.

딸에게나 아들에게나 엄마는 영원한 안식처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더불어 홀로 남으신 아버지는 지어미 없는 외로움 속에서 뇌가 조금씩 조금씩 녹아내리며 지어미 곁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노재용 삼일여고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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