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노동자투쟁
쌍용자동차,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노동자투쟁
  • 박유기 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
  • 승인 2018.10.10 1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 논단

공장 지붕 위에서 테이저건을 노동자들 얼굴에다 쏘고, 방패와 곤봉을 들고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무차별로 두들겨 패고, 짓밟고, 질질 끌고 닭장차에 집어넣었던 그곳, 2009년 8월,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하늘에서는 경찰 헬기로부터 최루액이 소낙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책은행이 앞장서서 쌍용자동차를 해외 매각했고, 상하이 자본은 쌍용자동차 기술만 빼먹고 튀었고(먹튀), 경영자들은 회계장부까지 조작하면서 쌍용자동차 부실을 부풀렸고, 수천 명의 노동자들을 쫒아내기 위해 정리해고를 감행했다.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일터인 공장 안에서 77일간 버티며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조현오를 앞세워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폭력진압을 자행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단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해고자 복직과 피해자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끈질기게 투쟁을 전개했다. 10년에 가까운 투쟁, 그 시간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 등 30명이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졌다.
서울 한복판 대한문 앞 거리에서 분향소를 차리고 끝장 투쟁을 전개하다 지난 9월 13일 남아있는 해고자 119명 전원을 내년 상반기까지 복직시키기로 최종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명박은 대통령 재임 시절 노조에 대한 지원과 전임자를 축소하는 타임오프제와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설립을 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악했다. 노조 파괴 전문가로 악명이 높았던 창조컨설팅은 이명박의 개악 노동법을 악용해서 기존의 민주노조를 말살하기 위해 회사측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앞세워 기업 내 복수노조를 만들고, 민주노조 핵심 간부들을 무더기로 해고하고, 온갖 악행으로 민주노조 와해를 시도해왔다.


창조컨설팅의 자문으로 노조와해 책동에 나섰던 대표적인 악덕 기업이 유성기업과 발레오만도였다. 유성기업과 발레오만도는 금속노조 충남지부와 경주지부의 핵심 사업장이었다.


“파업유도→직장폐쇄→대규모 해고→복수노조 설립→민주노조 고사 시도”라는 악랄한 수법으로 노조 파괴에 나섰지만, 유성기업과 발레오만도 민주노조 지도부는 9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공농성, 노숙농성, 단식투쟁, 집회, 상경투쟁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투쟁했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진보정당,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왔다.


10월 4일, 대법원에서는 유성기업과 발레오만도 두 사건에 대한 확정 판결을 내렸다. 유성기업에서 해고된 11명에 대해 ‘부당해고’로 판결했고, 발레오만도 해고자 14명에 대해서도 ‘부당해고’로 판결했다.


민주노조를 지키고, 징계해고자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싸웠던 8년, 그 과정에서 유성기업 한광호 조합원이 세상을 등지는 아픔을 겪었고, 발레오만도 해고자 14명 중 13명은 복직투쟁을 하는 세월 속에 이미 정년퇴직을 맞이하신 분들이다.


2018년 8월 2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임종효 판사는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현 글로벌원 대표)와 김주목 전 전무에게 나란히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에는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그리고 이명박은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박근혜는 1,2심에서 합계 징역 33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있다. 물론, 이병박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노동자 탄압에 대한 죄목은 공소장, 판결문에서 한 줄도 찾아보기 어렵다.


쌍용자동차 폭력진압 며칠 전에 당시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이었던 나는 평택 공장 안에 들어가 한상균 위원장과 현대자동차 98년 정리해고의 경험을 나눴다. 유성기업과 발레오만도 두 지회가 탄압을 받던 2010년, 나는 금속노조 위원장으로서 함께 싸웠다. 당시 모든 조건이 힘든 가운데 말레오만도 지회장에게 “버텨낼 수 있겠어?”라고 물었더니, “최소한 3년은 버틸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던 그 동지, 지난 4일 대법원 판결 후 웃으며 전화가 왔길래 말했다. “3년이 아니라 8년을 버텼구나. 정말 고생 많았다, 모두들.”
지금 이 시간에도 짧게는 몇 십 일, 길게는 몇 천 일을 넘기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곳곳에 계신다.


박유기 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