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맨손으로 완벽하게 잡는 법
파리를 맨손으로 완벽하게 잡는 법
  • 김동일
  • 승인 2018.10.1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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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본이 아빠의 일상주반사

파리라는 단어는 여러 의미로 쓰인다. 프랑스 수도도 파리고, 마르고 핏기어린 모양도 파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파리하면 모기, 바퀴벌레와 함께 대표적인 혐오 곤충이다. 모기나 바퀴벌레가 실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반면에 파리는 용감하다. 낮이건 밤이건 시도 때도 없이 앵앵거린다. 시시때때로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


파리는 잡아야 한다. 위생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그래야 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헌데 그게 쉽지 않다. 막상 파리채나 에프킬러를 들고 사냥에 나서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신기할 정도다. 막상 눈에 띌 때는 마땅한 연장이 없을 때가 많다. 가장 원초적인 도구인 손을 써보지만 매번 허탕이다. 과연 맨손으로 파리를 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진화론적으로 볼 때 파리는 나는 법을 아주 늦게 배웠다. 날개 달린 동물 통틀어서 꼴찌에서 두번 째다. 박쥐 때문에 겨우 꼴지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제일 먼저 날게 된 풍뎅이보다도 훨 잘 날아다닌다. 풍뎅이 정도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파리는 맨손으로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 당연히 그건 다 이유가 있다.


파리와 인간은 신경계가 다르다. 사람은 한 사물과 다른 사물을 구분하는 데 20분의 1초까지는 감각으로 판별할 수 있다. 그 이상 빠르면 구분 못한다. 예를 들어 영화는 사실 동영상이 아니라 무빙 픽쳐, 그러니까 빨리 움직이는 사진이다. 그러나 20분의 1초보다 약간 빠른 1초에 약 24컷의 사진을 빨리 보여주면 인간은 그걸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인식한다. 그게 인간이 가진 시신경의 한계다.


반면에 파리는 사물과 사물 사이를 구분하는 데 200분의 1초까지 감각으로 판별할 수 있다. 딱 인간의 열배다. 그러니 늘 파리는 인간의 손보다 열배 빠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제 아무리 재빠르게 팔을 휘젓는다 한들 파리의 입장에서는 아주 느린 슬로우 모션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그러니 맨손으로 파리를 잡는 게 그렇게 어려웠던 거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인간은 늘 한계를 극복하오지 않았던가. 시신경이 뒤떨어진다면 심리전으로 넘어설 수 있다. 파리는 인간이 팔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그 느린 동작을 천천히 판독하며 피해간다. 마치 플레쉬맨과 일반 사람이 대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현재 시점의 파리를 직접 겨냥한 손짓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예측해야 잡을 수 있다. 파리가 어디로 날아오를지 예상하고 그 허공에 손을 날려야 한다. 요령은 이렇다. 파리가 바라보는 시선의 역방향, 그러니까 머리 쪽에서 배 쪽으로 휘두르되 실제 파리의 위치보다 한 뼘 정도 높은 허공에 대고 손을 날려야 한다. 파리가 슬로우 모션으로 다가오는 인간의 손을 보고 천천히 피할 그 길목에 손을 뿌리면 맨손으로도 파리를 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손에 들어왔다고 다 잡은 게 아니다. 긴가민가해 손을 펼치는 순간 파리는 유유히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허탕이건 잡았건 일단 바닥에 힘껏 패대기쳐야 한다. 빈손이면 그냥 조금 머쓱하면 될 일이고 바닥에 파리가 나뒹굴어진다면 바로 발로 팍 밟아야 진정한 맨손 파리 사냥의 완결이다. 이것이야말로 맨손으로 완벽하게 파리를 잡는 법이다.


웬 파리 타령이냐고? 파리의 또 다른 의미로 장사가 안 되는 조용한 상태를 일컬어 ‘파리만 날린다’라는 말을 쓴다. 신기하게도 진짜 조용하면 파리가 유난히 더 눈에 띄고 유난히 더 거슬린다. 어느새 나도 맨손으로 완벽하게 파리를 잡을 수 있을 만큼 고수가 돼 가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맨손 파리 사냥꾼이 점점 더 느는 것 같다.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의미겠지.


김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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