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청춘들의 첫 꽃다발은 여기에서 ‘대학꽃집’ 김기범 사장
울산 청춘들의 첫 꽃다발은 여기에서 ‘대학꽃집’ 김기범 사장
  • 어마루 시민기자
  • 승인 2018.10.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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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부끄럽다며 얼굴을 숨긴 대학꽃집 김기범 사장
부끄럽다며 얼굴을 숨긴 대학꽃집 김기범 사장

 

생애 처음으로 꽃다발을 사는 순간은 언제일까. 부모님께 드리는 카네이션이 아니라면, 아마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가 아닐까. 차마 말로는 꺼낼 수 없어 등 뒤에 꽃다발을 숨긴 채 그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그 순수함. 혹은 갓 드러낸 순수함을 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순간은 보편적으로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찾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기에 대학가 한 가운데 위치한 꽃집은 모든 사람이 생애 처음 다른 이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준비한 꽃다발의 탄생지가 아닐까.


울산대학교 인근에는 무수히 많은 꽃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울산대학교와 인접한 대학가는 ‘바보사거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보사거리에 진입하고 고개를 조금 돌리면 누가 보더라도 대학가에 위치한 꽃집, ‘대학꽃집’이 자리하고 있다.


꽃집이 그렇듯 특수한 시기가 아니라면 인산인해를 이룰 리 만무했다. 하지만 틈만 나면 손님들이 하나씩 찾아와 가게를 채웠다. 잠시잠깐 난 틈을 타 부끄러움과 웃음을 겸비한 훤칠한 키의 ‘대학꽃집’ 김기범 사장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옆에서 잠깐 가게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여자 손님이 주로 찾으시던데, 평소에도 그런가요?

아니에요. 남자 분들이 더 많이 오시죠. 꽃 선물을 사는 입장은 남성분들이 주가 되죠. (여자 손님들은 예쁘네? 하고 보다가 사 가시는 것 같았어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에요. 아까 오신 손님들은 부모님 생신이셔서 오셨어요. 지나가다 예뻐서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보통 생일이나 기념일에 남자 손님들이 사가는 편이에요.

 

이제는 꼭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아무 날도 아닐 때도 꽃을 선물하는 게 로맨틱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 손님들도 많이 는 것 같나요?

오히려 옛날보다 못한 것 같은데요? (웃음) 옛날에는 술 먹고 가다가 사가는 사람도 있었어요. 문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제가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일반 손님들은 많이 줄었어요. 기분 내서 꽃을 사는 것도 어쩌다 한 번이죠.

 

미숙하다며 능숙하게 꽃다발을 만드는 모습
미숙하다며 능숙하게 꽃다발을 만드는 모습

 

그래도 확실히 대학가에 있는 꽃집이라서 느낌이 달라요. 확실히 요즘 유행에 취향을 맞췄다고 할까요. 그래서 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대세를 따라가려고 노력은 하죠. 요즘은 아담한 걸 많이들 찾으시죠. 간단하게 들고 갈 수 있는 걸 좋아하시죠. 예전에는 풍성한 꽃다발을 찾았죠. 누가 요즘 장미 백 송이를 애인에게 주려고 하겠어요.

 

드라이플라워나 꽃 자판기 같은 최근 유행을 보면, 사장님이 말씀하신 이야기가 와 닿아요.

보이겠지만 울산대학교 바보사거리에도 꽃 자판기가 있어요. (아 사장님이 하시는 건가요?) 제가 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미리 알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어떤 생각이 드세요? 저런 자판기를 보면) 편리하다 싶기도 한데 인간미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렇죠. 아무래도 조화를 많이 쓰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생기가 없어 보이죠.

 

편리하다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꽃도 색깔 별로 다른 꽃말을 가진다고 들었어요.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싶다면 꽃집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안개꽃만 해도 의미가 몇 개나 돼요. 죽음을 뜻하기도 하고, 죽을 만큼 사랑해, 영원한 사랑, 기쁨의 순간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사실 꽃이 정말 그런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기도 해요. 어쨌든 사람들이 지어냈으니까요. (웃음) 사실 저는 예쁘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노란 장미를 좋아해요. 그런데 노란 장미의 꽃말이 질투에요. 그래서 이걸 아는 사람에게 주면 싫어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노란 장미가 좋아요.

 

그런 이유에서 꽃마다 일일이 꽃말을 물어보는 손님도 있을 것 같아요. 일부러 꽃말 같은 것도 외워두고 하시나요?

조금. (웃음)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많이 나가는 꽃들 위주로는 기억해두죠. 대학가에서 주로 팔리는 만 원에서 만 오천 원 위주로 구성된 꽃다발 같은 경우가 그렇지요.

 

그렇다면 사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꽃 선물은 어떤 건가요?

꽃말을 신경 쓰는 게 저도 이해는 돼요. 하지만 자기가 마음에 들고, 꽃다발을 받을 상대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아는 게 훨씬 중요하겠죠. 그러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부인 분께서는 아직 꽃 선물하면 좋아하시나요?

거의 이제는 안 사주죠. 현금을 좋아하겠죠? (웃음) 연애할 때 딱 한 번 꽃바구니 사줬어요. 꽃집 운영한 뒤로는 없죠.

 

사람들의 시선 뺏는 대학꽃집의 꽃다발들
사람들의 시선 뺏는 대학꽃집의 꽃다발들

 

얘기를 가게로 돌려서, 만약 꽃집 일을 한다면 어느 정도 일을 해봐야 제 몫을 할 수 있나요?

아르바이트생 잘 안 뽑아요. 어느 정도 숙련된 사람들이 할 수 있어요. 단순히 꽃 포장과 진열만 하는 게 아니라, 물을 주는 주기도 다 알아야 해요. 워낙 다양한 식물들이 있으니까요. 다 살아있는 생물들이잖아요. 까다로울 수밖에 없어요. 몇 년은 해봐야 조금 할 줄 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꽃집을 차린다는 게 마음먹기 힘든 일일 것 같아요. 당장 저에게도 누군가가 꽃집을 열어봐, 라고 말하면 의문부호부터 떠올랐을 것 같아요.

가게를 운영한 건 한 십 년 된 것 같아요. 저도 처음부터 꽃집을 한 게 아니라 회사를 다니다가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원래 이 가게가 처가 쪽 가게였어요. 이십 년 전부터 외삼촌, 이모님들이 하시다가 십 년 전에 저희 부부에게 넘어왔어요. 이전에 꽃집을 운영하시던 친척 분들도 다들 근처에서 다른 장사를 하고들 계세요.

 

요즘은 드라이플라워를 사람들이 많이 사요. 그런데 아주 오래된 유행은 아니에요. 보통 꽃집에 찾아오는 유행의 주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어느 순간 드라이플라워가 유행을 탔어요. 도깨비 이후 같기도 하고, 그 전부터 같기도 하고요. 목화솜 꽃다발 유행부터 찾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그렇게 많이 찾는 편은 아니었어요. 비누 꽃도 잠시 유행했다가 지금은 또 유행이 끝났어요. 해가 바뀌고 2월에 있는 졸업식에서 보통 그 해의 유행을 가늠할 수 있어요. 저는 무난한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화분도 많이 가져다 놓으셨는데, 아무래도 대학가다 보니 많이 안 나갈 것 같아요.

큰 화분은 잘 안 나가죠. 예전에는 가게 개업하면 화분을 많이 사갔는데, 요즘은 그런 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있죠. 화분도 꽃다발도 점점 작고 아담한 사이즈를 찾아요. 그래도 가져다 놓았으니 언젠가 팔리겠지, 라는 생각으로 가지고 있어요.

 

십 년 정도 꽃집을 운영해보시니 어떤 것 같으세요?

아직도 다 몰라요. 처음에는 물건 가져다 놓고 도와주는 정도만 했죠. 지금도 어려운 꽃다발, 크고 예쁜 꽃다발을 만드는 건 여전히 힘들어요. 손재주는 와이프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오늘은 애들 봐주고 있어서 가게에 없는데, 다음에 오면 ‘예쁜 이모’가 여기 있을 거예요. 또 와보세요.

 

어마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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