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GS25 울산남구청점 서비스 경영주
이준호 GS25 울산남구청점 서비스 경영주
  • 어마루 시민기자
  • 승인 2018.10.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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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친절로 숨 쉴 수 있는 편의점
상대의 반응과 상관없이 늘 친절로 일관하는 이준호 GS25 울산남구청점 서비스 경영주. 계산대에 선 그의 모습은 어쩌면 달동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중 하나일 것이다.
상대의 반응과 상관없이 늘 친절로 일관하는 이준호 GS25 울산남구청점 서비스 경영주. 계산대에 선 그의 모습은 어쩌면 달동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중 하나일 것이다.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 가운데 “사랑은 가도 친절은 남는다.”라는 문구가 있다. 영원불멸할 것 같던 사랑보다 사소한 친절이 더 오래 남는다는 말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여기에 “좋아하는 것을 해줄 때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때 신뢰를 얻는다.”는 어느 기업 광고의 카피가 사랑과 친절의 서로 다른 양상을 드러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우리는 ‘친절 기근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편의점은 친절 기근의 최전선이다. 매일 10시간 남짓 안면도 없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응대하다 보면 자연스레 친절이 얼마나 큰 사치인지 느끼게 된다. 거기에 소위 말하는 ‘진상’이라도 만나는 날이면, 친절은 생애 단 한 번도 머릿속에 들어온 적 없는 단어가 된다.


하지만 울산광역시 남구청 앞에 위치한 어느 편의점 입구를 들어오는 순간,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어서 오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동안 잊고 있던 친절함이란 단어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그리고 계산대로 가면 친절한 목소리의 주인공과 대면할 수 있다. 물론 놀랄 수도 있으니 미리 언급하겠다. 어쩌면 편의점 계산대와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 거구의 이준호 GS25 서비스 경영주를 처음 마주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긋나긋한 말투로 응대하는 그의 따뜻한 눈을 보면, 구태여 이 편의점을 오고 싶어진다는 뭇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한 때 구멍가게를 몰아냈다는 오명을 썼던 편의점에는 우리가 잊고 있던 오래된 감정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Q. 편의점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상식선 밖에 위태롭게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친절함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친절은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편의점 일을 하기 전에도, 편의점에 담배를 사러 갔다가 당황한 순간이 몇 번 있었죠. 한 손으로 홱 카드나 현금을 채가거나, 돌려줄 때도 그냥 슥 밀어주거나. 아니면 들어올 때, 나갈 때 인사를 하지 않기도 하고요. 나중에 편의점을 열기 전에 이 편의점, 저 편의점을 돌아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기본인데 왜 아무도 지키지 않지?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래서 나는 서비스 마인드와 무관하게, 친절한 응대라는 기본은 반드시 지키자, 라고요.

 

Q. 실제로 편의점을 오가는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봐주시나요? 취객이 많은 동네라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취객도 그렇고, 동네에 젊은 친구들이 막 문신해서 막 위협적인 인상을 줘요. 그런 친구들이 처음에는 조금 무례하게 저를 대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한두 달 지나니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제가 인사를 못하면 먼저 인사를 해주기도 하고요. 그 때 느꼈죠. 내가 기본이라고 생각하며 했던 일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구나. 이거 굉장히 좋은 일이구나, 라고요.

 

Q.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야기가 통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손님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제가 생각했을 때 상식선 밖으로 넘어간다 싶으면, 제가 기본으로 해야 하는 서비스만 지켜요. 돈을 받고, 물건을 드리는 서비스. 가끔 다른 근무자 시간에 그런 손님이 생기면, 영수증에 ‘JS’라고 표기하라고 해요. ‘진상’이라고. (웃음) 그러면 제가 14시간 가까이 일하다 보면 JS가 표기된 손님과 다시 만나요. 그러면 그때 얘기를 드리죠. 그렇게 대하시면 우리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고요. 두 번 정도 그랬던 것 같네요.

 

Q. 반면에 좋은 기억으로 남은 손님도 계실 것 같아요. 친절이 친절로 돌아온 기억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생각나세요?

좋은 기억이라 하기엔 다른 이야기지만, 어떤 할아버지께서 한여름에 잠깐 쉬었다 가도 되냐 하시더라고요. 집이 춥다고요. 그래서 왜 그러시나 했더니 자식 분들이 여행을 갔는데, 더우실까봐 에어컨을 켜고 가주셨대요.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그걸 끄고 켜는 걸 못하셔서 추워도 참고 계시다가 나오신 거죠. 그렇다고 꺼버리면 나중에 자식들이 더위 타면 어떡하나 걱정할까봐 말도 못하시고요. 그래서 제가 창문도 좀 열어서 환기 좀 시켜야 냉방병 안 걸리신다고 말씀을 드렸죠. 그랬더니 나중에 동전을 한 움큼 쥐고 오셨어요. 아무리 봐도 뭘 사주려 하시려는 것 같아서, 그러지 말고 할아버지 드시라 했죠. 그러겠다고 하시긴 했는데, 그때 할아버지께서 주신 동전의 온기가 참 뭐라 형언하기 힘들더라고요. 여름이라 덥기도 했겠지만, 사람의 온기가 잔뜩 묻은 동전이 뇌리에서 잊히질 않네요.

 

Q. 앞서 편의점 이야기도 하셨지만, 편의점을 열기 전에 하셨던 일이 지금의 모습에 영향을 준 것도 있을까요? 그리고 GS25 서비스 경영주 이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계셨나요?

지금까지 여섯 곳 정도 직장을 가졌어요. 마지막으로 일한 곳은 현대모비스 사무직이었고요. 한 10년 정도 일했어요. 좋은 직장이었어요. 제가 그만둔다고 말했을 때 다들 미쳤다고 말했어요. 연봉 8000만원 넘는 직장을 그만두니 그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때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삶에 목표도 없었고요.

 

Q. 쉽지 않은 결정이에요. 그럼에도 지금 자리를 잡고 그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계세요.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기셨나요?

회사를 그만 둘 때, “나는 육체적인 힘듦은 버틸 수 있다.”라고 생각했어요. 회사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 중 하나였죠. 그래서 매일 14시간씩 쉬지 않고 일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기에 더해 목표가 있는 삶을 살길 원했어요. 내가 대출 이자 갚고, 생활비를 벌려면 얼마나 많은 담배를 팔아야 하나? 이런 걸 계산했어요. 걱정도 됐는데, 5년으로 잡았던 목표를 2년 만에 달성했어요. 인생에 목표가 생기니 사는 맛이 나더라고요.

 

Q. 다음 목표는 어떤 걸로 잡으셨나요?

이 자리에 건물을 세우려고요. 1층에는 편의점, 2층 상가, 3층에는 원룸. 4층 전체는 제 집으로요. (얼마 정도 기간을 잡으셨나요?) 7년 정도 잡았어요. 하지만 5년으로 잡았던 목표를 2년 만에 이뤘으니, 5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Q. 자녀분들이 계시던데, 편의점 일을 하시느라 함께 시간을 가지기 힘들 것 같아요.

제 최종 목표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 가질 수 있는 아빠가 되는 거예요. 지금 큰 딸이 고등학생이고, 밑으로 초등학교 5학년, 초등학교 2학년 아들들이 있어요. 애들 매일 학교 데려다 주고, 데리러 가고. 그리고 같이 떡볶이 사먹는 거예요. 그리고 애들과 같이 여행도 다니고 싶어요. 어릴 때 부모님이 슈퍼마켓과 식당을 운영하시느라 가족 여행을 간 기억이 두 번밖에 없어요. 한 번은 부산 금강공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계곡에서 텐트 치고 논 거였어요. 피곤해도 놀러 가면, 제가 한 두 시간 놀면 힘이 부쳐요. 아이들은 더 놀고 싶어 하는데. 열심히 일해서 얼른 건물 지어 올려야죠. (웃음)

 

어마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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