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에서 싹이 트다, 문명재생 쿠바로 가다
철에서 싹이 트다, 문명재생 쿠바로 가다
  • 이동고 기자
  • 승인 2018.10.3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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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울산, 다시 부르는 철의 노래(5)

1. 달천철장: 철의 도시 울산, 과거-현재-미래
2. 근대화. 산업화 전에도 철기문명 중심지였던 울산 원형 되살리기
3. 철, 사람을 잇다. 폐철도 트램 가능할까?
4. 또 다른 철, 케이블카 타령 “콘텐츠가 먼저다”
5. 철에서 싹이 트다, 문명재생 쿠바로 가다
6. 옛날 철길, 울산역에서 철의 르네상스 다시

몇 년 전부터 조선업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울산경제 위기론은 이제 원도심뿐만 아니라 울산시 전체를 대상으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고민하게 만드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번 회는 도시재생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카리브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쿠바 아바나의 도시재생 사례를 살펴본다. <기자 주>

도시재생(都市再生). 2013년 제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하면 ‘도시재생’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 등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도시재생은 도시공동체를 유지하고 활성화시켜 이해당사자 간에 합의를 이끄는 의사결정구조를 중시하며, 기존에 살던 주민들이 계속 살아갈 생활여건을 확보하는 물리적인 측면, 사회문화적 기능을 회복하는 측면, 도시경제를 회복하는 경제적 측면을 동시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 방식이다.

섬은 상상, 욕망, 두려움, 몽상가의 꿈, 신비로움, 어색함이 넘실대고, 소멸하고 다시 생겨나는 곳이다. 또한 박물학자와 지도학자가 예술과 과학을 담아 빚어내는 틀이자, 장사꾼, 해적, 식민가, 통치자가 헤집고 들어와 착취하는 물질공간이다.  -데니스 코스그로브(Dennis Cosgrove), 워싱턴대학 교수-
   
쿠바라는 나라
체 게바라, 카스트로, 호세마르티, 헤밍웨이, 다이끼리, 모히또, 럼주, 시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속 쿠바 음악, 살사, 탱고, 알폰시아 대극장을 가진 발레의 나라, 사탕수수의 나라, 유기농업의 강국, 교육.의료 선진국, 미국과 오랜 숙적인 독특한 사회주의 국가, 올드카의 나라 등등 쿠바를 설명하는 단어는 아무리 많이 나열해도 부족하다.   
16세기 초 백인 정복자에게 저항하며 처절하게 죽어간 원주민 타이노 추장은 “만약 내가 당신들이 말하는 천국에 가야 한다면, 그리고 만약 당신들이 그곳에 있다면 나는 그곳에 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친구들과 함께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콜럼부스가 서인도제도 쿠바를 발견한 것은 순전히 금은보화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은 쿠바의 원주민에게 고통의 눈물과 질병을 안겨줬고, 재물을 약탈해갔다. 그 뒤로 설탕 생산을 위한 사탕수수 농장의 노예노동을 위해 아프리카 원주민마저 머나먼 쿠바로 이주시켰다. 스페인을 물리치자 미국이 다시 자리 잡아 유흥과 환락의 나라로 만들었다. 체 게바라, 카스트로는 그 이후에 등장한다.

쿠바 가로수들은 기본적으로 한 아름 이상이었다. 하지만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상처를 자주 입는다. @이동고 기자
쿠바 가로수들은 기본적으로 한 아름 이상이었다. 하지만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상처를 자주 입는다. @이동고 기자

 

인구 210만 명 섬나라, ‘카리브해의 진주’
쿠바 섬 모양을 보고 여성들은 악어를, 남성들은 시가를 떠올린다고 한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쿠바 경관의 다양성에 찬탄한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지형은 석회석을 기반으로 한 건조한 해안단구와 동굴, 맹그로브 습지, 황량한 언덕으로 이어진다. 조금 더 깊은 내륙지역에는 낮은 카르스트 지형이 있다. 쿠바는 아메리카 판과 카리브 판이 충돌해 만들어진 복합 습곡 지층에 놓여 있다.
아바나의 정식 명칭은 산 크리스토발 데 라 아바나(San Cristobal de La Habana)다. 인구는 210만 명이다. 아바나의 평균 기온은 섭씨 25도로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 연간 강수량은 1224mm, 5월부터 11월까지는 습도가 높다. 쿠바는 허리케인 통로여서, 아바나도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어디든 스콜이 때때로 내리는 기후조건은 화려한 열대성 나무에 꽃이 피고 그늘도 만들어 준다. @이동고 기자
어디든 스콜이 때때로 내리는 기후조건은 화려한 아열대성 나무에 꽃이 피고 그늘도 만들어 준다. @이동고 기자

 

교통체증이 없는 나라, “철도 하나만 잘 놔도”
쿠바는 교통체증이 없는 나라다. 도로가 그런대로 잘 돼 있고 차도 별로 없다. 미국의 경제봉쇄 이후로 절대적으로 물자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차를 가지려면 가액의 800%를 세금으로 매긴다. 만일 2000만 원짜리 차를 가지려면 1억8000만 원을 준비해야 한다. 가솔린 기름값도 비싼 편이다. 하지만 택시 드라이버 수익은 엄청나다. 한 번 손님을 태워 20쿡 이상을 버는 경우도 있으니 한 번 운전으로 공무원 월급을 받는 셈이다. 대중교통이 별로 발달하지 않은 아바나 사정은 더더욱 이들의 수입을 올린다.
전에 대전 교통연구원이 쿠바 교통연구원과 세미나를 했는데 쿠바는 긴 철도를 하나 만들면 다 해결된다고, 교통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지만 투자할 여력이 없다. 

사람이 좋다, 여유와 낭만이 있다
쿠바에 15년을 산 한-쿠바교류협회 정호현 씨는 쿠바를 좋아하는 이유는 쿠바 사람들이 참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갈수록 순박하고 경쟁심리라는 것이 없다. 뭔가를 같이 노력해서 결과물을 내어오는 것에 아주 익숙하다.
아바나에서는 유흥공간도 적고, 여력도 없으니 밤이 되면 사람들이 다 시원한 말레꼰 해변으로 모인다. 간단히 마실 것을 준비해 해변에서 기타치고 춤추고 노래한다. 여력이 없는 대신 여유와 낭만이 넘친다.

“경쟁? 스트레스? 그게 뭐야?”
예전에 한 번 한국에서 약사가 와서 초등학교를 방문해 “너희들도 경쟁하다 보면 혹 스트레스를 받지 않니?”하고 질문했는데 아예 말귀를 못 알아들었다고 한다. 아이들도 못 알아듣고, 선생님도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쿠바가 내세우는 교육 목표는 ‘전인교육’이다. 쿠바에서는 어떤 직업을 가져도 월급이 비슷하기 때문에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직업에 대한 민족도가 아주 높다.
한국 같았으면 “호텔 근무해라”, “아이돌 해라” 등등 요구할 텐데 쿠바 부모들은 “너 하고 싶은 것 해라”고 한다.
쿠바는 경제사정으로 취업률이 낮다. 서비스는 우리 기준으로 보면 ‘노동태업’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아침 문구점에 문 열자마자 노트를 사러갔는데 노트를 하나 사고 지폐를 주니 거스름돈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 내가 직접 잔돈으로 바꿔 지불해야 한다. 하나 더 파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국민 70%가 공무원인 나라
쿠바는 국민 70%가 공무원인 나라다. 고용이 안 된 사람은 그럼 어떻게 먹고 살까? 쿠바인의 소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로부터 받는 연금이고 하나는 취업해 얻는 소득이다. 연금 재원은 세금이고 배급소에서 기본적 식재료를 무료로 준다. 우리 시각으로 보면 빈둥거리는 사람이 많아 보이는 이유다.
외국인을 좀 도와주고 팁을 얻는 데 열심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외국인에게 숙소나 상품이나 교통편을 알선하고 팁을 받는 일을 하거나 시가를 팔고 살사댄스를 추면서 돈을 벌거나 한다. 조금의 정보나 친절, 약간의 퍼포먼스를 보이고는 바로 팁을 요구하기도 한다. 쿠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 외국인 관광 가이드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아바나 항과 요새
쿠바를 방문하는 사람은 한 해 250만 명이다. 지금까지 가장 쿠바를 방문한 가장 많은 관광객은 캐나다인이다. 캐나다인에게는 비행기로 3시간 반이면 오고 물가가 싸니 이 정도로 좋은 휴양지가 없다. 미국이 문호개방을 한다면 관광객은 100만 명이 더 늘 것이고 미국이 1위를 차지했을 것이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가 그 뒤를 잇는다. 특히 스페인은 과거에 자신들이 지배했던 식민지였고 옛 향수도 있고 경관이 익숙하니 많이 온다.
아바나 항은 쿠바 최대의 무역 항구로 쿠바가 수입한 제품 대부분이 이 항구를 통해 국내로 반입됐다. 아바나 주변에서 재배되는 담배와 사탕수수도 이 항구에서 수출됐기에 아바나항을 중심으로 도시가 시작됐다.
아바나 항은 입구가 좁고 안쪽이 주머니처럼 넓어 방파제가 필요 없는 천혜의 항구다. 카사블랑카 언덕과 아바나 말레꼰 사이에 폭 250~300m의 해협이 1.3km 정도 뻗어 있고 그 안에 자루 같은 모양의 넓은 만이 발달해 있다. 그 아바나 항 입구에 모로 요새가 있고 아바나 도심이 잘 내려다보이는 카사블랑카 언덕에 카를로스 까바냐 성이 있다. 

호세마르티 기념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올드 아바나 전경. 멀리 아바나 항이 보이고 녹지가 많아지는 곳 안쪽이 세계문화유산 지정지역이다. @이동고 기자
호세마르티 기념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올드 아바나 전경. 멀리 아바나 항이 보이고 녹지가 많아지는 곳 안쪽이 세계문화유산 지정지역이다. @이동고 기자

 

올드 아바나, 센트로 아바나, 그리고 베다도 지역 
아바나 중심가는 도시가 만들어진 순서에 따라 아바나 비에하(Habana Vieja 올드 아바나), 센트로 아바나(Centro Habana), 베다도(Vedado) 지역으로 구분한다. 먼저 아바나 비에하 지역은 까삐똘리오(국회의사당)와 아바나항 사이 지역으로 오비스포(Obispo) 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구시가지다.
센트로 아바나는 독립(1902) 이후 근대도시의 중추기능을 담당해온 곳이다. 까피똘리오를 줌심으로 펼쳐지는 지역으로 온갖 올드카들이 모여 있는 아바나의 중심가다. 1929년에 세워진 까피똘리오는 1959년 혁명 이후 과학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혁명 이후 신도시가 형성된 곳이 혁명광장과 아바나대학을 중심으로 펼쳐진 베다도 지역이다. 정부부처를 비롯해 신시가지가 조성돼 있다. 아바나 항을 기점으로 동심원처럼 멀어질수록 새롭게 조성된 구역이어서 아바나는 도시평면 구조만으로도 역사적 흐름에 따른 변천과정을 손쉽게 읽어낼 수 있다.

아바나 도심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세밀하게 모형으로 만들었다. 야경을 볼 수 있는 장치도 돼 있어 복원에 대한 정성을 엿볼 수 있다. @이동고 기자
아바나 도심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세밀하게 모형으로 만들었다. 야경을 볼 수 있는 장치도 돼 있어 복원에 대한 정성을 엿볼 수 있다. @이동고 기자

 

 

올드 아바나와 도시 확장
올드 아바나는 둥근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금도 군데군데 성곽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서울 성곽 문처럼 문은 여러 개 있고 동쪽 문을 나가 배를 타고 가면 서쪽까지 갈 수 있다. 밤 9시만 되면 포를 한 대 쏘고 성문을 닫는다. 한 마디로 통행금지다. 성문을 닫으면 다음 날까지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오지도 못한다.  
1983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된 것이 올드 아바나다. 처음에는 이곳에만 도시가 있었다. 지정된 면적은 1.42㎢(142헥타아르). 법적으로 보호된 구역으로 거의 오백 년 된 건물과 공공장소들이 역동적인 경관을 만들고 있다.
19세기부터 올드 아바나 바깥으로 도시가 확장됐다. 이곳은 주로 숲속이었고 나무밖에 없던 지역이었다. 올드 아바나 바깥에 처음 지은 건물이 현재는 ‘알리시아 알론소(Alicia Alonso)’ 대극장으로 쿠바에서는 국보급 대우를 하는, 발레 공연으로 유명하다. 해저터널로 아바나 항구 입구 해협을 넘어가면 가면 아라바데로 동아바나가 있다.

올드 아바나는 19세기 들어 센트로 아바나로 확장됐는데 처음 지은 건물이 바로, 발레 공연장인 알리시아 알론소 건물이다. @이동고 기자
올드 아바나는 19세기 들어 센트로 아바나로 확장됐는데 처음 지은 건물이 바로, 발레 공연장인 알리시아 알론소 건물이다. @이동고 기자

 

센트로 아바나로 나오면 녹지 면적이 넓어지는 큰 공원들이 곳곳에 있다. ‘생태도시 아바나’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동고 기자
센트로 아바나로 나오면 녹지 면적이 넓어지는 큰 공원들이 곳곳에 있다. ‘생태도시 아바나’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동고 기자

 

쿠바 도시재생의 독특함, 거주자 우선 
일반적으로 관광사업이 개발되면 광장 주변에 명품가게를 유치하기 위해 원래 거주자를 내보내기 일쑤다. 하지만 아바나는 관공서와 가게가 들어오더라도 노인의 집이나 학교가 같이 존재한다. 국가가 관리하니 임대료가 오르는 등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없다. 재생 프로젝트 때부터 지역주민의 공동체성을 우선시한다. 도시재생을 국가가 주도하지만 지역주민 참여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문화재 관광지 안에도 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에 수업 중에 박물관 견학을 많이 하는 편이다.
생활중심으로 지역을 재생하는 것이 오히려 관광사업의 힘이 된다. 관광객들은 이제 겉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것을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그 지역 주민들의 속살을 보고 싶어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관광지 안에 초등학교나 성당이나 작은 식당, 옷가게, 책방이나 약국 등이 있어 지역주민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다양한 요소가 있으니 도시 거리를 자꾸 둘러보게 만든다.
번화가인 오비스포 거리를 걷다가 보니 초등학교가 길모퉁이에 있었다. 학교는 어디나 교통이 편한 모퉁이 큰 건물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은 명품가게도 센트로 아바나를 중심으로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복원사업을 오랫동안 해온 화폐박물관 관장은 아바나 복원사업이 바로 이 아르마르 광장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동고 기자
복원사업을 오랫동안 해온 화폐박물관 관장은 아바나 복원사업이 바로 이 아르마르 광장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동고 기자

 

아바나 도시의 시작, 아르마스 광장, 템플리트 사원
아바나가 제일 먼저 시작된 곳은 아바나 항을 끼고 있는 템플리트 사원이다. 1519년에 시작됐으니 내년이면 500주년이 된다. 아바나가 생길 때 군 시설이 제일 먼저 생겼는데 바로 ‘레알 프에르사’라는 성이다. 저 바다 해협 건너에는 ‘모로 성’이 있다. 산살바도르 뿐다라는 성과 함께 16세기를 지키던 세 개의 성이다. 스페인 군인들이 제일 먼저 들어왔던 곳이 바로 아르마스 광장, 즉 무기 광장이다. 지금은 네비게이션(항해) 박물관으로, 물속에 가라앉은 배에서 건져낸 보물들을 전시한다. 금괴나 금화 등 스페인으로 가는 길에 침몰한 것을 인양해 전시했다.

아바나 복원연구소가 처음 사용해서 아바나 복원 프로젝트의 핵심 공간이 된 옛 스페인 총독부 건물, 도시박물관을 겸하고 있다. @이동고 기자
아바나 복원연구소가 처음 사용해서 아바나 복원 프로젝트의 핵심 공간이 된 옛 스페인 총독부 건물, 도시박물관을 겸하고 있다. @이동고 기자

 

 

아바나 첫 박물관, 스페인 총독부 건물
이 아르마스 광장이 아바나의 출발이다. 이곳에 당시 총독이 살았던, 스페인에 의해 식민지화 된 상징적인 건물이 있다. 총독이 오면 2층에 살았다. 도시 핵심인물들이 같이 살았는데 시장 등 도시 간부들의 사택이라고 보면 된다. 1층 밑에는 당시 마차들, 중간층에는 부엌이나 설거지 빨래를 하는 창고, 음식창고 등으로 이뤄져 있다. 대문 옆에는 노예들 숙소를 배치했다. 칸떼리아 양식으로 18세기 말에 지어졌다. 원래 가톨릭 양식의 성당 건물이었는데 총독부 건물로 탈바꿈했다. 광장에 항상 성당과 총독부건물이 같이 있는 게 라틴아메리카 양식이다. 당시 교회 지하는 무덤으로 쓰였기 때문에 지금도 지하무덤이 있다. 지금 총독부 건물은 아바나 도시박물관으로 쓰고 있다.

옛 총독부 건물이 아바나 복원 연구의 중심
최초로 이곳에서 아바나 복원연구소가 시작됐다. 박물관 이전에는 아바나 시청으로 사용했고 1968년에 도시박물관으로 탈바꿈해 열었다. 현재 전시된 것은 그 당시 쓰던 마차나 식기 등이다. 무덤에 썼던 비석들도 전시돼 있다. 위층은 1차 독립전쟁의 영웅들이 전시돼 있고, 19세기 가족들이 썼던 그림 작품, 침실, 부엌용품, 회의장 용품, 무도회장 등 당시에 쓰였던 진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곳이 아바나 최초의 박물관이다. 
지금은 아바나 복원 프로그램 팀이 도시복원과 문화활동을 담당하는 사무실로 쓴다. 문화재보호청도 같이 들어와 있고 문화재보호청 아래 57개 부처가 있다. 박물관, 미술관, 콘서트관 등 역사와 건축양식을 같이 고려한 건축 복원도 하면서 문화활동도 같이 하는 도시재생을 총괄하는 곳이다.

아바나 옛 건축물 복원의 원칙
아바나 건축물을 복원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은, 원래 형식대로 복원하는 것이다. 올드 아바나에 있는 구 문화재는 그대로 있든, 무너져 있든 다섯 가지 카테고리를 가지고 접근한다. 문화적인 중요성, 건축물로서 보호해야할 필요성,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 큰 가문에 소속됐던 집처럼 사회적으로 중요한 건물이라든지, 한 시기를 대표하고 풍미했던 건물이라든지 이런 기준을 가지고 접근한다.
카테고리 기준에 따른 복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고 있다. 순위를 정해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복원해 가고 있다. 1983년부터 시작했는데 이 과거 총독부 건물을 포함해 세 개의 건물을 제일 먼저 시작했다. 아르마스광장에서 오비스포 거리를 따라 가면 시기가 다른 17세기, 18세기, 19세기, 20세기 건물이 한 장소에 모여 있다. 오리지널 세기를 대표하는 건물을 찾아서 기획해 이곳에 모아 복원했다.

아바나 도시재생의 역사와 재원
올드 아바나 구역은 1983년 유네스코에 지정됐고 약 8만5000명의 사람들이 거주한다. 혁명 이후 여러 정부가 방치했던 이 지역은 1990년대 중반에서야 복원되기 시작했다. 건설사와 쿠바 국영 아바구에네스(Habaguanex) 여행사, 부동산 업체들은 에우세비오 레알 박사가 이끌던 도시역사사무소와 연계해 체계적으로 아바나 비에하(올드 아바나)지역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쿠바는 정치적으로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국제사회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때부터 대상을 확대해 매년 100개 건물을 재생해내고 있다. 재원은 첫째, 쿠바정부의 지원, 둘째, 아바구에네스 여행사 등이다. 쿠바정부가 20%정도, 아바구에네스 여행사가 70%, 해외 도움은 10%정도로 미비하다. 처음에는 공공건물을 먼저 복원해 거주민을 잠시 그곳으로 이주시키고 개인이 살고 있는 건물을 복원해서 다시 옮겨가게 했다.

아바나 복원사업의 순서와 인구밀도 조정
처음 복원사업은 바다를 끼고 했는데 제일 먼저 한 곳이 바로 아르마스 광장이고 산타클라라 대성당 광장, 옆에 있는 그리스정교회 교회를 포함한 산 프란시스코 광장, 비에하 광장, 크리소 광장 등 다섯 개의 광장을 중심으로 복원하고 다음으로 광장을 연결하는 거리를 복원해 나갔다. 즉 아르마스 광장에서 산 프란스시코 광장으로 이어지는 ‘오피시오스’ 거리를 완전 복원했고 산프란시스코에서 비에하 광장까지 연결되는 ‘테니엔떼 레이’ 거리를 복원했다. 다음은 아르마스에서 대성당까지 가는 ‘메르까데레스’ 거리를 다 복원했고 지금은 ‘산 이그나시오’ 쪽 길거리를 복원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 안에 있는 것들도 완전 복원됐다. 만사나 호텔, 미술관, 헤밍웨이가 마셨다는 다이끼리를 파는 플로리디따 쪽 오비스포 거리 복원도 마쳤다. 1983년부터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35년 동안 계속 복원을 해오고 있는 셈이다. 차가 다니지 않는 좁은 거리이다 보니 복원사업을 할 때 통제하지 않는다. 

중심지와 가까운 주민주거지역은, 기념일이 되면 동네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먹고 경쾌한 쿠바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이동고 기자
중심지와 가까운 주민주거지역은, 기념일이 되면 동네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먹고 경쾌한 쿠바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이동고 기자

 


올드 아바나의 인구밀도가 너무 높아서 지금은 인구밀도를 줄이고 있는 중이다. 이주방식은 첫째는 그들의 의견을 우선시하고, 둘째는 아바나 인근에 공동주택을 지어서 이주대책을 세운다. 대가족이 살고 있으면 여기는 몇 명까지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식으로 물어본다. 주로 건물명의자와 직계를 제외하고는 이주를 한다. 대부분 반대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방 세 개에 열 명이 사는 정도도 과밀했다면 지금은 인원에 맞춰 이주를 하기 때문에 주민들도 좋아한다. 관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가족 스스로 결정한다. 

광장 중심, 다음은 광장끼리 연결하는 거리 중심, 이제는 그 사이 구역을 복원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거주자를 배려하면서 하는 복원은 어려움이 많지만 복원 매뉴얼이 만들어져있다. @이동고 기자
광장 중심, 다음은 광장끼리 연결하는 거리 중심, 이제는 그 사이 구역을 복원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거주자를 배려하면서 하는 복원은 어려움이 많지만 복원 매뉴얼이 만들어져있다. @이동고 기자

 

도시복원에 참여하는 전문가들
도시복원을 할 때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데 ‘에우세비오 레알 ’박사가 총책임자로 있고 교육 프로그램팀이 있다. 복원을 총괄하는 디자이너, 건축가, 사회학자, 역사학자, 자료보전 문서보, 건설부 사람 등이 같이 움직인다. 원래 계획으로는 2021년에 끝날 줄 알았는데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2047년까지 늘어났고, 그때까지는 다 마친다는 마스터플랜이 있다.
아바나 항구 쪽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계속 정비했는데  아나바 항으로 들어오던 산업용 배는 딴 곳으로 옮겼고 2031년까지 바다를 끼고 있는 길을 다 관광길로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크루즈선이 들어오는 항구 정도만 손을 본 정도다. 도시복원을 하면서 당연히 관광 수입은 늘었고 앞으로도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어디던 동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같다. 골목 대부분이 차가 다니지 않는 안전한 공간이 된다. 곳곳에 그래피티 작업이 화려하다. @이동고 기자
어디던 동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같다. 골목 대부분이 차가 다니지 않는 안전한 공간이 된다. 곳곳에 그래피티 작업이 화려하다. @이동고 기자

 

아바나 도시복원의 어려움
복원을 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올드 아바나 건물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건물들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 스페인식 건물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한 건물에 산다. 인구가 많으면 복원사업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 거주자들이 임시 이주할 공간이 먼저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사는 사람들도 생활방식과 이주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가 있고 모든 걸 고민해서 같이 해야 하니 힘들다.
원래 거주인들이 재생지역에 계속 살기 때문에 완전 관광지로 바꾸지는 않는다. 거주지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문화재 안에 사는 사람들도 문화재를 유지보수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교육한다. 특히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센트로 아바나 뒤쪽은 아직까지 도시복원을 시작하지 못 했다. 사람들이 많이 살고 건물들도 아주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경제적 어려움이 풀릴 기미가 없다는 것이 더 진행을 더디게 만든다.

신시가지인 베다도 지역 말레꼰 해안은 폭풍으로 인한 파도로 건물 부식이 심하다. 건물 일부를 철거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이동고 기자
신시가지인 베다도 지역 말레꼰 해안은 폭풍으로 인한 파도로 건물 부식이 심하다. 건물 일부를 철거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이동고 기자

 

철거와 원상태로 복원
복원사업팀 안에 건설사 등 각자 파트가 정해져 있어서 회의하면서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결정한다. 건물구조 안전에 문제가 있어서 철거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철거를 하는 곳은 올드 아바나 쪽이 아니고 주로 말레꼰이 있는 베다도 지역 주변 건물들이다. 허리케인 폭풍으로 바닷물이 자주 들어와 건물 부식이 빠르다. 철거를 하지만 외부 모양은 원래대로  똑같이 지으려 애쓴다. 복원할 때는 현대식 자재를 써서 내부 구조는 편리하게 한다. 복원사업팀이 구조진단을 해서 판단하고 결정한다.   
 
울산은 오래된 건물 자꾸 허물어 역주행
울산의 도시재생은 원도심을 재생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중구 문화의 거리 프로젝트는 도심 공동화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구도심을 문화예술인들이 활성화시키는 프로젝트로 임대료 지원 등 원도심 거리가 훤해지는 경관적 변화는 겪었지만 ‘젊음의 거리’와 ‘고복수 거리 ’등 이질적인 결합으로 폭발적 동력을 끌어내질 못했다. 거리가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오르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문화의 거리’를 활성화하려는 문화예술가, 가게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생적인 문화주체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데도 후순위로 밀려난 모양새다.  
울산의 도시재생은 거의 100년 된 울산초등학교를 허물어 시립미술관을 짓는 것으로 주목받았으나 객사 자리 유구 발굴 등으로 북정공원과 울산 최초의 도서관인 중구도서관까지 허물어 시립미술관을 짓는 식으로 무계획적으로 진행됐다. 장기적인 도시 마스터플랜도 없이 도시재생사업은 오히려 오래된 공공건물을 다 허무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울산 도시재생, 앞으로 어떻게
사회철학자인 루이스 멈퍼드가 한 말 “도시에서, 시간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라는 명언처럼 오래된 묵은 건물을 잘 살려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1순위가 공공건물이고 그 다음이 가치가 있는 민간건물이다. 도새재생이 본질과는 거리가 먼 환경구조개선 사업처럼 인식되고 있다. 도시재생에 참여할 지역주민들에게 도시재생을 이해시키는 기초교육이나 공동체 방식으로 풀기 위한 역량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
거주민이 만족하는 방식으로 풀어가는 과정은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보다 훨씬 이해관계가 복잡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시간적 여유를 두고 옛 건물을 조사해 복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주민들 공감대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힘이 실린다. 사회적이나 역사적인 스토리를 품은 건물을 잘 보전하고 재생해서 순차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시도 저성장 시대 장기적인 불황에 대비하고 서서히 문화예술의 기운이 넘치는 역동적인 창조도시로 유도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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