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눈으로 축구를 보는 강종우 씨
심판의 눈으로 축구를 보는 강종우 씨
  • 어마루 시민기자
  • 승인 2018.10.3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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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눈으로 축구를 보는 대학생 강종우 씨
심판의 눈으로 축구를 보는 대학생 강종우 씨

 

2018년을 연결하는 가장 큰 문화적 고리는 축구였다. 가장 추운 나라 러시아에서 펼쳐진 가장 뜨거운 축구 대회,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기적적인 조별예선 3차전 독일전 승리로 16강 탈락이라는 결과가 무색할 만큼 뜨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시작된 대회는 황의조를 필두로 K리그와 아시아 리그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는 장이 되었다.


한창 뜨거웠던 열기는 이제 K리그로 서서히 번지고 있다. 가까운 울산현대축구단만 하더라도 지난 시즌에 비해 경기당 평균 관중이 크게 늘었다. 전국에 퍼진 유수의 프로축구구단이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 한동안 냉랭했던 경기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열기가 뜨거워진 만큼 유독 관중들의 이목을 끄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심판’이다. 비단 경기장이 아니더라도 TV를 통해 ‘눈도 없나’ ‘자격이 없다’ 등의 수식어가 늘 붙는 사람들이다.


자격 논란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어쨌든 축구선수들의 수준에 맞게 심판도 심판세계 내에서 프로 수준의 심판이 배정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심판들은 다 어디서 양성되어 수많은 축구장에 퍼져 있는 걸까. 평소에는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가도, 경기가 있는 날이면 심판복과 호루라기를 가지고 필드 위의 법관이 되는 사람들. 심판이다. 그리고 이제 막 축구심판의 옷을 입은 ‘강종우’ 씨를 만나보려 한다. 갓 심판의 세계에 입문한 그에게 축구장과 그곳을 채운 관중들은 어떤 시선으로 보일까.

 

Q. 가장 궁금한 건 심판이 되는 과정이다. 본인은 어떻게 심판이 될 수 있었나?

‘JOIN KFA'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신인 심판 양성 강습회’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전국적으로 월별 순회 방식으로 운영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지역으로는 울산이 가장 많다. 그만큼 울산에서 자주 하는 편이다. 원래 심판은 1,2,3급으로 나눠져 있었다. 내가 강습회를 수강할 무렵에는 4급이 생겼다. 나는 4급 심판에 지원해서 자격을 취득했다. 지금은 5급까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Q. 심판 양성 강습회는 어느 정도 난이도로 시험이 치러지는가?

4급과 5급이 생기면서 예전보다 심판 자격 취득 장벽은 낮아졌다. 우리나라는 심판 숫자가 객관적으로 적다. 심판 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의 1/10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많은 심판을 양성한다는 목적에서 체력 기준이 완화되었다. 그렇다고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은 아니다. 실컷 심판 강습회를 듣고 나서는 체력 테스트에서 떨어지는 사례가 왕왕 있다.

 

처음 필드 바깥에서 경기를 관장하는 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고 말했다.
처음 필드 바깥에서 경기를 관장하는 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고 말했다.

 

Q. 지금 가지고 있는 4급 자격으로는 어떤 경기에서 심판으로 활동할 수 있나?

이 기준은 지역마다 다르다. 축구협회에서 내려오는 지침이 있지만, 지역 별로 상황이 다르다 보니 유연하게 운영된다. 울산 축구 인구와 심판 인구가 모두 많기에 신입 심판들도 골고루 뛸 수 있다. 보통 성인 아마추어 클럽 리그(아래 주말 리그)에서 활동한다.

 

Q. 심판은 어느 정도 대우를 받나? 급여 체계는 어떻게 잡혀있나?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지역 주말 리그의 경우 대회 스폰서 규모마다 달라지기도 한다. 부심의 경우 한 경기 당 1만4000원을 받았다. 주심은 더 올라간다. 심판이 부족한 대구 지역은 같은 주말 리그도 더 많은 돈을 받는다고 한다.

 

Q. 축구 심판이 경기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막상 본인이 하기에는 꺼려질 법도 하다. 어떻게 축구 심판 일을 할 생각을 하게 되었나?

고등학교 3학년 무렵에 혼자 문수축구경기장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다. 2층이라 나와 모르는 아저씨만 같이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저씨가 심판에 관심이 있냐고 물었다. 입이 심심하셨는지 심판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줄줄 이야기 해주셨다. 알고 보니 아마추어 심판으로 활동하던 분이었다. 그런데 그 분이 한 말씀이 기억났다. 심판 자격을 취득하면 축구 경기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그 말에 혹했다.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수능이 끝나고 운전면허와 함께 곧장 심판자격증부터 취득했다.  

 

Q. 축구팬들이 경기를 보면서 심판을 욕하는 으레 있는 일이다. 심판과 관중의 시각 중에서 어느 쪽이 정확하게 경기를 판단한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더 정확한 눈으로 경기를 볼 수 있다. 같은 핸드볼 파울도 상황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 관중 눈에는 다 똑같은 파울로 보일 수 있다. 사실 관중들이 국내 심판의 질이 낮다고 말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심판 인구가 적으니 발생하는 문제다. 어찌됐든 지금 K리그를 비롯해 우리가 TV로 보는 축구 경기에 투입되는 심판은 국내외를 떠나 각국의 가장 좋은 심판들이다.

 

부심은 달리기가 생명, 뛰고 또 뛴다.
부심은 달리기가 생명, 뛰고 또 뛴다.

 

Q. 심판 데뷔전을 치렀나? 치렀다면 기분은 어땠나?

자격증 취득 후 몇 주 뒤에 바로 경기에 투입됐다. 그때 다음 심판 강습회가 연달아 울산에서 진행됐다. 심판 교육을 6일 동안 하는데, 후배 심판들이 내가 부심으로 뛰는 주말 리그를 교육 차 관람하러 왔다.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첫 경기는 무난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이어진 경기에서 오프사이드 상황에 깃발을 들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내가 저지른 오심 때문에 곧장 실점으로 이어졌다. 실점한 팀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그날 제대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한 것 때문에 죄책감까지 들었다. 하지만 심판은 그런 직업이다.

 

Q. 소위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고 말하는 상황인가?

내가 그랬듯 심판도 오심을 인정한다. 하지만 교육 받을 때 오심을 인정하거나, 끝까지 제대로 봤다고 말하라고 한다. 경기장에서 심판이 주눅 드는 순간 선수들이 얕보기 시작한다. 심판의 검은 유니폼은 판사를 상징한다. 경기장 위의 판관이다. 분명 선수와 심판이 서로를 존중한다고 하지만, 심판의 판정은 권위적이어야 한다. 다행히 오심을 낸 경기가 실점한 팀의 역전 승리로 끝나 망정이었지만, 그런 경기를 통해 심판이 정말 힘든 직업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큰 경기였다면 누군가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 심판이다.

 

Q. 미래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본인 얘기도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심판 자격을 취득한 것이 본인의 청사진을 그리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하는가?

많은 경험이 되었다. 단순히 축구 규칙 뿐 아니라 윤리적인 교육도 많이 받았다. 심판 이사회에 계신 분들은 존경스러울 정도로 사람을 아낄 줄 안다. 보통 축구를 하는 연령대가 20대 중·후반인 걸 감안하면 선수들과 많게는 서른 살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일일이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사람 자체가 좋은 분들이다. 심판 활동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인간적으로 많이 성숙할 수 있었다.

어마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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