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자
  • 최병문
  • 승인 2018.11.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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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일제 징용 피해자 대부분은 식민지 조선에서도 힘없고 가난한 농촌 젊은이나 청소년들이었다. 1943년 9월 일제 식민지 조선의 청년 여운택은 “2년간 훈련받으면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훈련 종료 후에는 우리나라 제철소에서 기술자로 취직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청운의 꿈을 품고 일본 오사카의 가마이시 제철소로 향했다. 도착해 마주친 일터는 약속과 달리 강제노동수용소였고 그가 감당해야할 일과 생활은 노동자가 아닌 노예의 삶이었다.


1945년 일본 패망으로 귀국한 여운택 씨는 자신의 강제노동 피해를 평생 잊을 수 없었다. 1997년 12월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다른 세 명의 희생자들과 함께 일본 오사카 지방재판소에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지급 임금을 돌려주고 강제징용 피해도 배상하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들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1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일본 법정에서 좌절한 피해자들은 우리나라 법원에 희망을 걸고 2005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일본기업을 상대로 다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판결은 “일본 재판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것이었지만 2012년 5월 대법원은 드디어 1,2심 판결을 뒤집었다. “일제 강점기 때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한 재판 관할권은 국내법원에 있으며 식민지 지배를 합법으로 보는 일본법원이 내린 판결은 효력이 없다”면서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지급하라”고 다시 판결했고 일본 기업이 불복하면서 다시 대법원으로 재상고된 사건은 5년 넘게 결론이 미뤄졌다가 지난 10월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전범기업 신일본제철은 위자료 1억 원씩 지급하라”는 최종판결이 나왔다.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과 달리 한국 대법원은 한일청구권협정에도 개인청구권은 존재한다고 보았다. 일본 정부의 한반도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권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징용피해자들의 ‘위자료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이번에 최종 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와 언론의 반발은 요란하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징용피해자들 배상 청구는 한국정부가 해결해야할 일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대법원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완전히 위반하는 판결을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양국과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는 한일청구권협정 2조는 일본이 그간 위안부, 원폭피해자, 강제동원 희생자 등의 배상요구가 나올 때마다 금과옥조로 내세웠던 방패조항이다.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재상고 판결이 온전하게 집행되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지체된 정의이긴 하지만 역사적폐를 청산하고 넘어졌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이웃국가 일본과 바람직한 미래도 열어가야 한다. 현재 일제 징용 관련 재판은 15건에 달하며 원고는 1000명 이상이다. 신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 히타치조센, 스미토모석탄광업 등 일본 유력기업 87곳이 피고다. 이제 더 이상 소송 진행 없이 화해 조정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한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지원단체는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자 인권재단 설립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은 2000년 유대인과 동유럽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미국 내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미국과 행정협정을 맺었다. 그에 따라 독일 정부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절반씩 낸 100억 마르크를 기금으로 ‘기억.미래.책임 재단’을 설립해서 그들의 피해를 보상했다. 우리도 대한변협과 일본변협이 2010년에 제안한 바 있고 한일 양국 시민사회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2+2 재단’ 설립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어떨까? 독일 재단을 모델로 한국 정부, 일본 정부, 청구권자금 사용 한국 기업들, 강제징용자 사용 일본 기업 등 4자가 출연하는 기금으로 재단을 설립해서 징용피해자들을 기념, 추모하고 보상하는 방안 말이다. 일본의 동의가 필수 조건이지만 막강한 외교력과 여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때마다 일본 법원은 한국인 피해자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중일공동성명을 들어 원고 청구를 줄줄이 기각했다. 그러나 일본 법원에서의 승소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한 사례는 여러 건 존재한다. 1998년 니시마츠 건설 케이스부터 2015년 미쓰비시 광업의 경우에 이르기까지 피고 일본 기업 측은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에서 승소하고도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여 중국 피해자들과 사과 및 보상에 합의했다.  


일본 측의 반응이 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정부와 언론의 움직임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이 ‘중일공동성명’을 이유로 피해자 개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중국 ‘정부’의 청구권은 포기되었을망정 ‘개별민간인’의 청구권은 포기된 것이 아니다”고 반박해왔다. 이러한 중국 정부 태도에 호응하여 중국관영 신화통신, CCTV를 비롯한 언론에서도 벌떼처럼 일어나 일본 측을 비판하는 보도와 논평을 쏟아냈다. 결국 거대한 중국시장을 고려해서라도 일본 기업들은 화해 보상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촛불정부의 역사적폐 청산 의지가 확고하고 언론이 힘을 보탠다면 우리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언론과 모든 지식인들의 우리 민족 사랑에 호소한다. 진정 이웃나라 일본과 바람직한 미래를 열어가고자 한다면 열린 가슴으로 모두 힘을 합쳐보자.


최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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