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의 노래
처용의 노래
  • 글: 이소정 / 그림: 남다현
  • 승인 2018.11.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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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울산 바다 이야기

온산읍 ‘처용암’

 

옛날, 옛날 조금 오래 전 옛날.
나라는 편안하고 백성들은 모두 자기 일을 다 하여 걱정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들판의 곡식들은 황금빛으로 넉넉하고요, 누구의 침입도 받지 않는 평온하고 아름다운 날이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신라 헌강왕 때의 이야기입니다. 헌강왕은 나라 이곳저곳을 돌아보는 일을 즐겼습니다. 백성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는 것이 왕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남모르는 걱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평화가 얼마나 계속될까, 하는 불안이었습니다. 혹시 저 먼 나라에서 쳐들어오지 않을까? 흉년이 들어 배고픈 사람들이 늘지 않을까, 그도 아니면 나쁜 돌림병이 돌아 백성들을 잃는 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헌강왕은 아름답고 평온한 나라를 돌아보고 온 날이면 더욱 이런 걱정들로 쉽게 잠이 들 수 없었습니다. 신하들은 왕의 어두운 표정을 걱정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헌강왕이 신하들을 데리고 울산 바닷가에 왔습니다. 울산 바다는 깊고 푸른 수심으로 왕의 마음을 달래주었지요. 헌강왕이 돌아가려 할 때 갑자기 바다에 안개가 잔뜩 끼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고?”
헌강왕과 그의 신하들은 바로 앞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꼼짝없이 안개 속에 갇혔습니다. 헌강왕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걱정하던 때가 온 것 같았지요. 


그때 같이 있던 한 신하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임금님, 이는 필시 아무래도 이곳에 사는 용의 짓인 것 같습니다.”
용은 왕에게도 신성한 존재였습니다. 왕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이 바다 안개가 걷힐까?’
한참을 고민하던 헌강왕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습니다.
“내 용을 위해 절을 지어줄 것을 약속하겠다.”


헌강왕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동해의 용이 일곱 아들을 데리고 나타난 것입니다. 그들은 이상한 의복과 모습으로 왕 앞에서 즐겁게 춤을 추었습니다.


“그대의 아름다운 약속에 감동했습니다. 그대는 평온한 한 나라의 임금으로 더없이 훌륭하신 분입니다.”
동해 용이 그렇게 말하자 안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용은 왕이 돌아가는 길에 그의 아들 중 하나를 함께 따라가도록 했습니다. 돌아가서 왕을 보살필 것을 당부하며 보낸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니라 처용랑이었습니다. 왕은 동해 용의 아들 처용랑이 자신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나라의 평안도 지켜줄 것을 믿고 기뻐했습니다.


‘이제 이 나라는 오래도록, 대대손손 편안과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야.’
다시 돌아온 헌강왕은 처용이 오래 이 나라를 지켜주기 위한 마음으로 그에게 아름다운 아내를 맞게 했습니다. 처용의 아내는 아름답기가 바다 위에 반짝이는 햇살 같았습니다. 마음 또한 비단처럼 고와 처용은 금세 사랑에 빠졌습니다.


동해 용이신 아버님의 뜻에 따라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고 처용은 생각했습니다. 되도록 오래 신라에 남아 있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매일 저녁 아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처용은 마음이 한없이 기뻤습니다.


하지만 그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달빛이 은은히 비치는 밤, 집에 도착한 처용은 마당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건 그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는 방 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마당에 서서 한지를 발라놓은 방문에 비친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이 일을 어찌할까?’
아내의 아름다움을 탐낸 나쁜 신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처용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지금 화를 내면 나쁜 신이 아내를 볼모로 더욱 괴롭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처용은 한참 후 조용히 마당 가운데 서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노래는 달빛에 젖은 후박 꽃잎처럼 은은하고 달콤하게 퍼져 나갔습니다.  


방 안에서 이 노래를 듣던 나쁜 신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그렇게 슬프고 아름다운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이윽고 나쁜 신은 처용랑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신을 달래는 노래에 감동하여 맹세했습니다.


“나를 벌하지 않고 깨우쳐 주어 감사합니다. 오늘 이후로 처용의 얼굴을 그린 것만 봐도 그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나쁜 신은 여전히 처용의 노래에 취해 대문 밖으로 달아났습니다. 


후에 사람들은 처용이 부른 노래를 ‘처용가’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또 그가 전염병을 옮기는 나쁜 신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사람들은 집집이 처용의 얼굴을 문에 그려 귀신을 쫓았습니다. 또, 헌강왕은 동해 용과의 약속대로 좋은 터를 골라 절을 짓게 했습니다. 이 절이 바로 ‘망해사’입니다.     
 
<처용암>

처용의 출생지는 지금의 외항강 하구의 처용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바위섬에서 처용을 비롯한 동해 용왕의 일곱 아들이 출현하였다고 합니다. 처용암은 처용리 1번지로, 온산면 관할이었던 것이 1997년 10월 9일부로 울산광역시 관할에 속하게 되고 울산시 기념물 제4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현재는 울산광역시 남구청 관할지인 황성동 668번지의 1호 소재로 되어 울산광역시에서 해마다 처용문화제를 열어 처용탈과 문화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용암
처용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울산 바다 이야기>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위탁사업으로 울산환경과학연구소에서 수행하고 있는 울산연안특별관리해역 지역역량강화사업의 일환입니다.  

글: 이소정  그림: 남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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