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이 던진 묘한 씁쓸함
"완벽한 타인"이 던진 묘한 씁쓸함
  • 배문석 시민기자
  • 승인 2018.11.07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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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인간관계에 대한 아주 쫄깃한 목격

 

“사람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삶, 개인의 삶 그리고 비밀의 삶” 영화 말미에 뜨는 자막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도 여기에 있다. 마지막까지 관심을 끄는 장치는 비밀이지만 공과 사에 걸쳐 있는 삶이 있어야 비밀이 발생하는 법. 그리고 비밀은 대부분 관계에서 비롯된다. 이 영화는 좋은 관계란 상대방의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지 묻는다. 그게 연인과 친구 심지어 부부든 말이다.


모두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40년 지기 친구들이 부부 동반 모임으로 만난다. 석호(조진웅)와 예진(김지수)이 집들이에 초대한 것이다. 태수(유해진)와 수현(염정아) 부부, 준모(이서진)와 세경(송하윤) 그리고 이혼남 영배(윤경호)까지 일곱 명이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 모임 중 정신과 전문의인 예진이 ‘휴대 전화 잠금 해제’ 게임을 제안한다. 핸드폰으로 도착하는 모든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을 공유하자는 것. 그렇게 뜬금없이 시작된 게임의 과정과 결말 그리고 다시 어색한 반전이 이야기의 전부다.

 

 

휴대폰 속에 온갖 비밀이 저장된다는 발상과 부부모임 속의 게임 등 대부분의 내용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2016)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당연히 등장인물의 숫자도 같다. 변화를 준 것은 우리 사회 속 문화배경을 담아 공감이 가는 인물로 구성한 부분. 그리고 원작은 코미디가 좀 더 강한데 좀 씁쓸한 맛을 배이도록 연출했다.


중심을 잡는 배우들이 많기 때문에 걱정됐던 혼란함은 없다. 집이란 하나의 장소에서 대부분을 촬영했지만 잔잔하거나 느슨한 전개가 아니다. 게임이란 속성을 살려 긴장감을 최대한 유지했다. 물론 그 긴장이 풀리는 순간에 모두 동의하긴 어렵겠지만.


저마다 사용하는 핸드폰이 조금씩 다르다. 삶의 취향과 방식 그리고 직업도 다르다. 그렇게 어린 시절 이후 살아온 배경이 엇갈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게임 속에서 드러난 것들은 대부분 성적인 코드다. <사랑과 전쟁> 같은 재연 막장 드라마 수준에서 맴돈다.

 

 

그런 이유로 까발려지는 비밀들이 신선하지 않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불륜과 웃음을 끄는 몇 가지 사소한 일화가 더해진다. 물론 절친한 이들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이 고백처럼 튀어나온다. 그런데 예전에야 크게 놀랄 거리라서 지금 세상이 바뀐 것을 느끼게 한다.


가끔 어색한 애드리브가 튀어나오지만 배우들의 호흡은 탄탄하다. 여자 주인공이 많은 작품이 드문데 각각의 쓰임새가 전형적이라 아쉽다. 배우들보다 돋보이는 가장 큰 성공은 감독이 차지한 것 같다. 이재규 감독은 <다모>와 <베토벤바이러스>로 성공한 TV 드라마 PD를 거쳐 충무로에 입성했지만 큰 제작비를 쓴 <역린>(2014)의 실패로 4년의 공백기가 있었다. 개봉 첫 주에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니 재기에 성공한 셈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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