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뒤에 가려진 영상인, 영상전공 대학생 손종민 씨
스크린 뒤에 가려진 영상인, 영상전공 대학생 손종민 씨
  • 어마루 시민기자
  • 승인 2018.11.07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

한 해에도 수백 편의 영화가 개봉하고, 하루에도 수십 만 개의 유튜브 영상들이 올라온다. 말 그대로 영상 미디어 범람의 시대다. 이제 영상과 무관한 일을 하는 일반인들도 전공자들 못지않은 영상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유튜버,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언뜻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기법들, 그냥 찍으면 나올 것 같은 영상들도 확고한 영상이론과 촬영·편집 경험이 없다고 나올 수 없는 결과물들이다.


그래서 지금도 어딘가에는 부단히 노력하는 영상지망생들이 존재한다. 물론 저마다 원하는 분야도 다르고, 살아갈 영역도 다르겠지만. 우리가 너무 쉽고 짧게 소비하는 영상을 위해서 아주 긴 시간을 인내하고 고생하는 이들이 있다. 이제 졸업을 앞둔 25살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손종민 씨도 매한가지다. 얼마 전 졸업 작품 촬영을 마쳤다는 그에게서 스크린 뒤에 숨어있는 이들의 노고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영상을 전공하는 대학생 손종민 씨
영상을 전공하는 대학생 손종민 씨


Q. 영상을 전공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제가 느낀 것, 제가 아는 것, 제가 배운 것들을 남들과 소통하며 공유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 연장선에서 영상을 전공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영상, 혹은 영화는 감성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현대의 소통방식이라고 생각해요.

 

Q. 영상을 전공한다하면, 영화감독 혹은 영화판에 뛰어든다는 인식이 강해요. 영상을 전공한 당사자들은 영화계로 빠지지 않는다면, 대개 어떤 삶을 살아가나요?

다른 학과와 매한가지로 꼭 전공이 취업 적성과 직결되지는 않아요. 촬영이나 편집 분야는 기술적인 부분이라 취업 후에도 활용 가능한 부분이기 하지만, 적성이 맞지 않으면 정말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예 다른 길로 가는 사람들도 없진 않죠. 예전에 비해서 영상 산업의 범위 자체가 굉장히 넓어졌기 때문에, 꼭 영화가 아니라도 광고, 방송, 소셜 영상 등 다양한 영상 산업에 종사합니다.

 

Q. 처음 예술문화영상학과에 입학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친구들 반응은 학과 이름이 특이해서 외우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었고, 가고 싶은 분야로 간 것 같아서 잘 어울린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부모님은 어떤 과든 제가 가는 길을 응원해주셨지만, 주변 친척 분들은 학과 이름을 들었을 때 이질감을 느끼실 것 같아 그냥 영상학과라고 말씀드렸어요. (웃음)

 

Q. 최근에 본인의 작품을 찍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나요?

영화를 공부하고, 학생영화 제작 현장에도 여러 해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영화의 모든 컷들 뒤에는 감독 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흘러들어 간다는 것이에요. 그럼에도 일반 관객들에게는 감독, 주연 배우의 연기 정도만 기억에 남아요.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스태프 이름은 스태프 본인 외에는 지켜보는 사람이 드물죠. 영화 제작과정 또한 알기 어려워요. 감독이 스태프를 학대했든, 배우가 갑질을 했든 관객들은 알 길이 없어요. 후대에 가서나 밝혀지거나, 혹은 풍문으로나 들려올 뿐이죠.


그렇게 무수히 많은 현실들이 가려지고, 오직 결과물만이 남는 것이 영화입니다. 저는 그러한 영화의 가려지는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영화도 결국 영화이기에 가려질 수밖에 없겠죠. 어릴 적 도덕시간에 식사 전 농사 지으신 농부님들께 감사드리는 시간을 배우듯이, 제 영화도 가려지는 부분들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자는, 그런 한마디 말이 되길 바랍니다. 아직 편집을 다 못해서, 그런 영화가 되길 저도 바라고 있어요.

 

졸업작품 촬영 중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손종민 씨
졸업작품 촬영 중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손종민 씨

 

Q. 앞서 한 말처럼 영화 뿐만 아니라, 영상이라는 이름이 따라다니는 곳은 군기나 규율이 엄격하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진 않나요?

얘기만 들어봤을 뿐 직접 겪어보진 못했고, 제가 가본 현장은 학생 영화 현장 밖에 없기 때문에 제가 겪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스럽긴 하네요. 군기나 규율이라는 표현은 그렇고, 시스템이나 체계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오히려 잘 정립된 현장 체계는 스태프 개개인들을 편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Q. 몇몇 유명 영화감독들이 울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본인은 대학교 진학 전까지 쭉 거주했던 울산이라는 도시가 영상에 담아냈을 때 어떤 매력을 가진 도시라고 생각하나요. 혹은 울산이 가진 드라마적 요소는 어떤 게 있다고 보나요?

감독님들이 어떻게 울산을 표현하실지 궁금하긴 하네요. 대학 진학을 위해 5년 전 부산으로 가기 전까지, 20년을 울산에서 살았어요. 저는 울산을 ‘이주자 2세들의 도시’라고 생각해요. 울산에서 성장한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보아도 부모님이 타지에서 오신 친구들이 많았고, 사투리도 제각각이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상으로 어떻게 담을 수 있을 지는 고민을 더 필요할 것 같네요.

 

Q. 영상은 호흡이 긴 세계에요. 10년 뒤 쯤에 본인은 어떤 모습의 ‘영상인’이 되어 있을 것 같나요?

원대한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는, 눈앞에 있는 작은 목표에 집중하는 편이라 10년 후를 감히 예상하긴 힘들 것 같네요. 그래도 지금의 작고 긴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깊이가 있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영화 문법과 기술적인 측면을 더 공부해서,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 제 생각들을 감성적으로 담아내고 싶어요. 다만 그 창구가 영화는 아닐 것 같네요. 영화보다는 작고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영상들이 더 좋아요.

어마루 시민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