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와 교육권 법제화
학생인권조례와 교육권 법제화
  • 도상열 전교조울산지부장
  • 승인 2018.11.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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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지난 해 최유경 시의원의 발의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논의되다가 공론 형성이 되지 않아 조례 제정은 무산되었다. 보수적인 개신교인들이 학생인권조례는 ‘동성애 합법화’를 불러올 것이고 학생들 사이에 무분별한 성문화를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반대운동을 전개했던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주장도 조례 제정에 부담을 준 것이 사실이다.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와 무분별한 성문화를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은 억측일 뿐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주장은 외면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아동복지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학교현장에서는 소신껏 교육하는 교사들이 과도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교사들은 법적인 안전장치 마련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돼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하소연들이 많다.

내 주변의 선생님들 중에 평생을 아이들 교육에 전념해 오다가 가정에서 방치된 아이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로 신고 돼 곤혹을 치른 분들이 있다. 수업을 집요하게 방해하거나 동료 학생들을 왕따 시키거나 학대하는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꾸중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범으로 몰리게 된 것인데 이런 사례들은 교사들에게 교육보다는 보신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이는 학교행정이 교육보다는 보신에 무게를 두는 체계로 작동하도록 한다. 대구 휴게소 사건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학생들은 약자이며 이들이 교사로부터 받는 인권침해 사례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울산에는 교권보호조례는 제정돼 시행 중이지만 교권 침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도 학생인권이 보장되거나 인권 침해를 막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지 못했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교육활동이라는 특수한 과정에서 상호 존중되는 권리여야 하는데 상대방의 권리를 제약하고 침해하는 쪽으로 받아들여지고 이용되고 있어 이 모순을 극복하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모순은 학문적으로 이미 극복돼 있다.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을 둔 학부모는 교육전문가라 할 수 있는 이들에게 위탁하면서 교육을 맡기게 되는데 교육을 위탁받은 교사는 학부모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학생을 지도한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교사에게 가르칠 권리를 위임하며 학습 받을 권리를 갖게 된다. 이런 계약관계는 근대적인 학교제도가 도입되면서 국가를 매개로 법적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국가는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을 양성하고 그들에게 가르칠 권리를 부여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국가로부터 학습 받을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교사들은 학습권을 존중해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가르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상호간의 권리를 침해하면 국가가 권리를 구제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이런 원론적인 계약관계를 세밀하게 다시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이르렀다. 인권과 교육에 대한 민감성이 증대했다. 교육체제가 그것을 수용해 변화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습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아우성이고 교사들은 가르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교육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아우성이다. 다시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맺지 않으면 상호불신만 깊어져 우리 교육은 점점 위기로 내몰릴 것이다.

전교조에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자며 ‘교육권’이라는 개념으로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11월 24일 전교조울산지부 참교육실천대회 교육권 토론 분과마당에서 첫 논의가 시작돼 공론의 장이 펼쳐질 것이다. 학부모, 학생, 교사를 포함해 시민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범국민적인 토론을 통해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고 권리가 존중돼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학교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도상열 전교조울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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