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술집보단 밥집, ‘식사됩니다’
역시 술집보단 밥집, ‘식사됩니다’
  • 이동고 기자
  • 승인 2018.11.2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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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사람들

 

여백이 넘치는 밥집 간판 이름이 '식사됩니다', 요즘은 밥 한 끼 편하고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 식당 찾기도 쉽지 않다. ⓒ이동고 기자
여백이 넘치는 밥집 간판 이름이 '식사됩니다', 요즘은 밥 한 끼 편하고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 식당 찾기도 쉽지 않다. ⓒ이동고 기자

취재를 다니다 보면 낯선 곳에서 점심을 먹을 적당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괜찮은 식당을 찾기란 모래 속에서 금싸라기 찾기다. 큰 도로와 가까운 골목은 대부분 술을 파는 가게 위주로 현란하게 뒤섞여 있다. 메뉴에다 가격표까지 빼곡히 다 붙어 있으나 복잡하긴 하지만 다 그게 그거다. 하지만 밥이 단지 끼니가 아니라 ‘노동의 쉼터’같은 것이라면 좋은 밥에 대한 갈구는 시간을 들여서라도 뒷골목을 뒤지게 만든다.

어느 식당 앞에 섰다. 간판이름이 ‘식사됩니다’ ‘여름메뉴, 찌개종류, 분식’. 하얀 여백의 미가 넘치는 이 간판 집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서니 7~8명이 단체로 밥을 먹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를 이모라고 부른다. 일단 실패는 아니구나!

메뉴판을 들여다 보다 양푼이 비빔밥을 시켰다. 주방 안에는 아무도 없고 주인 혼자 식당 일을 하는 모양이다. 한 5분 정도를 기다렸더니 밥을 가져다준다. 비빔밥에 조촐한 밑반찬이다. 밥이 모자라면 밥솥에서 더 퍼다 먹으라고 한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인이 주걱 반 정도  밥을 퍼다 양푼이 그릇에 담아줬다.
“이 양념장 더 넣을래요? 맛은 있는데 더 짜울 수도 있고.” 양념장을 들고 건너편 탁자로 간다. 이 식당은 아주 작은 식당은 아닌데 탁자와 탁자 사이가 아주 널널하다. 탁자를 한두 개는 더 놓아도 될 공간인데도.

주인아줌마에게 말을 붙여 본다. “적당한 밥집을 찾다가 간판 이름이 하고 특이해서 들어와 봤다”면서 “식당 이름 잘 지었네요. 단골 많으시겠어요” 하니 혼자 식당하다 보니 손님 많아도 귀찮단다. 옆에 있던 손님들이 거든다. “간판 이름 좋으니 체인점 주문 받아요. 이모.”
옆 테이블도 비었고 한가로운 식당에서 천천히 밥을 먹고 있으니 건너편 탁자에서 주인도 라면을 끓여 먹는다. 주인 밥 먹는 것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난 밥을 다 먹었다. 잠시 앉아 기다린다. 주인이 다 드신 것 같다. “이제 다 드셨죠?”하면서 일어났더니 “아니 손님. 기다리신 겁니까?” 한다. 계산을 하니 “커피 한 잔 드시라”고 믹스커피를 권한다. 달콤한 커피까지 여유롭게 한 잔 하니 마음이 그리 편안할 수가 없다.

여유로운 노동, 소일거리로 하는 노동, 그냥 즐기면서 하는 노동은 사람 마음을 편하고 푸근하게 한다.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빠지고 임대료만 턱없이 비싸지 않으면 누구나 자기 노동의 여유로운 가게들이 넘쳐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헌법에는 노동자, 농민은 있지만 ‘자영업자’라는 개념이 없다. 이렇게 많은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데 헌법상 국민으로 권리 규정이 없는 것이다. 겨우 생긴 것이 임대차보호법.

고용노동이 아닌 자기 노동으로 살아가는 기쁨과 즐거움을 가로막는 것이 높은 임대료다. 자기 일을 즐기면서 하겠다는 자영업자의 권리가 헌법상 보장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나는 제대로 ‘식사 되는 곳’에서 편하고 여유롭게 밥 좀 먹자.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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