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대신에 손을
총 대신에 손을
  • 강명진 천곡초등학교 특수교사
  • 승인 2018.11.2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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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2018 울산특수교육 운영계획에 따르면 울산의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는 총 227명의 사회복무요원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회복무요원들은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 시행령 제5조에 근거하여 보조인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남성 특수교사가 부족한 학교 현장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의 역할은 남학생들을 지원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함께 뛰어다니는 정말 소중한 ‘선생님’들 중 한 명이 분명합니다. 대체로 스무 살 안팎에 불과한 사회복무요원들은 4주의 군사훈련을 이수하고 5주차부터 학교로 출근을 합니다. 짧은 머리로 학생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젊은 청년의 눈빛에는 풋풋함을 넘어서 어리둥절함도 살짝 보입니다.

그런 젊은 청년인 사회복무요원들에게는 억울한 속사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장애학생 지원의 역할을 배정받을지 몰랐다는 것입니다. 훈련소 4주차에 사회복무요원들은 근무지를 선택하게 되어 있습니다. 학교로 배정받은 사회복무요원들은 근무지를 선택할 때 ‘교육청’으로 선택했을 뿐,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지는 선택한 적도 안내를 받은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회복무요원들이 얼떨떨하게 장애학생들과 처음 만나게 됩니다. 다행히 많은 사회복무요원들이 자연스럽게 장애학생들과 생활을 시작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근무지를 변경 요청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는 있지만 보통은 시간이 주는 익숙함을 기대하면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조언과 함께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사회복무요원의 입장에서도 마주하게 된 현실을 도피하려는 패배적인 마음보다는 젊음의 패기를 믿고 정면으로 해쳐나가고 싶은 열정적인 마음이 더 앞서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 부분의 부족함을 탓할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 자체를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특히 장애학생들을 지원하는 일은 분명히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몸과 마음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정말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서울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들 역시 그러했을 것입니다.

병무청에서는 전국의 교대, 사범대를 비롯해 특수교육과 학생들 중 신체등급 4급을 받은 학생들에게 사회복무요원의 다양한 역할들 중 장애학생 지원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권장하겠다고 ‘장애학생의 인권보장을 위한 교육부 TF팀’ 회의에서는 말하였지만 당연하게도 해당 학생들의 근무지 선택이 배치의 우선 고려 대상이며, 근무지 선택란에 ‘교육청’이라고 표기된 내용을 ‘장애학생 지원’이라고 수정할 계획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고 병무청의 말뿐인 대안만 있을 뿐입니다.

사회복무요원은 분명히 꼭 필요한 특수교육 지원인력입니다. 하지만 장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특수교사의 입장에서 우리 반 소속 학생이 한 명 더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회복무요원은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책상에 엎드려서 하루 종일 잠만 자며 어떤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민원만 제기하는 사회복무요원이나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회복무요원도 필요 없습니다.

물론 사회복무요원들의 인권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의 배치 이유가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므로 서로간의 인권과 교육권이 상충되었을 때 특수교사 입장에서는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 특수교사가 담임교사인 특수학급에서 고등학교 남학생이 옷에 실수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사회복무요원에게 학생의 신변 자립을 위해서 더럽혀진 부위를 깨끗하게 씻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옷을 갈아입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은 거부했고, 이에 병무청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누가 그런 일을 하고 싶겠냐며 그것은 혐오업무에 해당하므로 학교에서는 사회복무요원에게 그런 일을 지시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특수교육의 한 영역인 신변자립을 위해 성별 특성상 사회복무요원에게 지원해달라고 한 것은 혐오업무 지시가 아니라 교육업무 지시에 해당한다고 병무청에 문제제기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혐오업무 지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 혐오업무를 선의로 묵묵히 수행해준 많은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보통 종교적인 이유나 양심 그 자체를 이유로 집총을 거부한 경우를 말합니다. 요즘 양심적 병역거부의 대체복무에 대해서 많은 토론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언론의 발표에 따르면 그들은 교도소에서 역할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장애학생 지원의 일이 맞지 않는 사회복무요원들은 본인의 희망에 맞게 모두 다른 업무로 전환시켜주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도 선택권을 제공해 학교 현장에 특수교육지원인력으로 배치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를 지향한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받는 그들에게 총이 아닌 장애학생들의 손을 쥐여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명진 천곡초등학교 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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