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생각
믿음과 생각
  • 김민우 울산대 학생
  • 승인 2018.11.2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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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으로 사회학개론을 듣고 있다. 원래 교육과정대로라면 사회학개론은 1학년 때 배워야 하는 과목이다. 아무것도 몰라서 호기로웠던 1학년, 사회학개론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서 F를 받았다. 마지막 학기인 지금, 사회학개론을 다시 듣는 이유다. 개론이라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지도 않고 크게 어려운 내용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다.

교수님이 기말시험 문제를 미리 정해주셨다. 기말고사 문제는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다. 대학에 다니면서 자주 접한 익숙한 주제다. 문화상대주의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생각이 정리돼 있다고 생각했다. 주제를 듣고 답안지에 쓸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외국 유명 배우가 개고기 먹는 걸 지적했을 때 ‘개고기 먹는 게 어때서?’라고 생각했다. 개고기를 예로 들며, ‘어떤 문화가 옳고, 어떤 문화가 틀렸다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적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워드를 켰다. 막상 생각을 글로 옮기려 하니, 특별히 설득력 있는 근거가 생각나지 않았다. ‘개고기를 먹느냐 마느냐’하는 수준 이상으로 깊게 생각한 적이 없었던 거 같다. 관련 자료를 읽고 깊게 생각했다. 문화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면, 사람을 죽이는 일도 문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인권의 정당성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이것저것 찾아보고 “인권을 보장하는 게 인류의 번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이다.”라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는 있었다. 하지만 ‘합리적이다.’란 말과 ‘옳다.’란 말은 다르다.

인권보장이 옳다고 생각할 절대적 이유는 여전히 찾지 못했다. 문화상대주의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권의 정당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문화상대주의의 입장이 옳다고 생각하면서 인권의 정당성에는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었다. 근거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한 게 아니라 직관으로 마음에 드는 결론을 정한 뒤, 그 근거를 찾고 있었다.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그 주장을 믿는 쪽에 가까웠다.

스스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생각하기보다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 위에 다른 믿음을 세웠다. 탄탄한 근거 위에 생각을 쌓아 올렸다고 착각했다. F학점을 복구하기 위해 들은 수업이었다. 쉬운 과목이라고 생각했지만 많이 배웠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떠오른다. 믿기보다는 생각을 더 자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김민우 울산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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