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을까?
  • 김동일
  • 승인 2018.11.2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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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본이 아빠의 일상주반사

이비에스에서 예전에 방영했던 <달라졌어요>는 아내와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유투브에서 지속적으로 추천해서 우연히 봤고(근데 왜 내게 이걸 추천했을까? 구글은 대체 개인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이제는 안 본 에피소드가 없을 정도로 보이는 족족 섭렵했다.

이 프로가 맘에 들었던 건 두가지 긍정적 영향 때문이었다. 하나는 거기 나오는 남자/여자들보다는 그래도 내가/아내가 낫다는 것에 대한 은근한 우쭐감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거기 나오는 부부에 비하면 그래도 우리 부부는 아직 괜찮다는 은근한 안도감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가 맘에 들지 않는 결정적인 불편함이 하나 있었다. 그건 여기서 제시하는 소위 솔루션이다. 이 해결 방법이란 게 늘 같은 패턴이다. 우선 두 부부의 갈등 상황을 관찰한다. 그리고 그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낸다(고 우긴다). 그런 다음 그걸 극복하는 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갈등 원인은 그 뿌리, 그러니까 그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 찾아내야한다 거다. 예를 들어 뻔히 경제적 궁핍이 원인으로 보여도 그건 진짜 원인이 아니다. 그 뿌리는 언제나 어린 시절 부모님, 또는 가까운 사람과의 불화다. 지금의 갈등은 순전히 그 트라우마 때문이다.

트라우마 치료는 주로 역할극을 통해 이뤄진다. 주인공은 지금껏 자신을 괴롭힌(다고 믿는) 대상을 향해 극단적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그리고 대성통곡한다. 곧 차분해진다. 그 광란을 지켜보고 있던 남편/부인도 눈물을 훔친다. 그리고 둘은 서로 껴안는다. 그리하면 미션 석세스.

궁금하다. 방송 이후 이 부부들은 계속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진짜 자기 안에 무의식적으로 잠재되어 있는 분노만 표출하면 다 괜찮아 지는 걸까? 여전히 남편의 돈벌이는 시원찮고, 여전히 부인의 불만은 가득한데. 현실은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인데.

정권이 바뀐 후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적폐청산이다. 지금 발생하는 원인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과거의 적폐 무리를 모두 없애야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싹 몰아내고나면 정말 달라지긴 할까? 바뀐다한들 기득권들은 그닥 다르지 않고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한데.

자신의 현재 문제는 현재의 자신 책임이다. 왜 오늘의 내가 한 잘못을 옛날의 나에게, 옛날의 누군가에게 다 덮어씌우려고만 하나. 트라우마는 일종의 자기합리화다. 그건 현재 문제의 진짜 이유가 아니다. 엉뚱한 대상에게 화풀이 한 번 한다고 그들이 진짜 달라질 수 있을까?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현실적 문제가 있다.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그것이다. 상대를 미워하고 비뚤어지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사실 그것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자존감을 회복해야 진짜 달라질 수 있다.

과거의 잘못을 ‘청산’해야 한다는 데 백번 동의한다. 하지만 ‘수립’ 없이 진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소득과 소비에 비례하는 차등적 증세와 복지 방안이 세워졌으면 좋겠다. 최소한의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는 동시에 양극화가 해소되어야만 진짜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김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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