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옥동의 상징, 14년 째 호떡 굽는 신기선 사장
겨울 옥동의 상징, 14년 째 호떡 굽는 신기선 사장
  • 어마루 시민기자
  • 승인 2018.11.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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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서울은 첫 눈을 맞았지만, 울산에 첫 눈 소식은 요원하다. 그래도 0도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왔고, 두터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겨울이 다가온 것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의 옷차림뿐만 아니라 길거리 풍경에서도 계절이 바뀐 것을 연신 느낄 수 있었다.

길거리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풍기는 장식물들이 늘어갔고, 가게에서는 여러 종류의 캐럴들이 산발적으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겨울 미각을 대표하는 노점상들이 길거리에 하나 둘 불을 켜기 시작했다. 조그만 주황 천막에서 새어나오는 고소한 기름 냄새와 밀가루 반죽 냄새는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했다.

울산 옥동에는 겨울만 되면 찾아가야 하는 호떡집이 있다. 옥동 소방서와 옥동 파출서 맞은편 주차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호떡집은 그냥 지나가는 행인이 없다. 장사를 시작한 뒤부터 마감하는 순간까지 하나 둘 모인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손님들이 조금 끊긴 저녁 9시. 마감을 30여 분 앞둔 시간에 14년 째 울산 옥동에서 겨울이면 호떡을 굽는 신기선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마감을 얼마 안 남겨둔 호떡 가게
마감을 얼마 안 남겨둔 호떡 가게

 

옥동에 오래 살았던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원래는 법원 쪽 학원가에 계셨다고 들었어요.

-좀 됐어요. 지금 옥동 명랑핫도그 자리 옆에서 장사를 했는데, 건물주인 분이 바뀌면서 호떡 가게를 하는 걸 원치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가게를 빼서 지금 자리로 오게 됐어요.

 

예전 가게와 지금 가게 자리는 어떻게 다른 것 같으세요?

-처음 옥동 학원가에서 장사를 시작했을 때는 분식집 한 두 곳 빼고는 가게가 없었어요. 이렇다 할 먹을거리가 없으니깐 장사가 정말 잘 됐죠. 이후에 장사가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가게들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 장사하시는 자리는 어떤 것 같으세요?

-옥동 파출소 분들이나 옥동 소방서 분들이 많이 오시죠. 한 번씩 오셔서 왕창 사가고 하세요. 파출소 분들도 직원 분들이 다 오셔서 사가기도 하고, 놀러 오신 분들이 사주기도 하시죠. 여기 있다가 남부 경찰서로 옮겨 간 여경도 사람들 데려와서 소문 내주고 그랬어요.

 

호떡도 조금 특이한 것 같아요. 공기가 들어가 있다고 해야 하나요?

-보통은 납작하죠. 이렇게 구워야 식어도 맛있게 굽혀요. 얇아야 바삭바삭하게 굽혀요. 다른 곳은 보통 좀 도톰하게 굽죠. 이렇게 얇게 호떡을 구워야 한다고 말을 해줘도 쉽게 안 돼요. 얇아서 굽기가 힘들어요.

 

내공이 보통이 아니시네요. 그러면 호떡 장사를 하신지 햇수로 꽤 오래 되셨을 것 같아요.

-올해로 14년이고 해가 바뀌면 15년이 되겠네요. 우리 애들이 여섯 살, 네 살 때 시작했어요. 지금 큰 애는 대학생이 되었죠. 큰 애는 다음 달이면 군대 가게 되었어요.

 

큰 아들 분은 군대 가면 어머니가 구워주던 호떡이 많이 생각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식 분들 건 따로 안 구워 가세요?

-가끔 팔고 남은 걸 가져가고 그랬는데, 우리 애들은 이제 맛없대요. (웃음) 애들이 좋아하면 냉동실에 넣어두고 팔고 하면 될 텐데. 애들 초등학교 다닐 땐가, 중학교 다닐 땐가 기억이 안 나는데, 이제 호떡 말고 붕어빵 해보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건 돈 주고 사먹으라고 돈을 쥐어주고 그랬어요.

 

그래도 훈련소 가면 어머니 호떡이 생각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원래 군대 가면 엄마 음식이 생각나고 그런 거죠. 또 모르죠. 군대 있을 때는 효자 같아도 나오면 뭐 다 똑같다고 하니까요. (웃음)

 

마지막 손님들을 위해 호떡을 굽는 신기선 사장
마지막 손님들을 위해 호떡을 굽는 신기선 사장

 

계속 이 호떡 장사만 하신 건가요? 비수기인 여름에는 어떤 일을 하세요?

-여름에는 쉬어요. 호떡이 잘 안 팔리기도 하는데,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장사 시작할 때부터 쉬었어요.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결국 이렇게 장사하는 것도 자식들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순식간에 자라버려요. 나중에는 커버려서 함께 할 수 없는 때가 다가오리라 생각했죠. 이거 좀 더 한다고 돈이 모이는 것도 아니고요. 욕심이 화를 부른다고 생각해서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았어요.

 

여기도 학원가 근처라서 중.고등학생들이 주로 방문할 것 같아요. 그런 학생들이 커서도 찾아오나요?

-고등학교 졸업하고도 오고, 남학생들은 군대 갔다 와서 찾아오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올해 스물여섯 된 친구가 찾아와서 너무 고맙다고 얘기해주더라고요. 한참 힘들 때 저한테 와서 넋두리도 하고 그랬다고. 심리학을 전공한 학생인데 약대 편입 시험을 준비했다고 했어요. 고생이 많았는데 제가 도움이 됐다고 하니 기쁘죠.

어마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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