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와 인어 아가씨
효자와 인어 아가씨
  • 글: 류미연 그림: 남다현
  • 승인 2018.11.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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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울산 바다 이야기

조암도 이야기

 

인어 아가씨는 오늘도 바다 위로 나와 봅니다. 갯바위에서는 어제처럼 낚시를 하는 청년이 보입니다. 낚시를 하는 청년의 모습은 비장해 보였어요. 오늘도 꼭 물고기를 잡겠다는 표정이었지요. 인어 아가씨는 이런 청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매일 바다 위로 올라오는 것이랍니다.

오늘따라 낚시가 되지 않는지 청년은 낚싯대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습니다. 해는 기울기 시작하는데 청년의 바구니는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인어 아가씨는 청년이 안쓰러워 물고기라도 몇 마리 몰아주려고 낚시 가까이 갔어요. 물고기를 낚시 바늘에 꽂아주려는 순간 그만 인어 아가씨의 머리카락이 낚시 바늘에 걸리고 말았어요. 인어공주는 놀라고 당황스러워 머리카락을 빼내려 했지만 그럴수록 머리카락은 더 엉켜 버렸지요. 청년이 낚시를 힘껏 당기는 통에 인어공주는 아픈 머리를 잡고 낚시를 따라 갔습니다.

하루 종일 한 마리도 물고기를 잡지 못한 효덕은 이렇게 큰 물고기를 잡게 하려고 그랬나보다며 힘껏 낚시를 끌어 올렸어요. 기뻐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낚싯대를 잡은 팔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습니다.

얼굴이 빨갛게 되도록 힘을 쓰며 낚시를 올려보니 사람도 아니고 물고기도 아닌 인어가 끌려오는 것이 아닙니까? 놀란 효덕은 지는 해를 받아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인어의 모습만 멍하니 바라보았답니다.

슬피 우는 인어를 달래며 효덕은 추워 보이는 인어에게 자신의 저고리를 벗어 덮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인어의 꼬리 같던 곳이 점점 사라지며 사람의 두 다리가 생겨나는 것이었어요. 사람이 된 인어를 보자 효덕은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지요. 그래서 바다를 바라보며 인어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어요. 효덕도 늘 혼자여서 가끔 쓸쓸했거든요

인어는 자신이 바다 깊은 곳에 있는 용궁에서 살고 있는 공주라고 말했고, 효덕은 바다 가까운 마을에 사는 총각인데 물고기를 잡아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고 했어요. 물론 자신의 이름과 부모님에 대해서도 말했지요. 그리고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가 함께 살면 어떠냐고 인어 아가씨에게 말했습니다.

“아직은 때가 이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내일 다시 봐요.”

말을 끝낸 인어 아가씨는 금방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효덕은 인어 아가씨와 함께한 시간이 아쉬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지요. 그리고 새벽 일찍부터 새섬으로 나가 낚시를 했어요. 그런데 낚시를 던지면 던진 대로 바로바로 큰 물고기들이 올라왔어요. 그리고 해가 지고 어둑해지면 인어 아가씨가 눈앞에 나타났지요.

그렇게 매일매일 효덕과 인어 아가씨는 새섬에서 만났고, 서로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인어 아가씨가 아주 슬픈 얼굴로 말했어요.

“우리는 얼마간 헤어져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깜짝 놀란 효덕은 목석처럼 멍하게 있었어요.

“또, 어디로 사라진단 말이오?”

“걱정 마셔요. 그리 오래지 않아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으니, 낭군께서는 너무 상심마시고 일 년만 기다려 주셔요.”

효덕은 나긋하게 말하는 인어 아가씨의 말을 믿기로 했어요. 그리고 부지런히 고기를 낚아 재산을 불렸어요. 고기도 잘 잡혀 바다와 새섬이 보이는 산기슭에 아담한 집도 한 채 장만했지요.

어느덧 일 여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인어 아가씨가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날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효덕은 더욱 인어 아가씨가 그리웠죠. 하루하루가 세 번의 가을을 넘기듯 지겹고 길게 느껴졌답니다.

오늘은 인어 아가씨가 떠난 지 일 년이 되는 날입니다. 효덕은 가진 옷 중에서 제일 깨끗한 옷을 입고 아침 일찍부터 새섬에 나가 낚싯대를 드리웠습니다. 인어 아가씨를 만나면 어떤 말을 할까? 활짝 웃으며 달려가 꼬옥 안아 주리라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하기도 했어요. 혹시 안 오면 어쩌나. 혹시 날짜를 잊어버린 건 아닐까. 용궁으로 돌아가 심한 고생을 한 건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바다만 바라보았답니다.

어느 순간 바다가 둘로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인어 아가씨가 나타났어요. 너무 반가워 벌떡 일어난 효덕은 깜짝 놀랐어요. 인어 아가씨가 예쁜 아기를 안고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낭군님, 당신의 아들입니다.”

인어 아가씨는 귀여운 옥동자를 청년에게 내밀었습니다. 효덕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죠. 효덕은 아내가 된 인어와 아기를 데리고 새로 장만한 집으로 왔지요. 그리고 부모님도 함께 모셔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이 두 사람이 제일 먼저 새섬이 보이는 언덕에 정착하였고, 그 후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이 마을을 달포라고 했다고 합니다.

 

조암도 달포
조암도 달포

 

*조암도(鳥岩島)를 새섬이라고 하는 것은 새처럼 생긴 바위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억새가 많아 ‘(억)새섬’이라고 하였다는 설도 있어요. 하지만 ‘새(鳥)’는 샛바람, 즉 동쪽에서 부는 바람의 새(東)가 바뀐 것으로 마을의 동쪽에 있는 섬이라는 뜻으로 풀이한답니다.

*조암도는 울산 울주군 온산읍 신암리에 있던 섬으로 1977년 온산공단이 건설되면서 육지가 되어 지금은 사라진 지형입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울산 바다 이야기>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위탁사업으로 울산환경과학연구소에서 수행하고 있는 울산연안특별관리해역 지역역량강화사업의 일환입니다.

글: 류미연 그림: 남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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