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란조끼 운동, 파리는 불타는가?
프랑스 노란조끼 운동, 파리는 불타는가?
  • 원영수 국제포럼
  • 승인 2018.12.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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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연속 마크롱 정부와 정면 충돌

 

사진=트위터 @0_0BeNice
사진=트위터 @0_0BeNice

12월 1일 토요일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는 노란조끼 운동이 다시 한 번 파리에서 폭발했다. 11월 17일과 24일의 전국적 시위에 이어, 이날 파리 중심가에서 다시 벌어진 대규모 시위로 412명이 체포되고, 경찰 20명을 포함한 100명이 부상 당했다.

시위대는 상젤리제 거리, 튈레리에 정원, 개선문 등을 점거하고 경찰과 맞섰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했다. 일부 시위대는 차량을 불태우며 경찰의 진압에 저항했고, 일부 시위대는 애플, 디오르, 샤넬 등 고급 상품의 유리창을 깨뜨렸다.

이날 오후 샹젤리제 등 파리 중심부의 충돌은 대부분 진정됐지만, 양측의 충돌은 파리 시내 다른 곳에서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여론의 확고한 지지

연이은 주말의 충돌을 이유로 정부와 언론이 노란조끼 투쟁의 폭력적 이미지를 이용해 저항을 약화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담배를 피우면서 디젤차를 모는 무지한” 노란조끼의 이미지는 오히려 여론의 지지라는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11월 27일 여론조사(Opinion Way, 1013명)에서 78퍼센트가 마크롱의 대응이 불충분하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66퍼센트가 노란조끼 투쟁을 지지한다고 답했고, 32퍼센트가 반대했다. 
한편 LCI 텔레비전, RTL 라디오, 르 피가로 신문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80퍼센트가 유가인상에 반대했다. 반면 마크롱의 지지율은 20퍼센트 중반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프랑스를 넘어 확산되는 투쟁

노란조끼 운동은 프랑스에서 폭넓은 지지를 누리고 있고, 프랑스 밖으로 확산되고 있다. 11월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약 300명의 노란조끼 시위대가 등장했고, 경찰은 이 가운데 60명을 체포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우리도 이미 여기 와 있다”는 배너가 내걸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신문은 “반란이 아직은 싹트는 중이지만, 이미 씨앗은 뿌려져 있다”고 논평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일어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또한 인도양의 프랑스령 리유니온에서 노란조끼 운동은 폭발적이다. 차량 방화, 경찰과 충돌 등으로 11월 27일 통금조치가 내려졌고, 11월 21일 의회가 3년 동안 유가동결을 선언했지만, 리유니온의 노란조끼 시위대는 유가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생계비, 일자리, 불평등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노란조끼 운동-비정치적인?

노란조끼 운동은 한마디로 파리와 대도시 등 프랑스의 중심으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주변부, 즉 중소도시와 농촌의 저항이다. 유류세 인상과 그로 인한 생계비 압박이 투쟁의 직접적 촉발 요인이며, 출퇴근에 차량을 이용하는 노동자, 비정규직, 실업자, 소상인, 트럭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다.

노란조끼 운동의 갑작스런 출현에 가장 당황한 것은 프랑스 언론이다. 11월 중순 투쟁 초기에 언론은 노란조끼 운동의 신뢰성을 훼손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기후변화와 저탄소 이행이란 대의에 반하는 무지한 대중의 이기적 저항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연이은 여론조사에서 노란조끼 운동에 대한 높은 지지가 이어지자, 입장을 바꿔 노란조끼 운동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시도했다. 시위자 대부분은 과거에 정치활동이나 운동에 참여한 경력이 전혀 없다고 밝혔고, 노동조합이나 정당과 거리를 두기를 원했다. 이에 주류 언론은 노란조끼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11월 17일 이전의 노동조합이나 정당들처럼 노란조끼 운동에 대한 극우세력의 영향을 추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프랑스 언론의 의문은 1968년 혁명 당시에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편 11월 28일 노랑노끼 운동은 “40대 민중지침”을 국회의원에게 보냈다. 노란조끼의 요구를 집약한 이 지침에는 홈리스 문제의 완전한 해결, 누진세 강화, 보편적 사회보장, 의원의 평균임금 지급, 외주 금지, 기업 세제 혜택 금지, 지속가능한 교통 보장, 긴축정책 중지, 최고임금 도입(월 1만5000유로), 주택임대료 통제, 철도노선, 우체국, 학교, 어린이집 폐지 즉각 중단 등의 요구가 집약돼 있다.

노란조끼와 마크롱

마크롱은 유류세 인상조치 철회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예정대로 유류세는 2019년 1월부터 인상되겠지만, 저탄소경제로의 이행계획에 관한 3개월의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금인상으로 발생하는 428억 유로 가운데 95억 유로만이 환경예산으로 배정된다는 <르몽드>의 폭로 이후 마크롱에 대한 분노는 더욱 폭발하고 있다.

그 결과 마크롱 퇴진이 노란조끼 운동의 핵심적 요구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거리에서 마크롱 퇴진을 외치는 이유는 유류세 인상 외에도 마크롱 대통령과 그의 친부유층 정책 전반에 대한 누적된 불만 때문이다.

마크롱은 대선 1차 선거에서 24퍼센트의 득표에 머물렀지만, 극우 국민전선(현재는 국민회의) 마린 르펜 후보에 대한 대중적 반감 덕분에 결선투표에서 66퍼센트의 득표로 승리했다. 그러나 투표율은 50퍼센트 이하로 사상 최저였고, 따라서 마크롱의 정치사회적 지지기반은 취약하다.

집권 후 마크롱은 일관되게 부유층에게 유리한 정책을 추진했다. 세제개혁의 이름으로 일명 부유세로 불리는 자본소득세(ISF)가 폐지된 결과, 상위 1퍼센트의 부자는 2018년 소득이 6퍼센트 증가했다. 상위 0.4퍼센트는 2만8300유로, 0.1퍼센트는 8만6290유로의 구매력 증가 효과를 봤고, 반면 하위 20퍼센트는 사회보장 정체, 주태보조금 인하, 연금인하 등과 함께 소득이 감소했다.

부유세 폐지로 부자들에게 40억 유로의 혜택을 줬고, 프랑스 기업들에게 각종 세금감면으로 410억 달러의 혜택이 돌아갔다. 자본세제 정율제 도입으로 부유층에게 추가로 100억 유로의 혜택을 줬다. 반면 연금생활자가 내는 세금은 인상했고, 연금의 물가연동은 폐지됐다. 정부보조금으로 진행하는 공공계약은 폐지했고, 저소득층 주택보조금(APL)은 매월 5유로 삭감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프랑스 가구의 평균 구매력은 연간 440유로 감소했다. 그러나 건방진 부자 대통령 마크롱은 민중의 고통에 아무 관심이 없다.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로빈 훗과 달리, 가난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매겨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안티 로빈훗이라는 마크롱의 이미지는 대중의 의식에 더욱 강력히 각인됐다.

노동조합과 좌파의 대응

초기 국면에서 일부 극우세력의 개입 때문에 노동조합과 좌파는 노란조끼 운동과의 연대에 주저했다. 그러나 11월 17일 투쟁의 폭발 이후 입장은 전격적으로 바뀌었다. 마크롱의 집권당(전진하는 공화국)을 제외한 좌우의 모든 정당이 노란조끼 투쟁을 지지하면서, 노동조합과 좌파정당들도 노란조끼 운동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들의 대응은 조심스럽다. 왜냐면 노란조끼 대부분이 과거에 정치나 운동의 경험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고, 정당이나 노동조합과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그리고 11월 17일 투쟁 이전에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노란조끼 운동의 배후에 극우집단과 운송자본이 있다는 루머가 퍼져 있었다. 또 철도노동자 파업이나 대학개혁에 반대하는 학생운동, 이민/난민 문제 등에 대해 어떤 개입도 없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붉은조끼와 노란조끼는 마침내 12월 1일 파리 시위에서 만났다. 혼란과 불신, 의심으로 바라보는 양측의 만남은 이번 투쟁에서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12월 3일 100대가 넘는 앰뷸런스가 프랑스 국회의사당을 봉쇄했다. 응급구호 서비스를 외주화하려는 마크롱 정부의 사회보장 개정안에 반대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이번 투쟁이 연말이라는 시기적 특수성에 부딪혀 서시히 사라질지, 아니면 안티 로빈훗 마크롱 정권에 맞선 전면적 투쟁으로 확산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지난여름 경호원 폭력사건과 10월 니콜라스 윌로 환경장관,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의 연이은 사임 등 정권의 위기 속에서 돌발적으로 폭발한 전민중적 저항으로 마크롱의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들라크르와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노란조끼를 입힌 그림. 사진=트위터 @Soylent0G
들라크르와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노란조끼를 입힌 그림. 사진=트위터 @Soylent0G

원영수 국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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