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라는 말은 이제 그만하자
‘그래도’ 라는 말은 이제 그만하자
  •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 사무처장
  • 승인 2018.12.06 07: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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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

2018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바로 지금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드러낸 이야기가 들려왔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고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된다. 상전이 하인을 때리면 뉴스가 되지 않는다. 하인이 상전을 때리니 뉴스가 된다.” 바로, 유성기업 이야기다.

이 회사의 조합원들이 사무실에 들어가 회사의 상무를 집단폭행했다고 알려지면서, 경찰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이들을 두고 법을 무시한(?) 거대한 범죄집단이라도 되는 듯, 경찰청장과 고용노동부장관이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엄정 대응한다고 밝혔다.

어떤 일에는 반드시 그것이 일어나게 된 특정한 맥락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맥락을 살피는 일은 아다시피 내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일상적인 노조 파괴 음모는 이 기업의 회장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정도로 악랄했다. 노조 파괴로 악명이 높은 창조컨설팅(지난 8월 ‘노조 파괴’ 컨설팅을 제공한 혐의로 이 회사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12월 2일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다.)에 14억 원을 지급하며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짰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 3명이 죽었다.

지난 2011년 유성기업의 파업투쟁 과정에서 용역 깡패들로부터 22명의 조합원이 중경상을 입었고, 이 과정에서 머리뼈, 광대뼈 함몰로 수술한 노동자만 2명이다. 이런 일을 벌인 용역 깡패 책임자는 집행유예라는 처벌을 받았을 뿐이다. 또 용역 깡패가 무면허 대포차를 몰고 인도에 있던 조합원을 덮쳐 13명이 중경상을 입었음에도 역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만일 이 대포차에 IS 조직원이 타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명백히 의도를 가지고 조합원을 향해 벌어진 테러였음에도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건 상전이 하인을 때리는 평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일이 일어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난 10월 4일 대법원으로부터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이들이 중단된 교섭을 이어가고자 했지만 사측은 의도적으로 교섭을 거부하고 다른 복수노조만 교섭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가 다수노조임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들이 회사 앞에서 45일 동안 농성을 하는 동안 회사는 어떤 안도 내놓지 않은 채 농성 45일간 상견례 1번, 교섭 1번만 진행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래도’라는 말에 부딪힌다. 그래도 폭력은 잘못됐다는 말은 어찌 보면 굉장히 중립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그건 맥락을 모두 무력화시킨다. 그래도 폭력은 잘못됐다는 말을 하기 전에 맥락을 읽고 알아야 한다. 지금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모든 이들은 공권력을 무력화시켰다고 분개할 것이 아니라, 맥락을 없애고 자극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대다수 언론에 분개해야 한다.

얼마 전에 끝난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일본 군인에게 희롱을 당하는 호텔 여급을 봉변에서 구해낸 여주인공이 그 여급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니가 더 귀하단다. 그러니 앞으로 누구든 너를 해하려 하면, 울기보다 물기를 택하렴.”

물론 개인을 상대로 벌어진 폭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가 울고 있는지, 누가 이 사회에서 가해지는 온갖 폭력에 처해 있는지 곰곰이 살펴보기 바란다.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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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사케 2018-12-06 10:55:55
잘못된 내용이 많이 있네요!!!
정확한 내용을 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