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꼼수 탄력근로제와 포괄임금제를 고발한다
사용자의 꼼수 탄력근로제와 포괄임금제를 고발한다
  • 최병문 정치평론가
  • 승인 2018.12.0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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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매년 370여 명의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로 세상을 떠나는 등 대한민국 노동사회 과로사의 심각성이 부각되자,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OECD 평균 수준의 노동시간에 진입하겠다며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52시간 노동시간’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의도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확대’였지만 사용자들과 여야 정치권은 주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되기도 전에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보완책이란 명분으로 ‘탄력근로제 기간확대’를 생각해냈다.

탄력근로제란 일이 몰리는 시기에 더 많은 노동을 하고, 일이 적은 비수기엔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업무 시간을 조절하면서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2주 단위는 취업규칙만으로 정해 실행할 수 있고, 그 이상은 노조 또는 노동자 대표의 동의를 받아 노사 간의 서면합의를 통해 최장 3개월까지 정해진 기간만큼 적용할 수 있다. 가령 2주 단위로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경우, 일이 많은 첫 주엔 58시간 일하고,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다음 주엔 46시간을 일해 2주 평균 주52시간을 맞추면 되는 방법이다. 사용자는 일의 양이 많고 적음에 따라 적절히 노동자를 사용하면 되므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지만 노동자는 출퇴근시간이 불규칙하게 되고, 성수기 기간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해 임금이 감소하게 되는 등 불리한 요소가 많다. 결국 탄력근로제는 사용자에겐 유리하지만, 노동자에겐 불리한 제도다.

최장 3개월까지만 허용했던 기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 기간을 6개월 또는 1년까지 확대하려는 경영계와 정치권의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시도에 노동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건설, 방송제작, 정보기술(IT), 냉난방 설비 업종 중심으로 사용자들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장시간 노동 심화와 실질임금 삭감 등의 피해까지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계의 저항에도 여야 정치권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연내 처리키로 합의했다가 일단 무산되는 곡절을 겪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식에서 “국회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를 경사노위 판단이 있을 때까지 미뤄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인건비 지출을 줄이려고 활용하는 또 하나의 편법이 바로 포괄임금제다. 포괄임금제는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업종에서 연장수당 야간근로수당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미리 정한 금액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다. 근로기준법에는 없는 제도이지만 1974년 대법원 판례를 통해 업무 중 휴식시간이 긴 경비원이나 시설관리인, 수행 운전기사 등에 한해서 포괄임금제 계약을 공인하고 있다. 물론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업종에서 연장수당 야근수당 등을 제대로 주지 않으려고 포괄임금제 계약을 맺는 것은 불법이며 당연 무효다. 노동자는 하루 8시간을 초과해서 연장 야간 휴일 근무한 경우, 포괄임금제 계약과 관계없이 법정수당인 연장 야간 휴일 근로수당을 지급 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주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제도와 포괄임금제 개선책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지난해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노동친화 정부를 자처하면서도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격해야 할 때마다 멈칫멈칫한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노동정책이 우경화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더 이상 촛불정부가 아니다”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노동계와 이미 한 차례 전쟁을 치른 바 있고 최근 들어서는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과 포괄임금제 개선책 논의 지연 등으로 비난받고 있다. 주52시간제 위반 6개월 처벌유예와 공공기관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갈등 같은 노동현안에 대해서도 자본과 보수세력의 저항에 그만 맥없이 무릎을 꿇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때 공식 출범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어둠을 밝힐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첫 회의에 참석해서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를 의제로 논의한다면 장시간 노동 등 부작용을 없애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고, 임금도 보전하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계도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발해 불참한 민주노총의 참여를 촉구하는 발언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노동자의 희망이 혼자 꾸는 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바람이 아니더라도 정부와 노동계가 손을 맞잡고 대화하면서 현시점에서 가능한 한 걸음 한 걸음을 함께 내딛는 진전을 이루어 나가라. 과거 노사정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정부와 재계의 입장을 정해놓고 노동자를 압박했던 아픈 기억은 지워야 한다. 촛불전사들의 눈초리가 한겨울 삭풍처럼 매섭다.

최병문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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