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언어문화를 위하여
아름다운 언어문화를 위하여
  •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승인 2018.12.0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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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중3 때 국어 선생님이 떠오른다. 내가 국어 교사의 꿈을 가지게 해 주신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수업 시간 내내 일제 강점기의 억압적인 상황에서도 우리말을 지키고 사랑했던 주시경 선생과 최현배 선생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리고 ‘언어를 잃으면 민족도 사라진다.’고 하시며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거리에 널린 국적 불명의 간판에 대해 한탄하셨다. 국어 선생님의 수업은 내게 민족 의식을 심어 주었고 한편으론 재미있는 이야기로 아이들의 흥미를 돋구어주었다. 그래서 나도 장차 국어 선생님이 되어 국어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었다.

며칠 전 볼 일이 있어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다. 내 옆에는 젊은 아가씨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뭔가 못마땅한 일이 있는지 옆에 있는 사람은 고려하지 않고 끊임없이 재잘거렸다. 공공 장소에서 큰 소리로 전화를 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대화 내용 중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지랄, 졸라’ 같은 말은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우리말의 담화 관습에 대해 얘기하는 수업 시간이었다. 어떤 모둠에 다가가 다른 모둠의 A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았다. 농담으로 A에 대해 이런저런 비방을 늘어놓았다. 내가 사전에 다른 얘기를 하지 않고 갑자기 다가가 A에 대해 험담을 했기 때문에 내 의도를 모르는 아이들 중에 한 아이는 맞장구를 치고 어떤 아이는 굳은 표정을 하며 부정하기도 했다. 수업의 본론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반 아이들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와 달리 너무나 조용한 것이었다. 난 A와 등을 진 상태였기 때문에 A의 표정을 살피지 못했는데 뒤로 돌아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수업의 목표가 남의 말을 ‘신중하게 판단하며 가려듣기’였다. 남에 대해 험담하는 말에 대해 동조하며 같이 뒷담화하지 말고 판단하며 가려듣고 또한 다른 사람에 대해 뒷담화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즉흥 상황극을 펼쳐 보인 것인데 내 말에 눈물을 흘리다니.-외향적인 A가 내가 비방하는 말을 듣고 기분은 좀 나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런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 설정은 다른 반에도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언어가, 많은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역기능을 하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언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손짓,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언어가 있음으로 해서 우리의 사고를 자유롭게,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어는 분명 순기능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언어를 잘못 사용할 경우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생채기를 남기게 할 수도 있다. 속담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을 신명나게 할 수도 있고 침울하게 할 수도 있다.

성인들이 하는 말이 태어나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자라면서 보고 배우며 형성된 것이다. 내가 ‘국어 교사’가 되고자 했던 그 마음을 되새김질하며 아름다운 언어문화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 아름다운 언어를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지만 실천 가능한 것부터 몸소 실천해야겠다.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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