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피시방 아르바이트생들은 안녕하신가요
울산의 피시방 아르바이트생들은 안녕하신가요
  • 어마루 시민기자
  • 승인 2018.12.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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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흔한 피시방 풍경(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흔하디흔한 피시방 풍경(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2018년 10월 14일 아침, 서울특별시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김성수(29)가 PC방 아르바이트생 신모 씨(21)를 흉기로 끔찍하게 살해한 범죄는 우리의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못했다. 한 달 후인 지난달 29일 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심신장애로 인한 감형 의무조항을 삭제하는 ‘김성수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감형 의무조항이 삭제되었다는 이유로 국민적인 불안이 쉽게 가라앉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신장이 190cm가 넘는 건장한 성인 남성도 흉기를 든 채 작정하고 덤벼드는 상대를 제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용자가 게임의 승패나 성과 획득 여부에 따라 희비 강도가 급격히 달라지는 PC방의 특성상 제지하기 힘든 사용자가 어디선가 또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PC방에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고, 모든 PC방 사용자가 김성수처럼 비정상적인 반응을 표출하진 않는다.

하지만 묻지마 범죄의 특성상 예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울산 어딘가에도 강서구 사태와 같은 위험이 얼마든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협의 최전선에 놓인 울산의 PC 아르바이트생들은 안녕할까. 혹시 경찰이 한 차례 구두 경고 후 돌아갔던 강서구 사태의 전말처럼, 이미 한 차례 경고 신호를 보낸 사례는 없는 것일까.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울산 삼산 시내에 위치한 한 PC방이었다.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근무한다는 A씨에게 그동안 일하면서 신변에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이 있었는가? 라고 묻자 “번화가 근처라서 새벽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이 계속해서 찾아온다. 술에 취해서 가게에 들어오면 아무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다고 하지만, 언제 나에게 화살이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세 달 동안 일하면서 특별히 내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손님은 없었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아서 키보드를 내리치거나, 언성을 높이는 손님은 있었지만 막상 카운터에서 나와 이야기할 때는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다들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업탑에 위치한 PC방에서 근무하는 B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한다는 B씨는 “오전과 오후로 이어지는 근무 시간대 특성상 술에 취한 사람도 잘 없다.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까지도 방문객이 특별히 많지 않다.”고 근무환경을 설명했다.

“그래도 학생들이 밀려오는 시간대가 되면 조금 정신이 없기도 하다. 목소리를 높이는 건 괜찮지만, 욕설을 하거나 샷건(키보드를 내리치는 행위)을 칠 때는 가슴이 철렁이기도 한다. 그리고 키가 작은 편인데, 키가 큰 분들이 컴퓨터가 이상하거나 서비스 불편을 이유로 내게 직접 항의를 하면 위축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내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그동안 일하면서 쌓인 고충을 말하기도 했다.

 

게임들의 특성상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이 마주하는 위협 역시 존재한다.(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게임들의 특성상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이 마주하는 위협 역시 존재한다.(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반면 삼산의 다른 PC방에서는 일하는 동안 있었던 손님과의 실랑이를 먼저 꺼내기도 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근무한다는 C씨는 “술 취한 손님과 멱살잡이를 한 적도 있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밤이 되면 취객이 많은 동네인데 삼산 시내보다는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손님들이 주로 찾아온다. 그런데 나이가 많은 분들이 취해서 PC방에 오시면 명령조로 이것저것 시키게 된다. 하나둘 들어주다가 뭐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성을 높인다. 그럴 때 대충 대답했더니 곧장 내 멱살을 잡고는 사장님을 불러오라고 했다. 다행히 일행분이 데리고 나가긴 했지만, 이후에 김성수 사건을 뉴스로 접하면서 혹시 그런 상황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찔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단 나이 많은 손님이 하급자를 대하듯 아르바이트생을 대할 때만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다. 오히려 나이 어린 손님들에게 위협을 느낀 경우도 있었다. 울산대학교 인근의 PC방에서 일했던 D씨는 지난해 PC방에서 일할 때 있었던 일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D씨는 “다른 손님이 나간 자리를 치우고 카운터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라면 그릇과 젓가락이 날아갔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학생에서 고등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학생이 씩씩거리고 있었다. 화면을 보니 게임에서 패한 게 보였다. 경쟁전(누적된 승패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는 게임방식)에서 패한 것이 분했던 것 같은데 쉽게 화를 누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린 학생이라서 직접 제지하려고 했는데, 내가 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때 한 손에 젓가락을 쥐고 있었는데, 그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았다. 눈은 날 노려보고 있었는데 순간 아차 싶었다. 저 별거 아닌 젓가락이 나한테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잘 달래서 보내긴 했지만, 아직도 손에 쥐어져 있던 젓가락만 생각하면 서늘한 감정이 든다.”고 지난 일을 회상했다.

이야기를 나눈 PC방 아르바이트생 가운데 다행히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곳은 드물었다. 드잡이를 당했던 아르바이트생 역시 “지금은 그냥 재밌는 추억 정도로만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의 말마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느 순간 범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생각은 PC방 아르바이트생들이 가진 공통된 불안감이었다.

울산에는 약 200개가 넘는 PC방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보편적인 근무 시간대로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약 600~800여 명의 PC방 아르바이트생이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 PC방 아르바이트생으로 종사했거나, 종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특히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이 주로 일을 하는 PC방의 특성상 문제가 생겼을 때도 울산의 청년들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과한다면, 누적된 방관과 그에 대한 가벼운 시선이 어느 순간 심각한 사건으로 수면 위에 떠오를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한 번쯤 물어봐야 할 것이다. 오늘 울산의 PC방 아르바이트생들은 안녕한가, 라고.

어마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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