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가 아닌 드라마다 “국가부도의 날”
다큐가 아닌 드라마다 “국가부도의 날”
  • 배문석 시민기자
  • 승인 2018.12.06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덕후감

1997년 IMF 위기를 다룬 시대극

 

어느새 우리 영화의 한 장르처럼 현대사를 다룬 작품들이 채워지고 있다. 최근만 살펴봐도 5.18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택시 드라이버>와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귀향>, <허스토리>가 있었고 6월 항쟁 이전의 부림재판을 다룬 <변호인>, 민주화 항쟁의 한복판을 보여준 <1987>도 상영됐다. 대부분 큰 화제성을 보였고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제 영화 속 시간이 지금 현재와 보다 가까운 1997년까지 다가왔다. 바로 IMF의 관리를 받았던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기 순간을 다룬다. 사실 지금의 성인이라면 그 시간대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지금 ‘헬조선’이라 말하는 국가비관론의 요소들이 대부분 이때 시작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경제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대한민국 경제의 발전사를 보여주다 “모든 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나라. 지금 당장”이란 문구에 정지되면서 시작된다. 그것은 1997년 11월, 미국 월가, 모건 스탠리의 어느 사원의 컴퓨터 모니터에서 발송되는 메일의 문구다.

실제 외환위기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다는 대책팀이 그 뒤를 따른다. 한국은행의 한시현(김혜수)이 팀장이다. 그녀는 국가부도가 벌어지기까지 1주일 남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어떻게 하면 되냐는 고위 관료의 질문에 국민들에게 알려야 된다는 한 차장과 맞서 혼란만 부추긴다며 갑갑한 소리만 내뱉는 재정국 차관(조우진). 결국 비밀리에 IMF 총재(뱅상 카셀)가 입국한다.

 

 

국민들 모르게 IMF 신탁통치가 시시각각 결정되는 동안 위기 정보를 포착하고 사표를 던진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오히려 역투자의 기회라 생각한다. 그는 구조조정에서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모은다. 하지만 영세한 제조공장의 사장이자 지극히 평범한 가장 갑수(허준호)는 그런 위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어쩌면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다. 비빌 대책팀이 있었다는 것도 크게 놀라울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IMF 체제 하에서 빠르게 국가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며 시작된 금 모으기에 얼마나 많이 동참했었나. 또 무너진 기업에서 한 마디 항변도 못 하고 잘려나간 사람들. 한순간에 빚더미에 내몰리고 줄파산으로 내달린 도미노 현상까지. 그리고 1998년에는 현대자동차가 시범 케이스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그 과정과 결과 모두 울산에 큰 상처로 남았다.

 

 

어쩌면 <국가부도의 날>은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되다는 충고보다 지금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풀어낸다. 하지만 그것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다큐멘터리와는 전혀 다른 질감의 전형적인 드라마에 담겨 있다. 그렇게 예리하지 못하다 느끼는 것은 전형적인 캐릭터들에 배분한 예상 가능한 행동들이다. 그래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월가를 중심으로 드러낸 <빅쇼트>(2015)와 비교된다. 비슷한 상황을 다루는데도 긴장감의 결은 분명 다르다. 날카롭지 않은 칼날로 던지는 경고는 금세 잊힐 뿐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