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도시 울산의 그늘에서 살아온 취준생 C씨

어마루 시민 / 기사승인 : 2018-12-20 09: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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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취업준비생의 모습(기사와 무관한 사진입니다)
공부하는 취업준비생의 모습(기사와 무관한 사진입니다)


20대 중.후반 청년들이 내뱉는 말 중에 “나 취준(취업준비) 중이야.”만큼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은 없다. 대학교를 졸업하거나 졸업을 유예한 채 취업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의 마음에 자리한 불안감은 이루 형언하기 어렵다. 이미 취업이라는 과업을 끝낸 이들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고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이마다 뚫고 나가야 하는 과업을 제때 끝내지 못했다는 중압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거기에 가정형편 같은 개개인의 사적인 배경까지 더해지면 취업준비라는 단어는 상상 이상으로 무거워진다. 울산은 지난해 조선업 구조조정과 파업의 여파로 10년 넘게 지켜오던 ‘1인당 개인소득 전국 1위’ 타이틀을 서울에 내주었다. 하지만 타이틀을 내려놓았을 뿐이지 하루아침에 도시가 몰락하진 않았다. 오랫동안 꾸준히 벌어온 소득을 통해 울산 시민들은 여전히 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10년 동안 ‘1인당 개인소득 전국 1위’라는 타이틀 뒤에는 또 다른 1위 타이틀이 있었다. 울산은 지난해 국세청이 발표한 지역별 하위 20% 대비 상위 20% 소득 배율에서 29.5배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양극화 지역으로 선정됐다. 전국에서 가장 잘 산다고 알려진 울산의 어두운 단면이다.


그런 어두운 단면이 자기 자신이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았다는 C씨. 그는 어릴 적부터 번듯한 회사에 들어가 형편이 기운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게 목표였다고 말하지만, 어느덧 대학교를 졸업할 시기가 오니 막막함이 앞선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4년 동안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말한 그는 복잡한 감정이 드는 마음을 추스르고 인터뷰에 응했다.



대학교 졸업생에게 찾아오는 막막함은 모두에게 공평할 것 같아요. 하지만 본인은 조금 더 절실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울산에서 초·중·고·대학교까지 모두 나왔어요. 거의 20년에 가까운 학교생활을 돌아보면, 확실히 우리 지역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잘 산다는 말이 체감이 돼요. 너도나도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같은 회사를 다니니까요. 일부 전문직 부모님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부모님들 간에 큰 격차도 없죠. 다들 비슷한 환경에 살고요. 그런데 저희 집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이혼하셨어요. 어머니 혼자 저를 키우셨죠.



풍족한 형편에서 살 수 없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더 어머니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어머니의 마음이야 만 번도 더 이해하죠. 그렇지만 울산에 살다 보면 매번 생각이 왔다 갔다 해요. 정말 죄송한 마음이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그때 부모님이 이혼을 안 하셨다면...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인 울산의 가정처럼 살 수 있었지 않을까 하고요.



그래도 대학교까지 다닐 수 있었던 게 어머니의 도움이 컸던 건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어머니가 버시는 돈이 부족해서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계속했어요. 돈도 부족한데 왜 대학교를 갔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는데 어머니가 강력하게 원하셨어요. 아마 옛 시절 대학에 대한 믿음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대학교가 뭐 대단한 스펙은 아니죠. 진짜 좋은 대학교가 아니라면. 어쨌든 대학교에 대한 로망도 가질 새가 없었어요. 무슨 모임이나 동아리니 참여할 생각도 못 했고요. ‘집-학교-아르바이트-집’이 제게 전부였죠. 4년 내내요.



요즘 대학교 2학년만 되어도 이미 취업을 위한 기본적인 초석을 다져요. 그런데 그런 생활 패턴이라면 취업준비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 봤을 때는 게으른 거 아니야? 간절함이 부족한 거 아니야?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그런 류의 인간인가 싶기도 한데, 학교 수업 중에 아르바이트 가서 새벽 무렵에 끝나는데, 어떤 준비를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학교 성적이 그래도 4점대 가까이 받은 건 다행이죠. 그런데 그게 끝이에요. 요즘 누가 성적 하나로 취업을 하겠어요. 토익, 토익스피킹, 어학연수, 인턴. 대외활동. 그림의 떡이에요. 생각도 못 해봤어요.



대학생 평균 취업준비 기간이 13개월 남짓하다고 들었어요. 해당 기간 동안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을 비롯해 대략 일 년 동안 350만 원 정도를 지출하고요. 아주 적게 잡은 수치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용돈. 고등학교 때 차비 빼고는 받아본 기억이 없어요. 설날이나 추석 때 빼고는요. 사실 울산에 살면서 느낀 가장 큰 박탈감은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의 여부였죠. 못해도 몇 십만 원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죠. 내가 이렇게 노력한 대가는 과연 무엇일까. 제가 번 돈은 어머니와 제 생활비, 등록금 정도로 쓰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용돈을 모아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운데, 제 실정에서는 그마저도 꿈에 가깝죠. 주변 친구들만 봐도 부모님이 용돈 주는 게 너무 당연해요. 안정감의 기반이 다르죠. 친구들은 아르바이트가 더 많은 돈을 쓰기 위함이라면, 저는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거죠.



지금까지의 인고가 결국 취직을 위함인데, 그 인고의 과정이 취직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시간이 지나서 성과를 얻고 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 한 두 해 정도 더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는 학교 공부가 아니라 취업준비가 되겠죠. 아마 서울이나 부산에 가면 저처럼 사는 삶이 당연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이 고민이 투정일지도 모르겠다고 여기는 거죠. 하지만 울산에서 나고 자라서 울산밖에 모르는 제 기준에서는 제 삶이 너무 혹독하다는 생각도 하곤 해요. 결국 비교군은 함께 자라서 생활하는 친구들이니까요. 그래도 처음에 말한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어머니도 저도 지금처럼 고생하지 않는 삶을 살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까지 참아온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밝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지금 상황에 주저앉을 것 같거든요. 그러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려고요.


어마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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