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은 삶을 호주에서 호주 간호사 지망생 정유진 씨
내 남은 삶을 호주에서 호주 간호사 지망생 정유진 씨
  • 어마루 시민기자
  • 승인 2018.12.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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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호주는 중국, 미국, 일본, 캐나다에 이어 재외동포를 비롯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해외지역 중 하나다. 특히 대학생들이 많이 가는 워킹 홀리데이 하면 호주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호주로 떠난 사람이 있다. 워킹 홀리데이가 아니라 호주에서 대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고, 호주에서 삶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20살 정유진 씨. 그녀는 누군가는 여행으로, 워킹 홀리데이라는 이름으로 잠시 머무르는 땅을 인생의 두 번째 고향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잠시 돌아온 틈을 타 20년 동안 정들었던 울산을 떠나 이제 막 호주살이에 움을 튼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20년 동안 정들었던 울산을 떠난 호주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한 정유진 씨
20년 동안 정들었던 울산을 떠난 호주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한 정유진 씨

 

호주하면 ‘워홀’이 가장 먼저 생각나요. 그런데 호주에서 대학교를 다니기 위해 유학을 갔어요. 꽤 오랫동안 고심 끝에 결정할 수 있었을 텐데, 언제부터 호주 유학을 생각했나요? 그리고 무엇이 본인을 호주로 이끈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나요?

- 한창 진로 고민이 많던 고2 무렵이었어요. 성적이 나쁘진 않았지만, 아주 좋지도 않았고, 학과 선택 문제도 애매했어요. 굳이 하고 싶은 걸 따지자면 간호사였는데, 한국 간호사의 근무환경에 대해 안 좋은 말이 많아서 견딜 수 있을까 두렵고 망설여졌어요. 그러다 엄마가 “진아, 그럼 호주로 유학 가보는 건 어때?”라고 하셨어요. 엄마 지인 분이 호주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지금도 간호사로 근무하고 계신데, 호주에서는 간호사가 대우도 좋고, 근무환경도 좋다고 말해주셨어요. 그 얘기에 확 끌렸어요. 물론 외국에서 혼자 공부하는 게 힘들고, 간호사가 되기까지 쉽지 않을 거란 것도 알고 있지만, 호주에서 간호사가 된 모습을 상상하면서 열정이 태운 것 같아요.

 

한국 내에서도 낯선 지역으로 가면 ‘그 지역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나?’부터 생각할 것 같아요. 호주에 먼저 간 친인척이나 지인이 있었나요? 그게 아니라면 혼자서 어떻게 호주 생활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나요.

- 아는 사람 중에 호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엄마 지인 분이 조언을 해주시긴 했지만, 막상 가면 아는 사람 없이 혼자라 걱정이 많았죠. 근데 유학원에서 연결해 주신 셰어하우스 집주인 오빠가 처음부터 잘 챙겨줬어요. 타지 생활이 아예 처음이라 일부러 한국인 셰어를 구했던 건데 잘한 선택한 것 같아요. 물론 한국인이라고 다 잘해주는 건 아닌데 사람을 잘 만난 거죠.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같이 지내는 언니오빠들도 잘 챙겨줘서 무리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경험한 호주 대학교는 어땠고,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말하는 한국의 대학교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나요?

- 호주는 대부분 비슷한 나이대끼리 같은 학년을 이루는 한국과 달리, 나이 상관없이 입학조건을 충족시킨다면 누구나 대학에 입학할 수 있어요. 그래서 호주에서 같이 공부하는 분들 반 이상이 자녀를 둔 부모예요. 처음엔 이런 제도 때문에 또래친구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지금은 일과 공부, 육아까지 다 해내시는 분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어요. 간호학에 있어서는 좀 더 실용적인 것들을 많이 가르쳐요. 오전에 이론수업을 들으면, 오후에는 오전에 배운 내용을 마네킹을 환자라고 실제 상황처럼 실습을 진행해요. 이렇게 공부하다보니 지루하지도 않고 기억에도 오래 남더라고요. 그리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학생들을 위해 오후 4시 전에는 무조건 수업이 끝나고, 학생과 교수님 모두의 휴식을 위해 금요일은 수업이 많이 없는 편이에요. 그리고 단체 활동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사적으로 친해지긴 조금 어려웠어요.

 

호주는 중국, 미국, 일본, 캐나다에 이어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재외동포가 거주하는 지역이라 알고 있어요. 호주 특성상 일부 도시에 한국인들이 많이 몰려서 생활을 할 텐데, 본인이 짧게나마 경험한 호주의 한인사회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 사람마다 다른 거 같아요. 한인사회가 이렇다, 하기보다는 어떤 한국인과 어울리느냐 차이죠. 다만 ‘꼰대 문화’는 겪은 적이 있어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유학을 가다보니 가서도 거의 막내를 도맡아했어요. 대부분은 막내라고 잘 챙겨줬는데, 어떤 분은 매번 ‘나이도 어린 게’를 입에 달고 사셨죠. 어린데 벌써부터 유학 와서 좋겠다며 비꼬고,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어리다고 부려먹고. 억울했죠. 참다 참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결국엔 못 참고 서서히 거리를 두기로 했어요.

 

사회 전반에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호주에서 즐기는 여행
사회 전반에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호주에서 즐기는 여행

 

앞선 질문들과 겹칠 수도 있겠지만, 대학교 이야기를 빼더라도 한국에 비해 호주가 가지는 장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여유로움이에요. 분위기 자체가 참 여유로워요. 그리고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이 참 잘 갖춰진 거 같다고 할까요. 바쁘게 일만 하기보다는 모두가 본인만의 여가를 즐기고 여유를 즐겨요. 그러다보니 일처리가 한국보다는 늦기도 하고, 새벽까지 영업하는 가게도 많이 없지만 지내다 보니까 적응됐어요. 그리고 호주는 워낙 땅도 크고, 평지가 대부분이라 어딜 가나 시야가 탁 트여있어요. 또 공기가 맑아서 밤에 무수히 많은 별들도 선명하게 보이고요, 시내 밖으로 조금만 나가도 드넓은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소고기가 참 저렴하고 맛있어요.

 

잠깐 해외여행을 떠나도 한국 생각이 많이 나는데, 꽤 긴 시간을 호주에서 보냈고, 앞으로도 호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호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 가족, 친구, 집밥. 이 세 가지가 제일 그리웠어요.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여유가 생기니 가족 생각이 많이 났어요. 할머니가 해주시는 된장찌개도 먹고 싶었고, 엄마랑 옆에 누워서 시시콜콜 하루 일과를 나누던 일상도 그리웠어요. 아무리 엄마랑 통화를 자주 해도 외로움이 완전히 채워지지도 않고요. 그래서 한국에서 찍은 사진이나 편지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그래도 그런 그리움이 삶의 원동력이 된 거 같기도 해요. 엄마한테 혼자서도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으니까요. 그리고 호주 친구들은 유학생이 대다수고, 서로 영어가 제 2외국어이다보니 모국어로 소통하는 것만큼 제대로 얘기가 안 됐어요. 게다가 한국친구들은 학창시절을 같이 보내기도 했고 많은 걸 공유했으니 공감대가 맞기도 하고요. 사람과 사람이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어요.

 

호주가 백호주의를 포기했다곤 하지만, 그게 호주 문화에 곧장 수용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최근에 호주에서 한인들이 ‘묻지마 폭행’을 당한 일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고요. 실제 호주에서 인종차별 문제를 비롯해 사회 전반적인 치안 수준은 어느 정도인 것 같나요?

-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에요. 막상 가서 직접 생활해보면 전반적으로 인종차별이 그렇게 심하지 않아요. 오히려 학교에서는 먼저 다가와서 어렵지 않냐며 이것저것 도와준 분도 있었고요. 그냥 길거리 지나다니기만 해도 참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영어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말이 들리고, 누구도 그걸 대놓고 꺼려하지 않아요. 물론 제가 아직 겪어보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인종차별 문제도 개개인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저지른 행동들이 큰 이슈가 되어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다보니 ‘호주는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구나’ 하고 인식이 굳어진 거 같아요. 좋은 사람들도 많답니다.

 

호주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뒤의 삶은 어떻게 될 것 같나요. 한국으로 돌아올 것인가요? 아니면 계속 호주에서 생활할 예정인가요.

- 사실 저는 애초에 앞으로 호주에 살 생각으로 유학을 왔어요. 그래서 대학 졸업하고 영주권을 따면 호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제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목표에요. 엄마도 나중에는 호주에서 살고 싶다고 하셨으니 같이 살았으면 해요. 한국은 그리울 때 자주 오면 되고요, 여유가 생기면 해외여행도 많이 다녀보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는 후에 미국 간호사자격증도 따서 미국에서도 근무해보고 싶어요.

어마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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