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봄바람
새 시대의 봄바람
  •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승인 2019.01.0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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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이제현의 시 ‘동지’이다. 이제현(1287~1367)은 원나라에 가서 머물면서 고려를 위해 깊이 고심했다. 만권당에서 원나라의 대표적인 문인들과 어울려 당시 최고 수준의 문학 활동에 동참했다. 오랑캐가 아니라 문화국임을 자처하는 원나라를 움직이는 데 문학의 힘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이제현은 원나라 조정이 고려를 업신여기지 않게 하고, 고려왕의 지위를 튼튼하게 하는 것을 임무로 삼았다.

이국에서 나라의 운명을 돌보느라 동분서주 바쁜 가운데 동지를 맞이했다. 동지가 되면 음기가 절정에 이르면서 양기가 하나 나타나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된다는 것을 들어 역사의 전환을 암시하고, 홀로 길을 가면서 고향을 생각하는 자기대로의 감회를 나타내면서, 천지 운행, 나라 운수, 개인의 행복이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간사한 무리라고 한 권문세족이 물러나고 어진 이로 자부하는 새 시대의 사대부가 역사를 이끌어나갈 시기가 빨리 와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봄바람이 사해에 두루 퍼져 사람은 물론이고 천지만물이 모두 온전하게 생기를 누리리라 했다. (<한국문학통사>2, 조동일, 216쪽)

새 시대가 밝아오고 있다. 적폐청산의 진통이 계속 진행된다. 고려 말 역사의 전환기에 이제현은 고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것이 바로 자기 발견과 직결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우리는 통일된 우리나라를 설계하고 창조하는 일과 나의 일상을 어떻게 이어볼 수 있을까?

 

동지(冬至)

昔從燕城向松京(석종연성향송경) 옛날 연성에서 송경으로 향해 갈 때

道邊高樹聞蜩鳴(도변고수문조명) 우거진 길 숲에 매미소리 요란했지

火雲燒天口生土(화운소천구생토) 불꽃같은 더위에 목이 말라서

空歌滄浪思濯纓(공가창랑사탁영) 맑은 강물에 세수하는 노래를 부르네.

豈料地中陰巳萌(기료지중음사맹) 땅속에서 음기가 벌써 싹이 트고

轉頭一葉驚秋聲(전두일엽경추성) 뜰 앞에 선 오동나무 가을 소리 전해주네

拙婦功裘猶未獻(졸부공구유미헌) 게으른 여자가 옷 한 벌 채 짓기도 전에

履霜竟致氷崢嶸(리상경치빙쟁영) 찬 서리 내리고 얼음도 얼었다오.

今從松京向燕城(금종송경향연성) 오늘은 송경에서 연성으로 향해 가는데

往來七見月虧盈(왕래칠견월휴영) 오고가는 동안 일곱 달이나 걸렸구려.

律調黃鐘斗揷子(율조황종두삽자) 율조로는 황종이요, 북두가 자방에 닿았으니,

短晷南至一陽生(단귀남지일양생) 해가 짧아 동지 되자, 양기가 하나 생겼구나.

最憶吾家弟與兄(최억오가제여형) 그립구나, 우리 집에서는 아우와 형님이

齊奴豆粥咄嗟烹(제노두죽돌차팽) 아래 사람들 시켜서 때맞추어 팥죽을 끓이겠지

舞綵高堂獻壽觥(무채고당헌수굉) 때때옷 입고 춤추며 부모님 오래 사시라 술을 올리니

人間此樂難爲名(인간차락난위명) 세상에 이런 즐거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願予劫劫欲何營(원여겁겁욕하영) 나는야 이국에서 부지런을 떨며 무엇을 하겠다고

此日悠悠獨遠行(차일유유독원행) 오늘도 아득하게 먼 길을 홀로 가는가?

安坐無由報知己(안좌무유보지기) 편하게 앉아서는 나라 은혜에 보답할 수 없고

簡書況復催歸程(간서황부최귀정) 더구나 분부 담은 편지는 갈 길을 재촉하네.

群邪詘兮賢彙征(군사굴혜현휘정) 간사한 무리 굴복하고 어진 이를 등용하면,

衆陰消兮世文明(중음소혜세문명) 뭇 소인 사라지고 새 세상이 밝아지리라.

早晩春風遍四瀛(조만춘풍편사영) 조만간 봄바람이 사해에 두루 퍼지면,

坐看萬物自生成(좌간만물자생성) 앉아서 보리라, 만물이 저절로 생장함을.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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