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비정상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기사승인 : 2019-01-02 18: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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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어제 아내로부터 고2인 아들과 내가 자기가 보았을 때 ‘비정상’이라고 얘기를 들었다. 매일 늦게 들어오는 나와 아이가 남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겨울 방학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고3이 되는 아들. 내가 봤을 때 분명 내 아이는 여느 평범한 다른 집 아이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음에 틀림없다. 미래를 위해 한창 공부에 매진할 나이인데도 공부와는 담을 쌓고 고깃집에서 알바를 하며 매일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오니 말이다. 지금은 방학이라 여유가 있지만 학기중엔 나도 사적인, 공적인 일로 매일 늦게 귀가를 했다. 가족이 오붓하게 저녁을 같이 먹은 기억은 하도 오래 돼서 잊어버릴 정도이다. 이런 남편과 아들은 평범한(?) 아내의 눈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내가 물었다. “나는 둘다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나는 막바로 대답하지 않다가 “뭐가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잘 모르겠어. 잣대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아내는 화가 나 있었고 잠시 생각하다 “아무튼 둘 다 비정상”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아내의 관점이 틀린 것은 물론 아니다. 보통 학생들은 공부에 충실하고 성적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대학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공부와 대학에 뜻이 없으면서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그 관점에서 본다면 ‘비정상’이라고 낙인찍히는 것은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상황에 대한 자기 합리화가 될지 모르겠지만 대학 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라는 생각을 잠깐씩 하게 된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직하며 아이들에게는 “안 그래도 취업하기 힘든데 대학도 나오지 않으면 취업하기 더더욱 힘들다”라고 얘기하면서도 지금 현재의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존재 의미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발판이 대학인가?


방학이지만 오늘 학교에 볼 일이 있어 잠깐 들렀다. 학년실에 가니 부장 선생님과 다른 반 담임 선생님 한 분이 나와 계셨다. 그분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이들의 적성과 진로 선택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부장 선생님은 싱가포르는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인데 아이들이 중학교 때 이미 자신의 진로를 미리 정하고 그 길을 걷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셨다. 나는 고등학교 교육은 국민공통기본교육으로서 가고 대학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아 가면 된다는 입장에서 말했다. 더불어 현 교장 선생님이 주신 교장 연수 교재에 수록된 서울대 입학팀장의 글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 글을 읽을 때 ‘아, 그렇구나~’하면서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글의 핵심은 고등학교생활기록부가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기에 부족하고 앞으로 새롭게 재편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교와 초중고 교육을 종속적인 관계로 보고 있는 관점이었다. 초중고의 존재 이유가 대학을 위해 존재하는가?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기 좋도록 생활기록부 양식을 바꿔야 하는가? 내 좁은 소견으로 단언컨대 대학과 고등학교의 관계는 주종의 관계가 아니다. 대학이 원하는 대로 초중고가 움직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 일컫는 서울대에 재직하고 있는, 그것도 신입생 선발을 총괄하고 있는 분의 생각이라 들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학력 인플레’라는 말을 간혹 듣는다. 그로 인해 제조업 분야나 3D업종에 대졸 출신은 취업할 생각을 별로 하지 않고 대기업이나 공무원 취업 준비생으로 몇 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정확한 통계 수치는 모르고 체감상 그렇다는 얘기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으로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사회에 나갔을 때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대학은 좀 더 공부해서 학문적인 성과를 얻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진학이 보편화됨으로써 예전의 대학교육이 대학원 중심의 교육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시대는 거꾸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입에 풀칠할 수 있고 자기 적성에 맞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사족을 단다면 문이과 통합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하며 초중고는 의무 교육으로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우리 아들과 같은 아이들이 엄마로부터 ‘비정상(非正常)’이라는 말을 듣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간절한 바람이다.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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