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

조숙 시인 / 기사승인 : 2019-01-02 18: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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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보는 세상

유트브를 통해 ‘나는 자연인이다’를 본다. 사람들은 산속이나 무인도에서 혼자 산다. 2박3일 동안의 일상을 보여주는 단순한 내용인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도시에서의 삶은 번호키로 단절된 공간 속에서 살지만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전기, 자동차, 음식점, 마트 같은 것들과 핏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물이 수도관으로 오고 배수 시설이 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된다. 전깃줄이 땅속을 통해 집에 연결되어 있으며, 난방을 위해서 가스관이 연결되어 있다. 쌀과 파, 고기와 양념은 마트에서 산다. 시간이 있을 때는 티브이를 보거나 영화관에 가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다.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직업을 갖고 함께 일을 해야 한다.


자연인들은 이런 일들을 혼자서 해낸다.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지는 시간까지 혼자 이 모든 것을 구하느라 움직인다. 제일 눈에 뜨이는 것은 땔감을 구하는 일이다. 땔감이 집채만큼 쌓여있다. 손가락으로 스위치만 누르면 보일러가 돌고, 코크를 열어 점화 스위치만 누르면 땔감이 켜지는 아파트에서 보면 그 장면이 이색적이다. 닭이나 채소는 직접 키우거나 채취해서 손질을 하고 조리하여 먹는다. 배달을 시키면 뜨거운 닭이 오토바이에 실려 오는데 자연인은 닭을 돌보며 키워서 잡아야 한다. 산짐승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개를 키워 보살펴야 한다. 닭을 잡아 털을 벗기고 내장을 빼내야 하는 일을 직접 해야 하는 것이다. 반찬들은 산에서 혹은 텃밭에서 키워서 먹는다. 계절에 따른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인의 집은 크다. 저장도 해야 하고 작업도 해야 하고 겨울을 대비해 지낼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마치 누군가 대사를 주듯 똑같이 하는 말이 있다. ‘자연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자연으로 돌아와 아픔을 치료받았다’ 같은 것들이다. 도시에서 핏줄처럼 얽혀있는 그 많은 관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살아있다고 느끼지 않고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관계들로 인해 고약해지지 않게 집중해야 하는가. 산을 돌아다니고,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드는 자연인들에게 느껴지는 생기와 자유로움은 무엇인가. 나도 언젠가는 불편한 자연에서 고달픈 노동과 매 끼니 입안에 들어오는 음식에 감사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화면으로 보기 때문에 아름답게만 느끼는 것일까. 돌의 무게와 자연의 추위와 매캐한 연기를 못 느끼기 때문일까.


이 프로그램은 의외로 4,50대 시청률 1위에 재방송도 인기가 높다. 6년 이상 지속된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 덕분에 자연인이 된 사람도 많다고 한다. 자연인은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을 통해 근육을 단련시킨다. 명상도 한다. 그리고 함께 사는 동물들에게 먹이를 준다. 자신의 끼니를 만들기 전에 함께 사는 이웃 짐승들에게 먹이를 준다. 그리고 산에 올라가서 약초를 캐거나 자신의 집을 수리한다. 장작을 패고 텃밭을 가꾼다. 그러면서 자신이 꿈꾸던 장소를 완성하기 위해 연못을 파거나 계단을 만들고 꽃을 심는다. 자연에서 돈벌이를 하지 않고 살기 때문에 하루종일 심심할 거라는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그리고 집이 좁고 불편하거나 먹고 사는 게 부족해서 삶이 피폐할 거라는 짐작도 비껴갔다. 물론 방송이기 때문에 제작의도가 있고 편집되어서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연인은 자유인처럼 보인다.


소로우는 호수 가에서 자연인의 삶을 살고 그것을 기록하여 ‘윌든’이라는 책을 썼다. 월든 호수에 오두막을 짓고 모든 일상생활을 스스로 해결해 나갔다. 명상을 하며 도시라는 거대한 조직이 인간의 삶을 부속품처럼 만든다는 것을 돌아보게 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 도시에서의 삶이 스스로 선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삶을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관계에 의미를 깨닫기 어렵다.


오늘도 침대에 누워 손안의 휴대폰을 통해 ‘자연인’을 만난다. 자연인은 흙과 새소리와 자연의 풍광 때문에 행복하다고 한다. 나도 자연을 만나야겠다. 새해를 맞이해 떠오르는 태양이라도 만나 행복을 상상해 봐야겠다.


조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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