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에 대한 소고

김매자 울산병원 내과의사, 유니힐 통일토론모임 대표 / 기사승인 : 2019-01-02 18: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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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내가 통일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계기는 오래전 이북이 고난의 행군에 거의 300만 명이 기아로 죽었다는 뉴스를 접한 후였다. 인도주의적으로 볼 때 같은 민족인데 저런 비참한 상황에 나는 조금도 도움을 줄 수 없었음에 몹시 충격을 받았다.


우리 민족은 3국시대 혹은 가야까지 넣어 4국시대의 과정이 있었다. 신라 발해 남북국시대를 거쳐 고려와 조선에 와서는 같은 언어를 쓰는 한민족으로 살았다. 그러나 어느덧 2019년 현재 다시 남북국시대를 맞은 지 벌써 70년이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남과 북은 말의 의미와 생활양식이 달라져 이질화가 깊어지고 있다.


그간 세계의 많은 연구소는 남북이 하나가 되면 세계 2위 혹은 6위의 경제대국이 되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아니어도 상식적으로 서로 상생하면 적대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군사비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풍요가 오리라는 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나는 4년 전부터 유니힐(uniheal)이라는 통일에 대한 토론모임 대표로 있다. 작지만 진지한 토론을 하며 남북국시대의 극복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대학교수부터 일반인들까지 그 누구나 발언하며 토론할 수 있고 주제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다양하다. 때론 진보와 보수 간의 격론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격론이 있을수록 더욱 발전이 있다는 생각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고 다시는 이 모임에 안 오겠다는 격한 반응까지 보여 안타깝다. 토론 문화가 아직 정착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잘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남북은 언젠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의사로서, 남북이 하나가 되었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염성 질환이다. 그 중 결핵이 가장 큰 문제라 본다.


두 달 전 유진벨재단에서 국회 연설을 했다. 바로 북한에 보낼 결핵약 도움 요청이었다. 5.24 조치 이후 그나마 그 전까지 민간인들이 도왔던 의약품 지원은 거의 끊기고 5세 미만 아동 의약품 지원만이 근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결핵약을 현재까지 북한에 지원하고 있는 유진벨재단이 결핵 의약픔이 모자라니 국회 차원에서 도와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유진벨재단은 어떤 단체일까? 1895년 4월 8일 미국 남장로교 소속의 유진벨(Eugene Bell; 1868~1925, 한국명 배유지) 선교사가 부인 로티 위더스픈(Lottie Witherspoon Bell, 1867∼1901)과 함께 조선 땅을 밟으면서, 그는 물론 그의 후손들까지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다. 유진벨 선교사는 호남지역 교육과 의료에 중점을 둔다. 유진벨이 1925년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지만, 막내딸 샬롯 벨(Charlotte Bell, 한국명 인사래)이 한국으로 돌아와 윌리엄 린튼(William A. Linton, 1891~1960)과 결혼 후, 남편과 그의 아들 휴 린튼(Hugh M. Linton, 1926~1984)에게로 이어진다. 1960년 전라남도 순천에 큰 수해로 인해 결핵이 유행하자, 휴 린튼(한국명 인휴)은 결핵진료소와 요양원을 건립한다. 휴 린튼이 죽은 후 부인 로이스 린튼(한국명 인애자)은 35년간 결핵퇴치를 위해 노력하다 1994년 은퇴한다.


휴 린튼의 아들 스티브 린튼(Stephen W. Linton)이 1979년 처음으로 북한 평양지역을 방문한다. 그 후 북한선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1995년 유진벨 선교사의 한국선교사역 100주년을 기념 미국에 유진벨재단을 설립, 1996년 북한재해로 인해 식량보내기운동을 벌였으며, 1997년에 평양적십자병원에 앰뷸런스를 지원하고, 결핵관련병원에 결핵약과 x-ray기계 등도 지원하였다. 또한 북한의 ‘큰물피해대책위원회’로부터 대북결핵퇴치에 대한 공식 협조 요청이 있어 ‘유진벨 프로젝트(순천기독결핵재활원 소속)’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한국 내 대북결핵 퇴치사업을 시작한다. 1998년에는 북한지역의 13개 결핵병원과 63개 결핵요양소를 대상으로 한 결핵약, 이동 x-ray 검진차, 현미경, 콩 등을 지원한다. 2000년에는 한국에 ‘재단법인 유진벨’ 법인을 등록하여 후원자가 북한의료기관들과 자매결연을 맺는 “파트너 패키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이를 계기로 결핵치료를 위한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마련한 후, 간염 진단과 예방, 구강 치과사업, 일반항생제, 의약품 지원 등 대북보건의료지원을 확대 실시하였다. 북한 보건성으로부터 일반의료지원사업 협조에 대한 공식 요청을 받아 2005년 북한 인민병원 5곳에 ‘응급진단장비 패키지’를 지원하였다.


현재 유진벨재단의 핵심사업은 북한 결핵환자 치료다. 최근에는 일반결핵약에 대해 내성을 가진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지원이 주류다. 일반결핵환자들의 치료기간이 6~9개월인 반면 내성결핵환자들은 18~36개월이나 걸린다. 이 때문에, 개별 환자들의 객담 샘플을 한국으로 가져와 진단 후 개별 처방약을 제공하고, 이후에도 1:1 결연을 맺어 지속적 치료를 받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시,도별로 내성결핵 집중치료 기관(선천, 룡성, 보통강, 동대원, 남포, 성산, 양덕, 사동 내성결핵센터)을 지정하여, 치료에 필요한 각종 물품과 두유와 두부 등도 제공해 주고 있다. 유진벨재단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지 않는 분야에, 민간단체로서 일반인들의 후원을 받아 북한 결핵을 퇴치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난 이 기사를 보고 한국 의료인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송구스럽기도 하였다. 앞으로 결핵 이외에도 독감이나 성병 에이즈등 각종 전염성 질환에 대해 이제 남북 간에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광범위 지원사업을 민간과 정부차원에서 구상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2주 전 북한에 타미풀루를 지원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남북의료협력 기구가 빨리 체결되어 즉흥적 퍼주기식이 아닌 지속적 공동연구 및 방역 치료방법이 채택되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김매자 울산병원 내과의사, 유니힐 통일토론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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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매자 울산병원 내과의사, 유니힐 통일토론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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