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꼼수
엄마의 꼼수
  • 김윤경 글 쓰는 엄마
  • 승인 2019.01.0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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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기

아이들을 재울 때 꿈나라기차 이야기를 들려준다. 꿈나라기차가 우리집에 오고있으니 눈을 감고 잠이 들면 기차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앉을 자리는 분홍색으로 꾸며져 있고 젤리나 솜사탕이 기다리고 있으며 보고 싶은 사람도 기차에 타고 있을 것이다. 꿈나라기차가 친구들 집에 들려서 누구누구를 태워왔고 이제 우리집 차례다. 기차를 타고 수영장도 갈 수 있고 놀이동산도 갈 수 있다. 이렇게 말해주면 살포시 눈을 감고 잠이 든다. 꿈나라기차를 타고 싶어서 잠드는 아이들을 보면 참 사랑스럽다. 그런데 이 과정이 보통 한 시간이다. 기분좋게 재우려면 엄마의 인내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깜깜이 아저씨를 써먹었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잠들게 했다. 일찍 안 자는 어린이를 찾아오는 깜깜이 아저씨를 만날까 봐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잠드는 속도가 꿈나라기차보다 훨씬 빠르다. 한동안 빨리 잠드는 것에 만족했었다.

어느 날, 큰아이가 이불 속에 웅크리고 눈물을 찔끔 흘리고 있었다. 깜깜이 아저씨 때문에 밤마다 무서웠던 것이다. 창밖이 어둑어둑해지면 생각나는 사람은 깜깜이 아저씨였다. 나는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아이에게 무척 미안했다. 그래서 깜깜이 아저씨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꿈과 희망을 주는 꿈나라기차를 잠자리에 도입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받고 싶은 선물을 줄줄 읊을 정도로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왕이면 이야기에 교훈도 넣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다. 큰아이는 코딱지를 파서 입에 넣는 습관이 있고 작은아이는 손톱발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다. 어린이의 동심과 엄마의 꼼수를 섞었다.

“산타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줄까, 너희들을 살펴봤는데 코딱지랑 손톱을 먹는 걸 본 거야. 그래서 코딱지랑 손톱을 좋아한다 생각했어. 선물상자에 코딱지를 모아서 뭉친 코딱지공을 넣었어. 그리고 다른 선물상자에는 손톱발톱을 모아서 넣었지.” 이쯤 되면 아이들이 내 입을 막는다. “이제부터 코딱지 안 먹을거야.” “손톱 안 뜯을 거야.” 스스로 다짐하고 선포한다. “산타할아버지, 나 코딱지 안 좋아해요~” “손톱 선물 받기 싫어요~” 허공에 외치기도 한다.

아이들은 가만히 책이나 영상을 보거나 자려고 누웠을 때 특히 코를 파고 손톱을 뜯는다. 산타할아버지를 의식해서 콧구멍으로 가던 손가락이 멈추고 손톱으로 가던 입이 멈춘다. 산타할아버지 덕 좀 봤다.

자동차 트렁크에서 일주일을 숨어있었던 선물은 아침에 눈 뜬 아이들 품에 안겼다. 큰아이가 아기 때부터 가지고 놀았던 인형이 있다. 뽀얗던 얼굴이 까무잡잡해지고 팔다리가 하나씩 떨어졌다. 작은아이도 그 인형을 엎어주고 재워주고 먹여주며 놀았다. 그동안 몸 바쳐 우리 아이들과 놀아준 인형을 이젠 곱게 보내줘야지. 아이들은 새 인형과 산타 모양의 막대사탕을 하나씩 받고 마음에 들어 했다.

코딱지와 손톱이 아니라 인형과 사탕선물이어서 아이들이 안심하고 더욱 기뻐했다. 이로써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아이들의 동심도 지켰다. 엄마의 꼼수로 아이들의 더러운 습관도 줄였으니 별 다섯 개 크리스마스다.

김윤경 글 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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