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100리 대숲길을 어떻게 만들까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01-09 14: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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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태화강 군데군데 군락으로 자라는 대숲은 강변을 걷는 사람에게 싱그러움을 안겨 준다. 명품 100리 대숲길을 기대해 본다. ⓒ이동고 기자
태화강 군데군데 군락으로 자라는 대숲은 강변을 걷는 사람에게 싱그러움을 안겨 준다. 명품 100리 대숲길을 기대해 본다. ⓒ이동고 기자

십리대숲이 없는 태화강공원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풍광이다. 십리대숲에서 상류 방향으로 걷다 보면 삼호교를 지나서 대숲이 군데군데 군락을 지어 자란다. 강가에서 보이는 곡선으로 이뤄진 물줄기의 흐름, 먹이활동에 바쁜 철새들도 여유롭지만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대숲은 강 풍경이 주는 단순함을 깨고 표정을 더 싱그럽고 풍부하게 만든다. 강변 안에 자라는 군데군데 대숲을 누가 언제 만든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여러 번의 풍수해에도 뿌리를 박고 잘 번성하고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단련돼 정착을 한 것이다.

대나무는 과거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배산임수 지형에서는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사는 공간에는 반드시 대숲을 만들 정도로 가까운 존재였다. 대나무는 또 그 놀라운 성장세로 놀라게 한다. 우후죽순 말처럼 많이 자랄 때는 하루에도 1미터에 달하는 성장속도로 무궁무진한 재료를 제공했다. 대나무로 만들 수 없는 것은 없었고 초여름에는 ‘죽순’을 우리에게 준다.

태화강 석남사에서 태화강 하류까지 백리에 걸쳐 대숲으로 연결하자는 사업 용역 결과를 곧 발표하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민토론회를 연다고 한다. 좋은 일이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 태화강이 가진 자연성을 훼손하는 인위적인 조경공사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울산시가 내세우는 태화강 백리 대숲길 사업 구상의 핵심은 ‘좋은 풍치림’이다. 태화강 중간중간에 있는 대숲이 싱그럽고 보기 좋으니 한 번 확장해보자는 발상이다. 문제는 대나무가 이식을 아주 싫어하는 식물이라는 것이다. 음력 5월 13일을 죽취일이라 해서 이날 대나무를 옮겨 심으면 대나무가 잘 산다고 한다. 그만큼 대나무는 이식이 어려운 식물이기에 근처 대숲에서 솎아 옮겨심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옮겨 심을 장소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인데 가장 확실한 곳은 지금 강변 안쪽 대숲이 자라는 근처다. 기존 대숲을 확장하는 것이 안전하기도 하고 자연스럽다.

만일 띠처럼 줄지어 심는다면 자연스럽지도 않거니와 살아가기도 힘들 것이다. 여름에 불어나는 물길이 뿌리도 못 내린 대나무를 쓸어 가면 예산낭비다. 겨우 살려놔도 식재 폭이 좁으면 영양분이 모자라 구영리 근방 인도 옆 대나무처럼 누렇게 떠 겨우겨우 살아가게 된다. 대나무는 유기물이 풍부한 땅을 좋아한다. 강물이 싣고 오는 유기물이 많이 쌓이는 벼리길이 끝나는 왕대숲은 혹시 맹종죽 아닌가 할 정도로 굵다.

강변도로와 태화강 자전거 도로 사이에는 방음 역할을 위한 대숲도 필요하다. 또한 철새가 많이 날아드는 공간에는 인도 사이에 다니는 사람들을 가려주는 차폐 용도로 심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또 대나무가 워낙 높이 자라는 식물인지라 멋진 경관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대숲만 생각해서 강변에 저절로 자라 자연스러운 버드나무 군락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 차바 태풍이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수많은 버드나무를 자른 것은 성급한 조처였다. 버드나무 군락지가 있는 곳은 살려나가야 한다. 생물종으로 보면 대숲보다는 갈대나 물억새 야생잡풀이 있는 곳에 다양성이 높기에, 다양한 강변 식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풍치림 시각에서 더 나아가 자연생태적인 시각으로 100리 대숲을 바라봐야 한다.

태화강 100리를 걸어본 사람들은 태화강 중하류보다는 상류가 물길도 끊기고 하천 풍경이 삭막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상류에 대나무숲을 조성해 보완할 수는 없을까도 고민해볼 부분이다. 하지만 대나무는 땅속줄기로 뻗어 번식이 빠르기에 심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태화루 맞은편 태화강 잔디광장에는 많은 행사가 열린다. 한여름에는 그늘 하나 없이 덥기에, 시야의 트임보다 적당한 곳에 시원한 대숲 쉼터를 만드는 것이 시민을 위하는 일이다. 또 태화강공원 관찰원처럼 여러 종류 대나무종을 원예조경처럼 심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최근 어떤 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분은 울산지역을 직업상 이리저리 둘러보는 일을 하는데 울산지역 곳곳에 대나무 변이종이 자라는 위치를 꽤나 많이 알고 있다고 한다. 울산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대나무 변이종을 이식한다면 공간이 확장되는 경관을 만들 수도 있다.

이래저래 시간을 두고 좋은 의견을 모아 인공적인 조경공사가 아닌 태화강의 자연생태성을 높이는 쪽으로 명품 백리대숲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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