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권력

심규명 변호사 / 기사승인 : 2019-01-09 16: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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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명의 이심전심(以沈傳心)

최근 <쉰들러 리스트>를 다시 보았다. 1994년 영화가 개봉될 당시 홀로코스트의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 재현된 유대인 학살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영화는 처음 시작 장면의 촛불과 쉰들러 때문에 살아남은 유대인들이 쉰들러의 묘지를 참배하는 마지막 엔딩 장면만 컬러로 촬영되었을뿐 나머지는 모두 흑백으로 처리되었다. 잔혹한 유대인 학살 이야기는 컬러 영화가 대세인 시대에 흑백 영상 때문에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독일군의 무자비한 학살 현장에서 유일하게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죽음은 나치의 참상에 대해 우리 모두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쉰들러에 대비되는 악역으로 나오는 사람은 아몬 괴트이다. 그는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린다는 이유로, 혹은 그렇게 보인다는 이유로 사람을 총으로 조준하여 사살한다. 이러한 장면이 나치의 잔혹성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이와 같은 행동이 파리를 잡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서 죄책감이 있을 수 없다. 아몬 괴트는 마음대로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있어 유대인들이 겁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쉰들러는 그건 진정한 힘, 진정한 권력이 아니라 강변한다. 진정한 권력은 살인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죽일 수 있는 힘이 있음에도 살려주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권력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힘이다. 이러한 권력의 속성상 권력의 행사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을 강제로 복속시키는 것을 예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행사의 대상이 된 사람의 반발은 당연시된다. 그럼에도 권력의 행사는 이러한 반발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운 복종을 확보해야 한다. 권력의 행사가 물리적인 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몬 괴트의 잘못된 권력관에 쉰들러가 일침을 가하는 지점은 이것이다. 즉, 권력의 행사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권력행사의 상대방이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권력의 행사를 받아들이는 것, 그러한 권위를 가지는 것이 진정한 권력이라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두고 말들이 많다. 말 자체도 선뜻 와 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야당 대표들이 단식을 해서 잠정적인 합의를 하긴 했지만 갈 길이 산 넘어 산이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각자의 셈법이 다르다 보니 과연 제대로 시행이 될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지역구에서 상당한 득표를 했지만 당선되지 못했더라도 정당의 각 득표율을 계산하여 득표율만큼의 의석수를 비례대표에서 보존해 주겠다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처럼 양당제가 굳어진 정치풍토에서 소수정당이 자라 잡기 위해서 필요한 제도이다. 그리고 정당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보장해 준다는 명분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정당이 단식을 하면서 목숨을 거는 것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양당제가 굳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정당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소수정당에만 유리한 제도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같이 지역선거 경향이 큰 곳에서는 거대정당에도 의미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 부울경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난 총선까지는 민주당에서 당선자를 내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다. 일정한 득표를 하지만 승자독식을 하는 선거제도에서는 당선자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정치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거의 상전벽해 수준이다. 생각들도 그에 걸맞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어제는 필요했던 것이 오늘은 필요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진정한 권력의 행사인가이다. 외부환경에 따라, 유불리에 따라 흔들려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권력의 행사가 나에게 불리하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행사되어야 한다. 특히 힘을 가졌을 때 더욱 그러하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있음에도 살려주는 것이 진정한 권력이라고 한 쉰들러의 말처럼 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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