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때려잡아 한국경제 되살리자”
“최저임금 때려잡아 한국경제 되살리자”
  • 박유기 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
  • 승인 2019.01.0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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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논단

“기승전(起承轉) 최저임금, 기승전( 起承轉) 주52시간이다.” 최근 대한민국 보수언론이나 보수정치권들이 한국경제 위기를 들출 때마다 등장하는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이고, 주52시간 노동제다. 이들의 눈에는 이 두 가지 원인 외에는 아무것도 뵈는 게 없어 보인다.

최근 가장 웃픈(웃기고도 슬픈) 기사가 “30년간 데리고 있던 노동자를 최저임금 때문에 내보냈다”는 기사다. 유시민 작가조차 지적했듯이 ‘아니 30년 동안 최저임금을 주고 일을 시킨 악질 자본가가 있었어요?’ 참 가관이다.

골목상권이 망한다고 한다. 동네 골목에 들어서 있는 편의점, 통닭집, 식당 등을 이용하는 고객은 재벌 자본가들이 아니라 대부분 노동자들이고, 그 가족들이다. 그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 소비가 줄어들고, 그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면 소비가 늘어나는 게 상식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최저임금 제도를 공격하면서 한국경제 위기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꼴통 야당, 그리고 이들의 헛소리를 받아 적고, 부풀리는 보수언론들의 행태, 한발 나아가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개악하겠다고 화답하는 민주당 정권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촛불정부 통치 시대에 사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든다.

1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의하면 2018년 연간 수출액이 사상 최대인 6055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한다. 이는 전년 대비 5.5% 증가한 수치로 한국은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에 이어 세계 7번째로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한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가 발표한 ‘2018년 영업이익 전망치 상위 20개 기업’ 자료를 보면 1위 삼성전자 62조6474억 원에서 20위 현대제철 1조3390억 원 등 20개 기업 영업이익 총합이 무려 128조7159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2019년 1월, 대한민국 국민들은 귀가 따갑도록 “경제위기”라는 소리를 듣고 사는데 통계로 보면, 2018년 대한민국 수출액이 사상최대인 6055억 달러를 넘었고, 대한민국 영업이익 상위 20개 기업(금융권 제외)이 작년에 무려 128조7159억 원이나 벌어들였다. 이런 통계는 어느 나라 이야긴가? 이런 조건에서 한국경제 위기를 앞세우며 최저임금 노동자를 공격하는 게 타당한가?

최근 자본과 보수언론은 현대모비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위반 사례를 들추면서 또 하나의 호재를 잡은 듯이 최저임금 제도를 공격한다. 현대자동차나 모비스 같은 대공장 노동자들이 법정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원인은 간단하다. 최저임금 기준에 포함되는 기본급과 고정통상수당이 전체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말 기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연봉 구성을 살펴보자. 평균근속연수 20.7년인 조합원의 연봉은 9010만1000원이다. 연봉에서 기본급은 2636만9315원(29.3%), 정기상여금은 2454만54913원(27.1%), 시간외수당은 821만5248원(9.1%), 연월차수당은 458만5560원(5.1%), 성과금이 1294만5529원(14.4%)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급 비중이 전체 연봉에서 30% 수준에 머물면서 평균근속연수 20년이 아니라 10년 미만의 수천 명 노동자들의 임금이 법정최저임금 기준에 미달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공장 노동자들의 기본급 비중이 낮아진 이유는 과거 노태우, 김영삼정권 시절부터 정부가 매년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강제함으로써 기업별 임금교섭에서 회사 측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임금구조의 유연성 확대 측면에서 기업도 선호한 측면이 강함) 기본급 인상을 억제하고, 수당이나 일시금, 성과금 등으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매년 임금정책에서 “기업경영 상황에 따라서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도 있는 변동임금(연장근무수당+연월차수당+성과금/일시금)을 줄여서라도 고정임금(기본급+통상수당+정기상여금)을 높이자”고 주장하지만 회사 측이 완강히 거부하면서 오늘날 대기업 노동자들 수천 명의 임금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자본가들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조차 “아니다”고 버티면서 전국 수백 개 사업장 노사가 수년째 법원에서 이 문제를 다투고 있다. 지금 자본가들의 논리는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자”고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는 궤변에 가까운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 3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 브리프’ 2018년 12월호에 실린 ‘저임금근로자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임금노동자 중 저임금노동자 비율은 18.0%로 전년(23.8%)보다 5.8%포인트 떨어졌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저임금 노동자의 최소 생계를 보장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올해 미국에서 새해의 시작과 함께 20개 주와 약 40개 도시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최저임금이 15달러는 넘어서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것 때문에 미국경제가 망한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우리도 최저임금에 대한 악선동을 멈추고,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 앞에 공약했던 소득주도성장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박유기 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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