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을 피하는 법(1)
소송을 피하는 법(1)
  • 김민찬 변호사
  • 승인 2019.01.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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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가장 나쁜 화해도 판결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소송은 사람이 평생 살면서 한번 겪을까 말까 하는 중차대한 일이며, 시간과 비용 그리고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요되는 고단한 사건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법원에서도 재판상 화해 내지 조정제도(ADR)를 많이 활용하는 추세다.

의뢰인들과 법률상담을 하면 의외로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변호사님. 제가 지인에게 빌려준 돈이 있는데요, 그거 차용증이나 인감도장이 없다면 소송해도 돈 못 돌려받지요?” 나의 대답은 “차용증, 인감도장이 없더라도, 소송에서 원고가 피고와 대여금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관련 금원을 지급한 뒤, 변제기가 도래한 사실을 입증한다면 승소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이다. 물론 강제집행은 또 별개의 문제다.

그렇다면 사회통념상 왜 차용증이나 인감도장이 있어야만 승소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을까? 이는 아마도 차용증이나 인감도장이 있다면, 보다 쉽고 명확하게 상대방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을 증명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다툼의 여지가 줄어들어 승소는 물론 상대방의 임의이행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 민법은 일반 시민 사이의 대여금거래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금전소비대차계약이라고 한다(민법 제598조). 사실 금전소비대차계약의 거래당사자가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더라도, 주요 내용에 대한 구두합의만으로 그 계약은 적법하고 유효하게 성립한 것으로 인정된다(낙성계약). 그런데 막상 차용증 없이 소송에 들어가서 피고가 다툴 경우, 피고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패소할 위험성이 상존한다. 민사소송의 기본구조상 그 돈이 대여한 것인지, 증여한 것인지, 투자한 것인지 또는 변제한 것인지 원고가 그 주장사실을 전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증인, 녹취마저 없다면 그 입증이란 게 변호사에게도 참 어려운 부담으로 다가온다. 바로 여기서 차용증과 인감도장이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원고의 주장을 가장 명확하고 확실하게 증명하는 도구가 된다.

만일 대여금거래를 하면서 차용증을 작성하고자 한다면, 백지 위에 ‘차용증’이라고 크게 표제를 적고, 그 다음 채권자의 인적사항, 채무자의 인적사항, 대여원금의 액수, 변제기일, 이자율, 차용증의 작성일 등을 기재하여, 서명.인감도장 날인한 뒤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는 것이 좋다. 사실 막도장이나 지장도 관계없다. 증거의 순도를 높이고자 인감도장을 사용할 뿐이다. 여기에 채무자의 강제집행 수락의사를 담아 공증까지 받게 되면 금상첨화다. 공정증서는 소송 없이도 변제기가 도래했을 때 승소확정 판결문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은 빌려주는 순간부터 을이 되게 한다”는 말도 있다. 대여금거래 상대방과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좋은 관계로 남을 수 있도록, 올바른 차용증 및 공정증서 작성을 권유해본다. 소송에 앞서 마지막 대화를 한 번 더 시도하자. 그 다음에 인터넷에서 ‘지급명령’부터 검색해보자. 단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될 염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돈을 다 갚았을 경우, 채권자로부터 반드시 차용증원본을 회수하여 이를 폐기하기 바란다. 어쩌면 소송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민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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