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조선소 구조조정 필요한가?” 반문 필요해
“정말 조선소 구조조정 필요한가?” 반문 필요해
  • 이채훈기자
  • 승인 2017.01.04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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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토론회 (1)

지난해말 열린 ‘2017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에서는 올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조선업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계의 대응이 백가쟁명 식으로 논의됐다. ⓒ이채훈 기자


“공동투쟁으로 원-하청구조 왜곡에 맞서자”

“내년이 더 힘들다고 본다. 공동투쟁과 의제선점으로 이를 돌파한다는 게 기본입장이다.”(민주노총 류주형 정책국장)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김종훈 국회의원이 주관하고 조선산업 대량해고 구조조정 울산지역 대책위가 주최해 지난해말 열린 ‘2017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에서는 올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조선업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계의 대응이 백가쟁명 식으로 논의됐다.


우선 지난 10월말 정부가 내놓은 제6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발표(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및 조선밀집지역 경제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냉혹한 평가가 내려졌다.


민주노총 류주형 정책국장은 정부 발표에 대해 “포장만 그럴 듯하다.”고 평가하면서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속에는 핵심사업 역량 집중 외에 설비, 인력 축소와 유동성 확보라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대량해고를 전제로 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추경예산에서 782억 원을 끌어들인 고용유지지원금은 지난해 11월말까지 집행된 금액이 292억 원에 그쳤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조선업 밀집지역에서 추가로 신청한 지원금의 비중 자체가 크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류 국장은 “물량이 줄어든 기간 사람을 줄이는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자가 비용을 들여가면서 휴업, 훈련, 휴직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정부의 고용지원책은 사용자 지원이 아니라 노동자 직접 지원으로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대책에는 대량해고 임금체불의 가장 큰 원인인 조선업의 불법 다단계 하청구조를 개선할 아무런 방책이 없어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도 조선업에 편중된 산업구조 개선에만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대량해고를 전제로 한 조선업 구조조정 반대


지난해 노동계의 대응에 대해 토론자들은 ‘공중전에서는 이겼지만 백병전에서 패한 느낌‘이라며 사업장마다의 실패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치권과 보수언론 등의 ‘조선업종 사양론’이라는 십자포화에 맞서,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유일하게 세계 1위 산업경쟁력을 갖고 있는 조선업을 살려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야권을 비롯해 양측 모두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전제로 한 주장을 내놓은 게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한 것은 대동소이했다는 얘기다.


류 국장은 또 야당이 구조조정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 대응에서 ‘좀비기업에 혈세를 낭비할 수 없다’는 대중적 정서를 의식해 주로 대우조선해양 부실 관련 의혹(서별관회의) 제기에 치중하면서 정부의 구제금융이 본질적으로 ‘손실의 사회화’이자 고용조정을 전체로 추진되는 것임을 총체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조선업 부실의 진정한 원인과 책임 규명, 고용조정 대책 마련 등 적실한 해법 도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박경수 노무사는 “토론자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누가 해고를 조장하느냐?’에 대한 가설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며 ‘자구책 없이 지원 없다’는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입장이 나온 배경 세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사측이 그동안의 경영 실패를 은폐하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외교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요청과 압박이 있었다는 점, 마지막으로는 조선업종 자본의 요구로 인해 노동계의 힘을 빼려는 ‘묻지마 방안’이라는 것이다. 정부와 자본이 서로 ‘구조조정을 상대방이 요구하고 있다’며 공을 떠넘기는 것도 정교하게 짜놓은 시나리오 같다는 평가다.


따라서 산업자본에 의해 지속되고 있는 구조조정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박 노무사의 조언이다. 근본적으로 “정말 구조조정이 필요한가?”라는 사회적 반문을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꾸준히 공표할 필요가 있다는 방법론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자본이 기획한 큰 그림을 볼 때 지금의 분사 저지 투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내 각 부문에 대한 분사 작업은 인력 감축, 부문별 각개격파와 임금 삭감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성과연봉제 개편으로 완성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뜻이다. 그는 “돌이킬 수 없는 물적, 인적 구조조정을 멈추거나 유보시키기 위해 ‘공동투쟁’의 여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사측은 분사의 기회를 포착했으나 노측은 방어투쟁에 실패한 것 같다며 여론전에 실패해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진 경향이 있다고 평했다.


“거제 하청노동자 대행진, 여론 조성에 기여”


류 국장은 지난해 지역 노동계의 성과로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선하청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결성했으며 특히 지난 10월 말에 거제 통영 고성 하청지회 준비위원회와 지역 대책위, 시민사회 대책위가 함께 거제에서 ‘조선 하청노동자 대행진’한 것을 꼽았다. 이 행사가 하청노동자 대량해고 반대와 노동조합 가입을 위한 여론 조성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이형진 사무국장은 “여전히 현중 사측에서는 분사 및 하청화와 더불어 물량팀 활성화를 통해 원청사용자성을 은폐해오고 있다.”며 “미포는 흑자를 유지한 채 인원만 감소했지만 해양은 사실상 수주절벽으로 무급휴직이 만연하고 조선은 아예 하청관리 체계가 바뀌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2017 조선업 구조조정 대응 과제로 저성장 시대 도래, 산업 패러다임 변화, 트럼프 시대 개막 등 최근의 변화를 잘 살피면서 내적 논리를 키우는 것과 동시에 자본에 대한 대응 강화를 꼽았다. 또 기술우위론을 강조해 사양산업론에 맞섰듯이 앞으로도 공중전에서 이겨나가자고 호소했다.


그는 사측이 사회적 지탄을 피해 서서히 인력을 감축관리, 조정하면서 물량팀으로 보완해나가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현재 가장 큰 고민으로 물량팀화 현상으로 1차 협력업체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조직화를 언급했다. 최근 들어 10여년 넘게 일해 온 협력사들이 6개월 안팎만 일하는 단기업체로 전락해 해고는 최대 3배 더 늘어나고 단타로 치고 빠지며 일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에 류 국장은 민주노총이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법, 제도의 결함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특히 한국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이자 이번 위기의 핵심인 비정규직(하청) 중심의 유연화된 생산시스템 개선에 적극 나설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울러 박근혜 퇴진 투쟁 국면 속에서 정경유착 재벌 처벌,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하고 일방적인 희생 강요하는 구조조정 폐기 주장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여 사회 여론화, 정치 쟁점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대책마저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를 방치”


현대중공업 3사의 공동 임금단체협상은 양재동 본사와 싸우는 현대기아차의 공동교섭과 비슷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몽구에서 정몽준 씨로 대표자만 바뀐 셈인데 이를 상대할 노조 측 대표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1차 협력업체 노동자들까지 이끌고 가기 힘든 상황에서 물량팀 노동자들은 어떻게 함께할지도 고민이라며 현재까지는 대안과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규직 노동운동의 한계라는 것이다.


뜨거운 감자인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에 대해서는 정치하느라 늦어진 정몽준(최근 탈당) 대주주의 숙원인 3세 경영의 복선이라고 할 수 있다며 노조 무력화를 통한 쉬운 해고도 그에 못지않은 큰 이유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잔업 특근이 없어져서 연봉도 크게 깎였는데 이마저도 주기 싫다는 심보가 분사를 통한 임금 삭감으로 표출된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박경수 노무사는 “단기적으로 자회사를 늘리고 비 핵심자산을 정리하고 비 조선 분야를 분사하는 것은 유동성과 무관하다고 본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토론자들은 정부와 자본이 2020년 안으로 추진을 완료하려고 하는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연봉제도는 확정적 효력이 있어 돌이킬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계는 산별전환을 통해 이를 막아내고, 계열분리 저지에 있어서도 MOS를 상대하는 게 아닌 더 큰 싸움을 할 필요가 있으므로 공동투쟁으로 “원-하청구조의 왜곡에 맞서 싸울 때 폭발적인 국면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논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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