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토밍] 미디어는 꼭 일상의 시간에서 소비되어야 할까?
[미디어 스토밍] 미디어는 꼭 일상의 시간에서 소비되어야 할까?
  • 박대헌 미디어 전공자
  • 승인 2017.10.18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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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 주위를 빙 돌아봤다. 사람으로 가득한 실내 공간에서 각자 자신만의 시공간을 만들고 말겠다는 듯,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아마 이들의 출퇴근 시간은 반복되고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시간은 일정하게 확보될 것이다. 바로 그것에서 나의 질문은 시작된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시간에 소비되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오래된 드라마를 보면, 항상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그건 바로 식탁과 거실에서 신문 보는 풍경이다. 대체적으로 그와 같은 풍경은 오전 중에 있었고 저녁이 되면 가족은 TV 앞에 모여 9시 뉴스를 보았다. 그건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이었기에 드라마와 시트콤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다시 지금의 지하철로 돌아와 보자. 매일 같이 반복하는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이 보는 것은 무엇일까? 그 중의 몇몇은 포털 뉴스일 것이다. 이제는 뉴스를 듣기 위해 오전 6시 즈음에 하는 TV 프로그램을 볼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만 터치하면 속보는 끊임없이 갱신되니까.


얼마 전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낮에 뉴스를 다 소비한 시청자들이 똑같은 뉴스를 반복해서 볼 필요가 있을까?” 갈수록 미디어는 빠르게 휘발된다. 마치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처럼. 그것은 마치 기묘한 풍경을 만들었다. 어떤 콘텐츠는 사람들의 일상에 더욱 가까워진 반면 다른 콘텐츠는 일상에서 멀어져 갔다.


20년 전에도 뉴스는 소비되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뉴스는 소비되어도 ‘신문’은 ‘출퇴근 시간’에 소비되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지하철에서 신문이 보이지 않는 만큼 잡지와 책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문장을 읽지 않는가? 아니다. 네이버와 페이스북 그리고 카카오톡에는 수많은 문장이 오고 가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종이’의 문제일까? 그러니까 스마트폰으로 신문과 잡지, 그리고 책을 보게 한다면 다시 ‘일상’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가?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런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다. 신문의 기사는 소비된다. 그러나, ‘신문’은 ‘일상’에서 소비되지 않는다. 설령, 모바일에 최적화된 사이트를 구현하더라도 그렇다.


사실, ‘신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디지털화된 콘텐츠 중 ‘앨범’의 운명 또한 마찬가지다. 20년 전에도 지금도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그러나 일상에서 ‘앨범’이 소비되는 일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디지털화되어 편리하게 앨범을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듣는 것은 각자의 선호에 맞게 조정된 ‘플레이리스트’이지 ‘앨범’이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미디어의 수익과 영향력은 ‘앨범처럼 뉴스를 담는 형식’에서 만들어졌다. 주요 일간지조차 검색어 맞춤형 뉴스를 종종 생산하지만 아직까지는 주요 수익원은 ‘뉴스의 앨범’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최대한 일상에서 소비되는 시간을 늘리도록 해야 하는가?


실제로 뉴욕타임즈의 경우, 디지털 전략의 일환으로 기자들에게 요구하는 기사의 길이는 줄어들고, 대신 송고량이 늘어났다고 했다. 그건 마치, 한국의 네이버 포털에서 느낄 수 있는 빠른 정보의 갱신을 자체적으로 구현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여기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다른 산업의 사례에서 약간의 실마리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 윤종신의 노래가 음원 차트를 역주행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한 곡을 냈다. 마치 월간지처럼 말이다. 실시간 시대에 월간지가 소비되는 시간은 ‘일상’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월간 윤종신은 꾸준히 ‘일상에서 벗어난 다른 시간’에 소비되고 있었다. 뉴스는, 아니 뉴스의 앨범은 이처럼 소비되는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거기에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가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박대헌 미디어 전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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