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토밍] 큐레이션의 시대, 사라지는 선택들
[미디어 스토밍] 큐레이션의 시대, 사라지는 선택들
  • 박대헌 미디어 전공자
  • 승인 2018.01.10 0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전자책 서비스 회사들마다 이벤트를 진행하기에 바쁘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전자책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리디북스이다. 100권의 책을 특정 기간 동안 무료로 대여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동시에 특정 도서를 구매할 시, 구매 가격의 100%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언뜻보면, 소비자에게는 큰 혜택처럼 느껴질 수 있다. 리디북스가 무료로 대여하는 100권 중에는 필자가 보고 싶었던 책들도 있었다. 그러나 순간, 내 서재에 ‘쌓여있는’ 많은 전자책들을 보게 된다. 언젠가 읽을 거라고 생각하고, 서재에 저장만 해두었던 수많은 책들.


리디북스는 비롯한 전자책 업체는 이전부터 ‘10년 대여’ 또는 ‘50년 대여’라는 방식으로 전자책을 값싸게 판매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우회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소비자에게 유효했는지, 갈수록 전자책 업체들의 ‘이벤트 도서’는 늘어나고 있다. 어느 정도냐면, 평생 이벤트 도서만 봐도 다 못 읽을 것 같다는 생각조차 든다.


이쯤 되면, ‘굳이 ‘정가’ 주고 책을 사야해?’라는 의문이 든다. 책을 구매할 때도 ‘먼저’ 이벤트 도서를 찾아보게 된다. 책은 문화상품이라 가격과 무관하게 구매될 줄 알았는데, 당장 나 자신도 값싼 대여 방식의 구매에 만족스러워 한다. 각 전자책 회사마다 대여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것을 보면, 이런 구매패턴 역시 나만의 것은 아니었나 보다.


공급자 입장에서 도서정가제의 유효함을 따지기 전에,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생각해보자. 그러니까, 책의 선택이 상당 부분 ‘이벤트 상품으로 큐레이션 된 제품’으로 제약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보고 싶은 책은 따로 구매할 때도 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책의 선택은 ‘프로모션 상품’으로 제약된다.


책은 아니지만, 큐레이션으로 유명한 서비스가 있다. 미국에선 넷플릭스, 한국에선 왓챠 플레이라는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이다. 정액제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로서, 일정 금액만 내면 제공되는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이다. 필자는 넷플릭스와 왓챠 플레이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 둘만 있으면 굳이 다른 곳에서 ‘영화’ 또는 ‘드라마’를 볼 필요는 거의 못 느낀다. 간혹, 트렌드하게 유행을 끄는 지상파 드라마와 천만 영화가 아니고서는 말이다.


도서도 마찬가지이다. 프로모션 상품에 길들여지는 순간, 소비자의 선택은 쪼그라든다. 100권 무료 대여, 100% 구매비용 포인트백, 그리고 10년과 50년 대여 상품들을 ‘우선’적으로 고민하는 자신을 보면서 걱정되는 까닭이다. 과거에는 좀 더 찾아보면서, 자신에게 가치 있는 책들을 찾았다면, 이제는 그런 ‘검색’조차 불편하게 여기게 될지는 아닐지 말이다.


이게 나의 기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모션 상품을 구매하면서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해보기를 권한다. 이것이 정말 내게 필요한가? 당신이 잃게 되는 것은 값싼 가격이 아니라, 책에 대한 선택권과 좋은 책을 만날 기회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박대헌 미디어 전공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