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겨울 경주에서 만난 바오밥나무, 보리수
[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겨울 경주에서 만난 바오밥나무, 보리수
  • 이동고 기자
  • 승인 2018.01.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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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자연

<동궁원 온실에 아열대, 열대식물로 작은 유토피아를 만들어 놨다. 경주시가 역사성을 잘 살려 만든 역사생태정원이다. ⓒ이동고 기자 >



신대륙을 처음 본 콜럼부스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수목은 너무 높이 치솟아 마치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았고, 만약 나의 생각이 정확하다면 사시사철 나뭇잎이 떨어지는 경우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수목들은 마치 우리 고장에서의 5월처럼 11월에도 싱싱하고 푸른 나뭇잎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나무에도 꽃이 피었고 또 다른 나무에는 열매가 달려 있었다. ... 그리고 어디를 가든지 나이팅게일(밤꾀꼬리)이 여러 종류의 수많은 새들과 함께 지저귀고 있었다.” 싱그러운 상록수 가득한, 신세계를 발견한 벅찬 감동이 전해지는 듯하다. 콜럼부스는 이곳을 ‘성스러운 구세주’라는 뜻을 지닌 ‘산살바도르’라 불렀다. 하지만 그 성스러운 땅은 그 때부터 파괴되고 원주민들은 노예가 되어 지옥의 땅이 된다.


우리 인류가 살았던 에덴동산이 태초의 정원이다. 창세기에 묘사된 내용을 보면, 에덴동산에는 꽃이 끊임없이 피어나고, 온화한 기후가 지속되는데, 보이는 곳마다 즐거움이 있고 충분한 음식이 있었다고 한다. 구약성서의 번역자들은 정원, 공원, 그리고 낙원이라는 단어들을 모두 동일시했다고 한다. 지상낙원에는 식물, 꽃, 과일 그리고 강한 햇빛을 피하는 그늘, 시원한 물이 넘쳤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류는 에덴동산을 재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것이 정원문화, 작은 공간으로 보면 식물원이고 온실이다. 특히 온실은 원래 그 식물이 자라는 공간을 떠나 키우고 싶은 식물을 인위적으로 키우는 공간이었다.


울산에서 가까운 큰 온실이 2013년 개장한 경주 동궁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이었던 동궁과 월지(안압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만든 온실정원이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뷰티아야자, 카나리야자, 보리수, 미인수, 바오밥나무, 봉황목, 푸르메리아, 오렌지자스민, 사계목서, 올리브, 커피나무, 파파야, 시체꽃, 파리지옥, 네펜데스 등 400여 종을 심어 관리하고 있다. 또한 식물원 안에서도 신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천마도상, 실개천, 재매정, 월지배 등을 활용하였고 특히 7m 높이의 고가관람로가 있어 큰 야자수 높이에서 식물원 전체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


나름 큰 바오밥나무도 볼 수 있다. <어린 왕자> 때문에 유명해진 바오밥나무. 어린 왕자의 별 B612는 바오밥나무 씨앗 투성이고 그 씨앗이 싹이 터서 크게 자라기 전에 뿌리 채 없애지 않으면, 별 전체를 뒤덮고 구멍을 뚫어 별이 산산조각날 것이라고 어린 왕자는 말한다. 그 별은 집 한 채 정도의 크기이니 그럴 수밖에... 바오밥나무는 줄기에 수분을 저장하여 건기에 조금씩 사용하며 살아가는 다육식물이다. 큰 나무는 물통 모양이라 10만 리터 이상의 물을 저장할 수 있으며, 그 뿌리는 지하수맥을 찾기 위해 몇 백 미터까지 뚫고 들어가니 어린 왕자 걱정이 이해도 된다. 가지가 얽히고설킨 300년 된 보리수 앞에 서면 경외감이 저절로 든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에는 하늘을 떠다니는 섬인 ‘라퓨타’가 나온다. 비행석의 엄청난 에너지로 하부에는 가공할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위에는 평화로운 왕국이 자리 잡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언제부터인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되자 거대한 나무들이 자라고 그 뿌리가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다시 찾아간 그 곳은 박새 알을 보살피고 무덤에 꽃을 놓아두는 한 명의 로봇병사 ‘오르골’이 살고 있을 뿐이다. 라퓨타를 부활하여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무스타는 라퓨타의 살아남은 왕족의 또 다른 일족이다. 무스타가 차지한 라퓨타, 시타는 ‘바루스’라는 멸망의 주문으로 라퓨타의 힘을 제거하고, 라퓨타는 다시 하늘 멀리 떠나간다. 라퓨타에서 나무를 돌보고 자연생명체를 돌보는 온순한 로봇 병사 모습은 깊이 남았다. 우리 첨단 기술이 무엇을 위해 써져야 하는지를.


“대지에 뿌리 내려 바람과 살아가자/씨앗과 함께 겨울을 넘고/새들과 함께 봄을 노래하자/
아무리 강한 무기가 있어도 수많은 로봇을 조종해도 대지를 떠나서는 살 수 없어요.”


이 짧은 대사가 미야자키 감독이 말 하려는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에덴동산에서 죄악으로 쫓겨나고, 오만한 문명의 바벨탑 사건 이후 사방으로 흩어진 인류는 다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서 에덴동산을 회복할 수 있을까?
잎이 쓸쓸한 겨울에는 자연이 더 그리워지고,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가볼 만한 곳이다.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 ‘보이는 곳마다 즐거울 것이고 풍성할 것인지’ 잠시 생각해보자.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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