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투자유치 강조한 울산시...대기업에 정원박람회 1억 원 후원 요구?
친기업, 투자유치 강조한 울산시...대기업에 정원박람회 1억 원 후원 요구?
  • 이채훈기자
  • 승인 2018.01.10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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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태화강

남산에서 바라본 태화강대공원. ⓒ이동고 기자


01공문사진

태화강 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각 기업체에 전달된 공문에는

기업정원 조성 등 기업참여 방법을 명시돼 기업체의 참여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독자제보



"시청에 직접 소집해서 요구했다"


지난해 말 울산시가 2018 정원박람회 개최에 따른 정원 조성 명목으로 울산지역 소재 대기업에 각각 1억 원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울산시 측에서 2018 정원박람회 정원 조성 명목으로 지역 내 굴지의 자동차, 중공업업체 등 기업체에 1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에 1억 원 후원을 요구 받은 기업으로는 굴지의 완성차업체, 정유화학업체, 에너지업체 등이 거명되고 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기업체 관계자들을 직접 시청에 불러서 얘기한 적은 없다.”며 “범시민적으로 참여하는 행사인 만큼 정원박람회 조직위 차원에서 자발적 참여를 바라는 공문은 보낸 바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한 산업계 관계자는 “공문으로도 왔으며 시청에서 직접 소집해서 요구했다고 한다.”며 “출연 요구를 받고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많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지난해 말 울산시에서 내년에 정원박람회를 한다고 기업체 별로 정원 꾸미는 데 1억 원씩을 내라고 했다고 한다.”며 “직접 만나서 얘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1억 원 출연 요구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지역 기업체들이 정원박람회에 자발적 참여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실제로 태화강 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기업체에 보낸 공문에는 기업참여 정원(작가정원) 조성 및 홍보, 상징조형물 설치를 통한 후원 및 홍보 등을 기업참여 방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지역 대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시정 역점사업을 핑계로 후원을 바란 셈이어서 지역사회의 질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울산시의 후원 요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선업 경기 침체 등으로 지역경제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산업적 위기로 존망의 기로에 서 있는 기업들에 후원을 뜯어내는 모양새여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오는 4월 중순 개최로 예정돼 있는 2018 태화강 정원박람회 개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윗선의 묵시적 동의 또는 재가가 있었다는 의미 아니겠냐는 추측도 따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공문을 보내고 실무진 선에서 대기업에 얘기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 시정 막바지인 김기현 울산광역시장이 올인하다시피 하는 사업이라는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한 관계자는 “시장이 야당이라 기업들도 지자체 선거로 여당 눈치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발 더 나아가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인사는 “대기업에 1억 원 후원 요구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직권남용이나 강요가 될 것 같으며 뇌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대놓고 달라는 거라서 뇌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같이 미르나 케이스포츠재단이 대기업 보고 돈 내놓으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 사안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으며 만약 뇌물 또는 제3자 뇌물수수가 될 수 있으려면 직무와 대가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형법 제123조(직권남용)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선거 앞두고 ‘치적용’ 정원박람회 추진 뒷말


아무리 큰 행사지만 과연 정원 조성을 하는데 1억 원이 들만큼 많은 비용이 필요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액의 규모와 차액에 눈길이 가는 셈.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정확한 액수는 잘 알 수 없지만 정원박람회는 하기 나름”이라며 “무엇보다도 울산시 같은 광역지자체에서 짧은 기간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기업체마다 ‘앵벌이’를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친홍준표계’로 분류되는 김기현 울산시장이 차기 6.13 지방선거에서 시장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측면지원을 등에 업고 중앙당 차원에서 우선 전략공천 거론까지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생각만큼 지지율이 떠오르지 않자 선거용 치적 쌓기를 위해서라도 무리하게 정원박람회 추진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 아니냐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민간 업체에도 정원박람회 관련 부대행사 개최를 재촉했다는 전언이 나오는 상황.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정원박람회이니 만큼 역점을 두는 건 정원이고 주된 행사도 정원행사라고 설명했다.


민선 6기 김기현 울산시장은 3선 불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 한국갤럽 조사 광역 지자체장 시정평가에서 수년간 최상위권을 지켜왔으나 최근 2년간 지역 경기 침체와 맞물려 그 수치가 내리막을 긋고 있었고 최근에는 50퍼센트 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국제신문> 여론조사 결과 6.13지방선거 시장 후보 2자 구도에서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송철호 고문에게 오차범위 밖 약 8퍼센트 차로 적합도가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치적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는 평이다.


김기현 시장은 현재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기도 하다. 산재모병원이나 국립산업박물관 추진이 사실상 임기 내에 불가능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다만 국가공원과 ‘국가정원’을 혼동해 언급하는 모습에서 정원 지정 추진에 대한 조급성을 염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은 편.


국가정원 지정 좋지만 생태하천 미래 고민해야


지난해 11월 추진위 발족 이후 태화강 정원박람회 추진 과정을 보더라도 대규모 박람회 개최를 위해서라면 조경업체에 외주를 맡길 수도 있지만 이 같은 ‘메가 이벤트’ 자체가 생태하천 태화강의 정체성에 부합하느냐는 지적, 또 현실적으로 농업기술센터 등 시 역량으로 어쨌든 감내할 수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고통을 겪고 있는 대기업에 손을 벌리는 것은 볼썽사납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 수십 년간 각별한 복원 노력을 통해 생태친화적 수변공간으로 거듭난 태화강과 달리 인위와 문화가 가미되기 때문에 마냥 자연적이라 할 수는 없는 정원은 상반관계라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범시민적운동 분위기 조성과 별개로 태화강의 미래를 위한 지역사회의 깊이 있는 고민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울산광역시가 순천만도 아니고 태화강에 정원을 조성할 데가 어디 있다고 그런 데 돈을 쓰는지 모르겠다.”며 “당장 동구 주민들은 정리해고 등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데 시 예산으로 모자라 대기업 돈을 뜯어내 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2차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들에게 환경보호 차원도 아닌 산업적 측면이 있는 정원박람회에 1억 원 후원을 요구했다면 사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원박람회는 전국적으로 사례가 드문 아주 큰 행사이기 때문에 보통 조경업계의 큰 회사들이 후원기업으로 들어오는 것이 상식”이라며 “사업장이 울산에 있다고 해서 중공업 분야와 같이 조경사업과 관련 없는 대기업에 1억 원 후원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명분도 부족하며 적합성에도 논란이 있는 울산시의 행사후원 요청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울산에서 관행처럼 여겨오던 기업 메세나, 축제행사 지원금 등 기업체 후원 요구에도 경종을 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도시 울산에서 한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오던 기업체 후원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가 지적한 내용은 울산시정에 뼈아프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대기업 1억원 요구는) ‘너무 대놓고 달라는 거’라서 뇌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쟁점이 된 직권남용 또는 강요와 마찬가지 사안으로 보입니다.”(법조계 인사 A)


이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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