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토밍] 미디어 장인은 누구를 향해 제품을 만드는가?
[미디어 스토밍] 미디어 장인은 누구를 향해 제품을 만드는가?
  • 박대헌 미디어 전공자
  • 승인 2018.02.07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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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랜만에 일간지에서 기자로 지내고 있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친구는 선배 기자를 ‘장인’이라고 표현했다. 기사 하나 하나에 ‘공’을 들이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는 것이다. 단, 여기서 장인정신을 들이는 기사는 지면에 한정된 이야기였다.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공간은 이제 ‘지면’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지면에는 다 담을 수 없는 보도자료, 속보 기사 등은 온라인으로 송고한다. 그리고 이런 기사에는 ‘장인 정신’이 크게 발휘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지면 기사이고, 여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입하는 게 꼭 장인 같다는 게 친구의 전언이다.


그런데 미디어 장인들의 정성과 달리, 지면으로 신문을 보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9.9%였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4.4%가 줄어든 수치이며, 1996년과 비교해보면 약 69.3%에서 9.9%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지하철에서 모습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편의점 가판대에서는 여전히 종이신문을 팔고 있지만, 지하철에서 종이신문을 보고 있는 이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친구가 말한 ‘장인’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배경도 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과는 조금 괴리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정성들인 지면기사가 실린 종이신문이 읽히지 않는다면, 온라인은 어떨까? 미디어 장인들이 만들어낸 기사는 과거처럼 ‘지면의 다른 장인들의 기사’와 경쟁하는 게 아니다.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등의 이슈를 재빠르게 낚아채는 ‘전문 트래픽 사냥꾼’들의 기사와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미디어 장인들은 사냥꾼들에 비해 트래픽 가성비가 높지 않다. 이를 회사도 알고 있다. 그래서 회사는 트래픽 사냥꾼들을 외주로 고용한다. 그리고 이들이 만드는 온라인 트래픽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미디어 장인들은 ‘누구’를 향해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종이신문 속에 담겨있는 ‘장인의 작품’을 소비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친구는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스크랩하는 기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전히 기업의 임원들은 비서 등을 시켜 종이신문을 스크랩한다. 그리고 종이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예의주시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 장인들의 작품에 가치가 생긴다. 장인들의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는 작품은 비로소 독자에게 들어와 반응을 만들어낸다. 장인정신이 뛰어날수록 더욱 큰 반응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낸 반응을 지렛대 삼은 수익은 트래픽 사냥꾼의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친구는 그 반응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론도 알려주었다. 회사명이 아니라 임원 개인 이름을 크게 넣는다든지 하는 일종의 데코레이션 기술이었다.


그래서 친구는 확신했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는 쉽게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종이신문을 구독하지 않더라도, 장인들보다 사냥꾼들의 트래픽이 가성비가 더 있더라도, 그럼에도 수익이 나는 주요 창구는 따로 있으며 이를 장인들이 만들어내니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어되지 못한 이야기들은 세상 밖으로 흘러 넘어가 때때로 ‘정의로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친구의 이야기를 다 들었을 때 쯤, 나는 다시금 처음의 질문을 떠올렸다. 미디어 장인들은 ‘누구’를 향해서 글을 쓰고 있는가? 그리고 정말 이런 풍경은 앞으로도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나아가, 이런 방식 이외의 저널리즘은 경제적으로 구현할 수 없는 것인가? 그런 질문들이 계속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박대헌 미디어 전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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