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논단] 우리를 어처구니없게 하는 것들
[열린 논단] 우리를 어처구니없게 하는 것들
  •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승인 2018.02.0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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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에 웬 에어보트, 짚라인?


황금개띠 해, 신년 초부터 참으로 개다운 어처구니없는 소리들을 들었다. 태화강대공원을 국가정원으로 등록한다는 전년도의 발표에 이어 태화강을 가지고 친수형 관광과 친수형 레저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등장하는 주요 소재는 에어보트, 모노레일, 짚라인! 태화강이 생태적인 강으로 회복했으니 이제는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들이다. 태화강이 생태적인 강으로 과연 완전히 회복했는지는 상류를 제외하고는 COD(화학적산소요구량)에서조차도 자유롭지 않다는 점만 확인하고 일단 넘어가자.


태화강은 이미 도시공원이다. 도시공원의 정의에 따르면, ‘도시지역에서 도시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휴양 및 정서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설치 또는 지정된’(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공간이다. 즉, 자연경관의 보호와 시민 건강, 휴양, 정서가 핵심개념이다. 친수관광과 레저로 들고 나오는 에어보트나 모노레일, 짚라인이 자연경관 보호나 시민건강, 휴양, 정서와 무슨 관계인가?


에어보트는 태화강 수심이 얕아 엔진이 하상에 있을 수 없기에 프로펠라로 공기 중에서 추진력을 얻는다. 문제는 추진력 발생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소음이다. 강 양안의 거주지와 상업지는 물론이고 휴양과 건강과 정서를 위해 강가를 찾았던 사람들을 괴롭히는 괴물이 될 것이다. 건강, 휴양, 정서에 극단적으로 거스르는 물건이다.


모노레일은 짚라인을 타기 위해 남산에 오르기 위한 수단이기에 짚라인에 종속된 시설일 뿐이다. 짚라인은 남이섬에서는 일종의 랜드마크가 되어있다. 섬에 접근하기 위한 희한하고 재미있는 이동수단이며, 동시에 남이섬 전체가 온전히 하나의 관광지여서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레저용 시설이다. 남이섬처럼 태화강 대공원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인가? 그래서 별도의 희한한 이동수단이 필요한가? 남이섬처럼 태화강 대공원이 온전히 하나의 대규모 관광지여서 재미를 극대화시킬 필요성이 절실한가?


이미 오래전부터 관계기관에서는 태화강에 대해 ‘생태하천’이고 ‘생태공원’이라 스스로 명명하지 않았던가? 생태와 레저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아니 전혀 반대의 개념이다. 그럼에도 생태관광이라 포장하며, 스스로 꾸며온 역사와 개념을 부정하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려는 것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짓인가? 울산시의 이러한 접근은 생태에 대한 개념이 혼란스럽고 생태적 상상력이 극히 빈곤함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을 뿐이다.


강은 강이지 정원이 아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 가보면 도심의 강을 활용하는 그들 나름의 방식들이 있다. 대부분 수량이 풍부하여 관광용 선박을 일정 구간 운행한다. 그리고 강 양안은 카페들이나 역사유적지 등으로 그득하다. 하지만 태화강은 그렇지 않다. 외국이 강을 활용한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하기에는 조건이 너무 다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들에게 없는 것이 있다. 그들에게는 태화들과 같은 하천구역이 발달되지 않아 손바닥만 한 공간에 사람들이 밀집하여 일광욕을 하는 빈한함을 벗어날 길이 없다.


바로 이런 차이에서 생태적 상상력이 필요하지만 울산시는 또 엇나간 발상을 해 댄다. 53만m²의 태화강 대공원도 모자라 철새공원까지 덧붙여 91만m²의 국가정원을 만들겠단다. 법적으로는 30만m²면 국가정원으로 되지만 발상은 존재하는 모든 태화강 생태공원을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정원으로 먼저 지정되어야 하나 현재 지방정원으로도 등록되어 있지 않다. 또한 개정될 법률에 따르면 운영 실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울산시는 이런 점을 오히려 역이용해 개정 법률이 공포되기 전에 번갯불에 콩 볶듯이 지방정원 조례를 만들어 지방정원으로 등록하고, 운영실적과는 무관하게 국가정원으로 지정받겠다는 심보다. 법의 취지에 반하는 짓이다!


정원은 ‘식물, 토석, 시설물 등을 전시 배치하거나 재배 가꾸기 등을 통하여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인공물이다. 따라서 지속적 관리가 공원이나 수목원 등과는 다른 핵심개념이며 이 관리의 타당성과 지속성 여부는 운영실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런 법 개정의 취지를 무시하고 법의 빈 점을 이용하여 기어이 지방선거 전에 끝장내겠다는 심보는 과연 울산시가 공기관인지를 의심케 하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며 울산시장의 선거활용이 의심되는 불순한 행위이다.


더구나 영남알프스케이블카 과정에서 여론조작 직권남용으로 진행한 서명 작업이 부산고검으로부터 재기수사명령을 받은 상황에서 반성의 시간을 갖기는커녕 다시금 행정조직을 총동원해 국가정원지정 서명 작업을 하고 있는 대목에서는 초법적 행정적폐와 참으로 낯 두꺼운 안하무인에 어처구니는 완전히 상실될 지경이다.


차라리 국가라는 명칭과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면, 태화강대공원을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받는 방안이 더 합리적이다. 물론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받으려면 현재는 도시공원 면적을 300만m² 이상으로 전제하고 있다(‘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규칙, 별표1의2). 하지만 시행규칙은 필요에 따라 개정하면 되며 최근 여러 광역시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적극적인 발상과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협의만 필요할 뿐, 국가정원처럼 법의 취지를 거스르고 시민여론을 조작하려는 행태에 목을 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강은 강이지 정원이 아님을, 꽃밭이 아님을, 관광지가 아님을, 스스로 명명한 ‘생태공원’이란 개념에 손을 대고 물어보라! 태화강을 가지고 더 이상 우리를 어처구니없게 만들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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