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톺아보기] 공정성의 그늘
[교육 톺아보기] 공정성의 그늘
  •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 승인 2018.02.0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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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를 넘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50%대 후반까지 급락했다가 현재 6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대개의 정치평론가들은 이 같은 국정 지지도 하락은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20대, 30대 젊은 층이 지지 대열에서 이탈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두 가지 문제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방침과 정책의 혼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이다.


대개의 언론은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젊은 층들도 같은 기조의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의 힘으로 이대에 승마 특기생으로 불법 입학한 정유라 사태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정유라 사태로 촉발된 촛불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한 태도에 실망했다는 분석이다.


절차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아주 높다. 이는 민주적 절차라는 인식으로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가치이다. 돈이 많다고, 고위직에 있다고, 재벌기업이라고 갑질을 하고 부정입사를 하고 승진이나 임금에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면 그것은 누구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들을 경험한다. 5~6명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잡담을 하고 있어 주의를 주었는데도 그런 일이 연이어 발생하면 반 전체 학생에게 훈계를 하며 야단을 칠 때도 있다. 그러면 가끔 “저는 떠들지 않았는데 제가 왜 야단을 맞아야 해요?”라는 반응을 보이는 학생이 있다.


담임교사는 짝을 정할 때 여러 가지를 고민한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일부러 공부를 아주 잘 하는 학생과 붙여줄 때도 있다. 그러면 싫다고 추첨으로 짝을 정하자고 요구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 사실 추첨으로 짝을 정하면 불만이 없어 편하기는 하다.


학교 내 환경미화를 위해 일정한 봉사시간을 약속하고 환경도우미 학생을 뽑아 일정구역의 청소를 맡긴다. 그런데 가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청소를 하지 않아 지적을 하면 “봉사시간에서 빼면 되잖아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 외 모둠과제와 그 평가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협력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모둠과제를 줄 때가 많은데, 평가영역에는 반드시 모둠의 협력정도도 들어가 있다.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둠 학생 때문에 자기 평가점수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공정성은 바람직한 가치이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절차적인 공정성은 하나의 과정이나 수단에 불과하다.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모든 걸 부정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공정성과 다른 가치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 문제는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다소 부족하기는 했지만, 투기로 치닫고 있어 방치할 경우 더 큰 좌절과 경제적 파산을 겪을지도 모를 투자자들의 안전을 생각한 측면이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문제는 평화와 북핵으로부터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다.


정말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절차적 공정성만 주장하다 보면 자칫 내용적인 공정성을 간과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절차적 공정성은 훌륭한 가치이지만 내용적인 공정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개인적인 욕망 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기 쉽다. 특히 가진 것 없는 젊은 세대, 소외된 사람들이 절차적 공정성에만 매달린다면 절차적 공정성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절차적 공정성을 추구하되 함께 어울려 사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그 큰 그림 속에서의 절차적인 공정성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는 게 진정한 공정성을 추구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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